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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의 원효터널

기자명 법보신문

김 상 현
동국대 교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구간의 터널을 원효터널이라고 한 것은 천성산설화에 그 유래가 있는 것 같다. 양산의 천성산(千聖山)은 원효의 척반구중(擲盤救衆)설화와 연결되어 있다. 불광산 척판암에는 이런 설화가 전한다. 척반암의 원효는 어느 날 당나라의 한 고찰이 무너져 천 명 대중이 함몰될 위기에 처해 있음을 혜안으로 살펴 알고서 한 소반을 던졌다. 그 절까지 날아간 소반이 공중을 떠다님에 대중들이 그것을 보려고 밖으로 나왔을 때 절이 무너져 다행히 대중들은 모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 소반에 쓰여 있는 ‘해동원효척반구중(海東元曉擲盤救衆)’이라는 글을 본 천 명 승려들은 신라로 와서 원효의 제자가 되었고, 원효는 이들을 천성산의 정상에 모아 놓고 『화엄경』을 강의했다. 이로해서 천성산과 화엄벌이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한다. 척반구중설화는 10세기 말에 편찬된 송고승전(宋高僧傳)에 이미 그 원형이 보일만큼 유래가 오래고, 묘향산의 척판대, 경주의 단석산 등지에도 같은 설화가 전할 정도로 그 유포가 넓다. 원효의 교화 활동은 척반구중설화나 물을 뿜어 불을 껐다는 설화에서 보듯, 흔히 신통력으로 표현되었다. 그런데 이들 설화는 당나라와 관련되어 있어서 중국에까지 미친 원효의 교화나 신통력이 일찍부터 강조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원효의 큰 교화가 전설로 전하는 천성산. 이 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원효터널이라고 명명한 것은 잘 한 일이다.

그런데 천성산의 원효터널 공사와 관련된 문제가 우리의 주목을 받아온 지 3년 만에 다시 공사를 재개하게 되어 다행이다. 지율스님의 단식이 시작되면서부터 터널 공사는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면서 3년의 세월을 보냈다. 특히 지율스님의 4차에 걸친 단식, 그것도 목숨을 건 극단적 투쟁은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졸이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 달 초 대법원은 터널공사가 천성산 생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면서 이른바 도룡뇽소송의 재항고를 기각함으로써 이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물론 아직도 환경시민단체들은 개발지상주의 경도를 비판한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들 또한 정당한 개발을 위한 국책사업의 발목을 더 이상 잡아서는 안 된다. 벌거숭이산에 나무가 우거져 그 속에 여러 야생동물이 다시 살아나게 된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멧돼지가 불어나 산기슭 농가의 농사를 망쳐놓기 일쑤인데도 만약 환경운동가들이 농민의 아픔을 외면하고 있다면, 아니 도룡뇽으로 상징되는 환경을 문제 삼아 천문학적인 액수의 피해를 국민에게 전가한 경우라면, 그것은 환경이 도리어 화근이 된 것임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환경운동은 불살생(不殺生)의 노력이라야 한다. 죽이지 말라. 아니 모든 것을 적극적로 살려가라. 살린다거나 죽인다는 말은 단순히 생명체의 생사에만 국한해서 사용하지는 않는다. 기가 죽을 수도 있고, 기를 살릴 수도 있다. 분위기에도 죽음이 있고 삶이 있다.

나라 살림도 마찬가지다. 불살생은 세상의 모든 것을 살려가는 것이다. 살림꾼은 자신의 삶도, 집안 살림도, 나라 살림도 살려간다. 도룡뇽도 살아야 하지만, 국가 경영도 도룡뇽에 의해 더 이상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 국가의 경영, 국가의 살림살이에는 국토의 균형 있는 개발도 당연히 포함된다.

정당한 개발은 환경의 파괴가 아니라 도리어 환경의 개선이 될 수도 있다. 불교의 환경운동은 불살생의 운동이라야 한다. 불살생은 살림이다. 살림에는 환경도 국가의 경영도 다 포함된다. 누가 더 많이, 더 크게 살리는 살림꾼인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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