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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헤겔 배출한 유럽불교 관문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6.06.27 10:19
  • 댓글 0

독일의 불교와 불교학

<사진설명>뮌헨 영국식 정원에 위치한 중국탑 앞에서 독일이들이 맥주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독일 불교의 역사=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가장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은 나라로 꼽힌다. 독일은 사실상 유럽에서 불교가 유입되는 관문 역할을 담당한 나라이다.

19세기 경 유럽인들은 독일 학자들이 번역한 불서를 통해 처음으로 불교를 접했다. 독일인을 비롯한 서구인들이 처음으로 접한 불교는 종교가 아닌 동양 철학 이었다.

독일에서 특히 불교가 초창기부터 주목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독일의 철학적이고 신비주의적인 풍토에 힘입은 것으로 설명된다. 14세기 에카르트와 같은 신비주의 신학자와 헤겔, 쇼펜하우어 등 19세기 철학자들이 이미 불교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이러한 분위기를 유럽 어느 나라보다 일찍 독일에서 불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상적 풍토를 조성했다. 특히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집에 불상을 모실 정도로 불교에 심취해 있었으며, 라이프니츠, 헤겔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불교를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1828년 동양학자 J. J. 슈미트가 몇 권의 불교 서적을 독일어로 변역했고, 1859년에는 독일인 쾨펜이 티베트불교에 관한 책을 출판했다. 19세기 후반부터 불교는 독일 학자들의 번역서를 통해 유럽에 들어오게 되었다. 베헤르트·벤츠·달케·니야나포니카·침머만 등 여러 학자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팔리어 경전 보급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은 노이만이었다. 노이만은 에카르트 같은 신비주의 기독교 신학자에게 깊은 존경을 표하면서 그를 위대한 지성이며, 사상가로서 기독교를 제압한 유일한 사상가라고 하여 중국의 노자에 비견했다. 하지만 노이만은 그들의 인식이 결코 붓다의 경지와는 비견될 수 없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후 헤르만 올덴버그, 칼 자이덴 슈티커 등이 중심이 되어 1903년 라이프치히에서 ‘독일을 위한 불교포교회’가 설립됐고, 1909년에는 ‘독일 팔리어 학회’가 결성됐으며, 1912년에는 ‘불교적 삶을 위한 연합’이란 단체가 결성됐다.

제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독일에서 불교 연구 및 포교가 잠시 주춤했지만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46년 독일불교협회가 재건되고 1951년에는 베를린 불교협회가 창설되는 등 불교단체들이 새롭게 발족됐다. 1960년 막스 글라호프에 의해 16개로 나뉘어져 있던 불교단체가 독일 불교도연합회(DBU)로 통합했으며, 1984년에는 연방정부에 의해 불교가 세계적 종교로 인정받게 되었다. 특히 2003년에는 독일 중고등학교 과정인 김나지움에 불교가 정규과목으로 개설될 정도로 독일인들에게 불교는 보편적인 종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독일의 불교학은 원전 연구에 집중돼 있다. 미국에서 불교학 연구가 포스트모더니즘 차원의 연구로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과 달리 독일 함부르크대학을 비롯한 유수한 대학에서 산스크리트어·팔리어·한문 원전 연구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 보쿰대 플라센 교수의 설명이다.

◇독일 불교의 현황과 전망=독일 불교연합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독일에는 40만명 정도의 불교 신자가 있으며, 수도 베를린에만 5000여 명의 불교신자가 있다. 그러나 불교를 종교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불교에 관심을 갖고 불교 수행법을 배우고 있는 잠재적인 불자까지 포함하면 독일내 불자가 최소한 100만명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독일불교연합은 불교가 호응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로 ‘기독교에 대한 회의’와 ‘평화로움에 대한 갈망’을 꼽았다.

독일불교연합의 부단장 아가야니 씨는 “많은 서구인들이 기독교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으며, 자신을 영적인 삶으로 이끌어줄 새로운 길을 불교에서 발견하고 있다”며 “불교가 서구인들에게 최고의 순수와 완벽한 자기 정화를 추구할 수 있는 고도의 철학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불교가 여전히 유행의 일부라고 지적한다. 독일에서 불교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이 받아들이는 불교는 다분히 뉴에이지 사상의 하나이며 새로운 사조에 대한 호기심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중들의 관심을 보다 심도 깊은 차원으로 유도하는 것, 그리고 이를 종교적인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바로 오늘의 독일 불교가 당면한 과제”라는 게 독일불교연합 아가야니 씨의 설명이다.

뮌헨=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원전 연구 활발…한국불교 전공자는 거의 없어

보쿰대 한국학과 플라센 교수


△플라센 교수님의 전공 분야 중의 하나가 한국의 원효 스님이라고 들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이 전공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저는 원래 중국학 전공자로 삼론종을 집대성한 길장(吉藏)에 대해 연구하다가 고려대 김하우 교수님의 논문을 통하여 원효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효가 텍스트 즉 경전을 읽는 자체를 수행으로 여기는 점과 원효가 서술한 텍스트 구조에 관심이 많습니다. 보통 스님들은 텍스트를 읽고 그 다음으로 수행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생각하기에 원효에게 있어서 텍스트는 이미 수행의 차원입니다. 원효가 경전을 서술한 구조 자체에 너무도 깊은 의미가 내포돼 있어, 글자를 통해 진리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생각합니다.

-. 독일에서 한국불교는 어디 정도로 연구되고 있습니까.
독일에서 한국학과는 아직 적으므로 한국불교에 대해서 공부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다만 보쿰대학과 함부르크대학 등 몇 개의 학교에서 한국학과가 개설돼 있습니다. 종교학이나 중국학을 하는 한국 유학생중에 가끔 불교주제로 논문을 쓰기도 하고 불교미술사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독일 현지 출신들 중에서 본격적으로 한국불교를 전공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최근 독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불교, 특히 티베트 불교에 대해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들은 바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특히 독일이 불교 연구에 대한 전통도 깊고, 일반인들의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독일인들이 불교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요.
학계에서는 쇼펜하우어를 통하여 일찍부터 불교철학이 인지되었으며 20세기 이후에는 인도학계와 중국학계에서 중요한 논문들이 발표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독일의 인도학과 중국학에서의 불교연구는 비교적으로 만족스러운 수준에 있습니다. 이미 1930년대에 중국학 학자 빌터 푸크스가 혜초에 대해서 연구했습니다.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약 13만명의 불교인들이 있으며 실제적으로 통계에 들어있지 않은 많은 사람이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반가운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분적으로 이국적 정서(exotism)로의 도피현상도 있습니다.

△독일내 한국학 연구의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현재 독일 전체에 3개의 한국학과가(Berlin. Hamburg. Bochum) 있으며 본 대학에는 한국어 번역학과가 있습니다. 일본학과와 비교할 때 아직 많이 미약할 상태입니다. 독일 한국학자들이 비교적으로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지만 독일 대학내에서의 인문과학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약간 걱정스럽습니다.

탁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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