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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이숙희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출가 꿈 포기… 부모님 권유로 결혼
남편은 무직에 술까지… 고행의 시작

부모님의 종교생활은 어머니가 1년에 한·두 번 정도 만신 집에 다니는 것이 고작이었다. 아마도 그 당시 시골 토속신앙에 가까웠던 것 같다. 어릴 적 공부가 더 하고 싶었지만 집에서 뒷바라지 해줄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집안에 보탬이 될 일을 찾기로 했다. 그리곤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일곱에 셋째 오빠를 따라 서울행 완행열차를 타고 상경했다. 낮에는 기술을 배우고 밤에는 공부를 하는 고된 생활에도 가정에 보탬이 된다는 뿌듯함과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즐거움에 힘든 줄도 몰랐다. 그 때의 즐거움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몇 번 맛 볼수 없었던 그런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셋째 오빠에게는 의형제 사이인 김씨 아저씨라는 분이 있었는데, 그분이 어느날 속세와 인연을 끊고 출가를 했다. 한참이 지난 후 도선사에서 공부하고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찾아갔다. 그 때 그 아저씨, 아니 스님은 “아주 큰 스님을 시봉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스님이 시봉하던 큰스님은 다름아닌 청담 큰스님이었다.

청담 스님 입적 후 스님은 강원도 청평사로 옮겨갔고, 그 스님을 뵈러 청평사를 자주 찾았다. 그곳에서 또 한분의 큰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고암 큰스님이었다. 이 인연은 나의 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하고 고귀한 인연이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행운이었다. 당시 내겐 불교관이 뚜렷하게 서 있지도 않았는데 어느날 고암 큰스님과 버섯을 따러 망태기 하나 들고 오봉산으로 올라갔을 때였다.

큰스님은 나를 바위에 앉혀놓고 몇 시간을 설법을 하셨다. 그 때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마음으로만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 시간이 흐른 뒤 그 설법이 금강경을 설하신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큰스님은 나 하나를 앉혀놓고 수백·수천 명의 청중으로 삼아 법문을 해주셨으니, 그때의 그 영광 그 은혜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 후에도 스님께서는 어린 것이 혼자서 절에 오는 게 기특하다며 많은 법문을 해주셨다.

그 인연으로 입산출가할 마음을 갖게 되었고 큰스님께서 일본유학을 보내줄 생각까지 하셨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포기하고 말았다. 출가의 꿈을 버리지 못한 상태로 나이 28세에 부모님의 권유로 결혼을 하게 됐다. 남편은 직업도 없었고 시집은 친정과는 너무나 다르게 딱딱한 집안이었다. 더구나 남편은 술 주정이 심했고 마주치면 큰소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정말 견딜 수가 없을 만큼 결혼 생활은 고행의 시작이었다.

눈물로 세월을 보내다가 고암 큰스님을 찾았다. 스님은 “지금 처해있는 이 환경을 수행의 도구로 삼아라”하고 말씀하셨다. 그때 스님은 조계종 종정으로 계셨고 내가 따르던 스님은 큰스님의 시자로 계셨다. 그러나 내 생활이 고행의 연속이었기에 절에 가는 일도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또한 내가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기에 현실적응에 더 많이 힘들어했다.

그러던 중에 큰 아이를 갖게 되었는데, 그 축복이 마치 고통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아이를 낳아 큰스님을 찾아뵈니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시고, 또 한분의 스님을 소개해 주시면서 가르침을 받으라고 했다. 그리고 “남편도 부처님의 화신이요 자식도 부처님의 화신이니 시봉 잘 하라”고 말씀하셨다.

주부(55·대전시 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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