한중연 조경철 연구원 고대사학회서 주장
“유리왕·탈해왕·측천무후도 불교식 왕호”
고구려의 시조 동명성왕의 시호는 불교의 전륜성왕에서 유래한 것이며, 이는 고구려에 불교가 국교로 정착된 이후 내려진 시호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주장은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고대사연구소 조경철 연구원은 5월 13일 한국고대사학회에서 발표한 논문「고대 동아시아 불교식 왕호 비교-4∼8세기를 중심으로」에서 제기된 것이다.
조경철 연구원은 고구려 불교를 수용한 것은 372년 이후이지만, 동명성왕이 불교 수용 이후 추존된 왕호일 가능성이 높으며 모두루 묘지명에서 고구려시조를 추모성왕이라고 한 것, 그리고 『삼보감통록』에서 ‘고려의 성왕이 요동성 근처에 토탑(土塔)과 범서(梵書)를 보고 신심을 일으켜 7층 목탑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서술하면서 고구려 동명성제(東明聖帝)라고 칭한 것 등을 유추해볼 때 동명성왕의 왕호는 전륜성왕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고구려 제2대 유리명왕의 유리(琉璃)는 동방약사유리광여래에 등장하는 유리에서 의미를 따왔으며, 광개토왕의 영락연호는 불교적 의미의 천궁과 열반의 영원한 즐거움의 의미가 덧붙여진 것인 한편 장수왕의 왕호는 『장수왕경』의 장수왕불(長壽王佛)에서 유례했다는 것이 조경철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백제 성왕과 위덕왕, 법왕, 신라의 탈해왕, 법흥왕, 진흥왕 등도 불교에서 유래된 왕호이며, 또 중국 최초의 여성 황제 측천무후의 정식 제호인 ‘자씨초고천책금륜성신황제’에서 자씨는 미륵하생의 미륵불을 뜻하며, 금륜을 여부제를 포함한 4 천하를 다스리는 전륜성왕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조경철 연구원은 “황제 칭호가 생기기 전 은주 시대에 자주 사용된 천왕의 칭호가 단군의 계보를 이은 고구려에서 발견되는 반면 불교식 칭호인 성왕은 4∼5세기 고구려와 6세기경 백제와 신라에서 자주 나타난다”며 “이에 비해 무주의 왕호에는 오행이 강조되고 발해에는 유교의 효가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탁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