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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황색인의 영광과 비애

기자명 이우상

두렵도록 장엄하고 정교한 기술의 후예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놀라운 상태를 불가사의(不可思議)라 한다. 〈화엄경〉에 이르기를 '부처의 지혜는 허공처럼 끝이 없고 그 법(法)인 몸은 불가사의하다'라고 했다. 앙코르가 그러했다. 세계 몇 대 불가사의라고 떠드는 호사가들의 말놀음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다. 정글 속에 묻혀있었던 보석, 앙코르를 보면서 우리의 모습을 되새기는 것은 앙코르제국의 후예들에게서 강한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황색인으로서의 외양뿐만 아니라 역사와 운명까지 참 많이 닮았다.



90년 동안 프랑스 식민지(1863-1953)였다. 그보다 더 강하게 국제사회에 알려진 것은, 내전, 킬링필드, 폴포트, 크메르루즈, 200만명 대학살 등이었다. 불과 20여년(1975년4월 - 1979년1월) 전에 인도차이나를 휩쓸었던 그 깃발의 색깔과 충격은 너무 강렬했다. 이 땅엔 그때 유신, 긴급조치라는 칼날 같은 깃발이 걸려 있었지. 79년10월 26일 그 깃발이 내려졌었고. 그래서일까. 섬뜩한 기억의 뒤편에 창창한 앙코르가 있음을 감지한 것은 오래지 않다.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이 설치된 것이 채 2년이 못된다.(2001년 4월) 게릴라적인 투혼을 가진 이들에게 여행이 가능한 것은 그 보다 이전이나 자유롭고 안전하게 방문할 수 있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래서 앙코르는 더욱 꼭꼭 숨어 있었을 수밖에.



'원 달러' 외치는 여윈 아이들

20여년의 시차가 있다지만 한반도는 어떠했던가? 일제 식민지, 6.25전쟁(남북한 통틀어 약 250만명 사상), 분단, 김일성 등이 국제사회가 한반도를 인식하는 코드가 아니었던가. 기아와 빈곤의 현장이 외국 특파원들의 포커스에 잡혀서 세계에 알려지곤 했다. 발가벗은 몸에 불록한 배, 퀭한 눈의 아이들.

한반도(그것도 남쪽만)는 이제 빈곤이 구경거리가 되는 지경에서는 벗어났다. 캄보디아는 아직 진행중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세계인이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다 못해 불가사의라고 규정하는 앙코르가 있다.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친구이다. 두렵도록 장엄하고 정교한 지혜와 기술을 가진 조상의 후예들이다. 지금 비록 조악한 공예품을 들고 관광객들에게 벌떼처럼 달려들어 '원 달러! 원달러!'를 외치지만 그들의 눈빛은 서럽도록 아름답다.


'집요함'에서 동질감 느껴

소녀는 30여분 동안 졸졸 따라다니며 원달러를 외쳤다. 나는 심술이 나서 그의 청을 거부했다. 그러자 아예 영업을 포기하고 말동무가 되기로 작정을 해버린다. 별도로 달달 외운 것이겠지만 앙코르에 대한 지식이 만만치 않다. 영어실력도 유창하다. 황색인에게는 집요한 피가 흐르고 있지. 로고스보다는 뮈토스가 종종 우세한 피. 나는 끝내 아이에게 굴복했다. 어른의 도리, 구경꾼의 염치로 그에게 물건을 샀다. 그의 표정이 더욱 환해졌다. 열한 살 딸애와 동갑내기인 행상의 그녀가 무척 사랑스럽다. 우리는 장한 문화유산을 가진 황색인의 후예들이 아닌가.

지난 1월30일, 화염에 휩싸인 프놈펜 소재 태국대사관의 정경이 외신에 보도됐다. 앙코르와트의 소유권이 태국에 있으므로 돌려 받아야 한다는 태국의 여배우 수바난트 콩양의 주장에 대한 항의 시위였다. 캄보디아 시위대 1000여 명이 태국 대사관을 점거하고 방화한 것이다. 새로울 것도 없다. 서로 앙코르제국의 후예라고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으니. 의사 표현의 방법으로 외국 공관에 대한 점거, 방화라. 이 역시 시간차가 있지만 우리와 참 많이 닮았다.



유적 복원에 전 세계 동참을

앙코르는 소유를 주장할 대상이 아니다. 물론 지금 허약한 캄보디아 경제에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발굴, 복원, 보존이다. 그것을 위해 프랑스는 이미 100여년 전부터, 일본, 중국도 지금 자본, 기술, 장비, 인력을 대고 있다. 황색인이 남긴 위대한 문화유산, 화폭에 그리는 만다라를 정글에 세운 앙코르의 복원작업에 우리는 끼어 들 수 없을까?

설계도와 대조할 것도 없다. 만다라 그림 한 장과 앙코르 유적의 항공촬영 사진을 보면 금방 아하!라고 탄성이 나온다. 똑같은 구도이다. 왜소한 황색인들이 정글에 구현하고자 했던 만다라의 정신은 무엇이었을까?

지금도 앙코르 순례자들에게 회자되는 어느 여행자가 남긴 말이 대답이다.

'친구여, 앙코르로 가라'

그래서 우리도 간다. 앙코르로. 방문이 아닌 탐사로. 구경이 아닌 사색으로. 우선 국경을 넘어야 한다.



글·사진=이우상〈소설가·대진대 문창과 겸임교수〉asdfsang@hanmail.net




'이렇게 다녀왔습니다'

3년간 준비…11살 딸과 동행

3년전부터 앙코르에 대한 병을 앓았달까. 간간이 소개되는 구절과 사진들을 보며 숨고르기를 하곤 했다. 그래서 앙코르 집중탐사라는 제목을 붙여 떠났다.

그간 들인 수업료 덕분에 이곳저곳 분주히 다니는 여행의 공허함을 깨달았으니. 여행 전문가가 되어버린 제자 김수정양을 앞잡이로 세우고 천둥벌거숭이 11살짜리 딸을 뒤따르게 그리고 성학 화백 등 몇몇이 그 뒤를 이었다.

1월 10일부터 22일까지 앙코르에 다가가서 보고 느끼고 입 벌리고. 37,8도의 기온도, 맞지 않는 음식도 장애가 되지 않았다. 매일 새벽 4시에 벌떡벌떡 잠이 깼다.



이우상



'세계 7대 불가사의' 건축물

유명한 '앙코르 왓'은 거대한 유적군의 일부

지구상에서 불가사의한 것으로 여겨지는 7가지 사물의 총칭이다. 세계문화유산을 심사하고 지정하는 기관은 있지만(유네스코) 불가사의를 규정하는 기관은 없다. 호사가, 관광객들이 지어낸 것이다. 고대 7대 불가사의는 BC 330년경 알렉산더대왕의 동방원정 이후 그리스인 여행자들에게 관광 대상이 된 7가지 건축물을 가리키는데, 1.이집트 기자에 있는 쿠푸왕의 피라미드 2. 메소포타미아 바빌론의 공중정원 3. 올림피아의 제우스상 4.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5. 할리카르나소스의 마우솔로스 능묘 6. 로도스의 크로이소스 대거상 7.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파로스 등대 등이다.

그 밖에 1. 이집트의 피라미드 2. 로마의 원형극장(콜롯세움) 3. 영국의 거석기념물(스톤헨지) 4. 이탈리아의 피사사탑 5. 이스탄불의 성소피아 성당 6. 중국의 만리장성 7. 알렉산드리아의 등대를 7대 불가사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L.코트렐은, 1.크레타섬의 미노스 궁전 2. 테베의 네크로폴리스(묘지) 3. 왕가의 계곡 4. 시리아의 팔미라 고도 5. 바위의 돔 6. 클라크 데 슈발리에(시리아의 십자군 성채) 7. 델포이의 아폴로 신전 등을 들고 있다.

하나같이 서구적 시각에서 규정된 것이다. 앙코르를 안내하는 국내 관광회사의 여행상품 광고를 보면 7대불가사의, 8대불가사의 등등 제각각이다. 7이라는 숫자는 피타고라스가 규정한 완벽한 숫자 개념이다. 태양 + 6개의 행성(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 우주이기도 하고. 이것 역시 서구적 인식의 산물이다. 앙코르는 거기에 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다라를 형상화한 것인데.

불가사의는 불교적 용어(화엄경)이며 그것을 원용한 수(數)의 단위이기도 하다. 일,십,백,천,만,억,경,해,양,구,간,정,재,극,항하사,아승기,나유타,불가사의,무량대수의 순이다.

한국에 많이 알려진 앙코르 왓(Angkor Wat)은 앙코르 유적군 중 일부이다. 비슈누(힌두교 3대신의 하나로 우주의 유지를 관장하는 신)에게 헌정된 사원으로 앙코르 유적 중 가장 잘 보존, 복원되어 있는, 크메르 건축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예술품이다. 앙코르 왓이라고 보통명사화해서 전체를 부르는 것은 현지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신라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석굴암을 신라의 전부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크메르제국의 흥망은 통일신라 말- 고려시대와 시간적 배경을 같이 한다. 불교의 번성기이다.



'만다라'는 무엇인가

인간-우주의 평면적 도식

만다라(mandala)는 원모양이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이다. 참, 본질(manda)이라는 어근과 소유, 성취(la)라는 접미사의 결합이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신성하고 기하학적인 그림으로 중심점으로부터 사방으로 뻗어 나오는 정사각형과 원으로 특정지울 수 있다. 인간은 모태 속의 작고 둥근 알에서 시작되고 몸의 기본단위인 원자는 곡선과 나선형으로 휘몰아치는 물질로 구성된 우주이다. 태양(원)과 함께 의식세계(깨어 있는 것)와 무의식세계(잠자고 있는 것)가 구분된다.

인간과 우주를 기하학적으로 평면적 도식화한 것이 만다라이고 그것을 입체화한 것이 앙코르이다. 그것도 정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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