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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불교 현장을 찾아서 3 - 혜의정사엔 신라 무상 스님…

사천성 여행 5일째를 맞이하는 아침녘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행 일정상 신라의 무상대사와 마조선사 등 네분의「사증당비」가 있는 혜의정사(慧義精舍)까지는 일정에 무리가 있어, 함께 온 여행객들은 낙산으로 향했고 조영록 교수님, 해주 스님 등 다섯 명이 봉고를 타고 혜의정사로 출발했다.

사천성은 마조 선사(709∼788)와 규봉 스님(780∼841)의 고향이기도 하며, 현 중국을 이끈 혁명적인 인물 중에도 이곳 출신이 많다. 더욱이 사천성은 신라의 무상선사가 중국에 온 후 이곳에서 평생을 수행하시다 열반한 곳으로 신라의 혼이 담긴 땅이기도 하기에 꼭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혜의정사까지 가는 내내 비가 내렸다. 무상선사가 고국 신라를 떠나와 오롯이 법을 구하고자 일념의 수행을 남기었던 발자취를 찾아간다는 것에 왠지 모를 설레임이 앞섰다. 무상스님과 필자 사이에 1200년이라는 시간의 강을 넘어 함께 하는 '승가'라는 차원에서 영원과 찰나가 만나는 순간의 환희심이라고 할까?

무상 스님(684∼762)은 중국 선종의 일파인 정중종(淨衆宗)의 개조이다. 정중은 무상이 주석하였던 절 이름이다. 오조홍인-지선-처적 계통의 선을 계승한, 무상의 활약에 의해서 정중종이 형성되었고 정중종은 당시 사천불교를 대표하였다.

『송고승전』에 의하면 그는 신라국의 왕자출신으로 출가하여 중국으로 건너갔다. 당에 들어가 현종을 알현하고 선정사에 배속되었다. 이후 사천 덕순사의 처적선사를 친견코자 소지공양을 하였고 처적에게서 법을 받은 뒤, 천곡산에 들어가 좌선과 철저한 두타행을 하였다.

그후 정중사에 머물렀으며 무억(無憶)·무념(無念)·막망(莫忘)의 3구 설법과 독자적인 인성염불(引聲念佛)로 대중을 교화하였다. 이에 무상은 염불선의 제창자이기도 하며 그의 가르침이 티베트까지 전해졌는데, 티베트의 오래된 역사서『바세』에 기록되어 있다. 또한 무상이 중국의 오백나한 가운데 455번째로 조상(彫像)되어 있다고 하니, 그가 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 끼친 영향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무상이 주석하며 교화를 펼쳤던 정중사는 성도시 금선교 부근에 위치해 있으나 현재는 흔적도 없고 유적지로 지도상에 남아 있을 뿐이다.

빗속을 헤치며 출발한지 5시간만에 혜의정사에 도착했다. 혜의정사는 사천성 삼대현 동천진 장평산에 위치해 있다. 처음 안창사라 불리우다 지금은 금천사라고 하였다.

당나라 때 이 절에서 남선원(南禪院) 증당을 세우고, 당대의 명승인 무상선사를 비롯하여 무주·마조도일·서당지장의 진영을 모시고 공양하였다. 이 사실은 851년 이상은이 쓴 『당재주혜의정사남선원사증당비(唐梓州慧義精舍南禪院四證堂碑)』에 기록되어 있다.

신라 승려 무상이 사천 땅에 남겨 놓은 체취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은 무너졌다. 혜의정사는 현재 승려가 상존하지 않고 중국정부 관리가 지키고 있었다(관리인도 관리인 같지도 않았다). 『사증당비』를 찾기 위해 절 내외를 이곳 저곳을 살피었고 법당 안에 안치되어 있는 사물까지 눈여겨보았으나『사증당비』는 볼 수 없었다. 절 주변의 작은 비석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았지만 우리 일행의 눈에 비치는 것은 수북히 쌓인 먼지와 중국이라는 이념사회가 남겨놓은 적막한 폐사 뿐이었다.

신라 구산선문 중 7산문의 개조가 마조선의 법을 받아 산문을 열었다. 마조는 무상과 똑같은 스승인 처적에게서 낙발을 한 뒤, 남악의 법을 이었다. 마조를 기점으로 선종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으며 중국 조사선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정운스님(동국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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