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를 비롯한 우리민족의 신화와 설화, 향가들을 집대성해 한국사를 반만년의 역사로 끌어올린 일연 스님의 저작 삼국유사(三國遺事). 그 책이 쓰여진 시기는 몽골군의 침입으로 한반도가 폐허가 되다시피 한 1270년대였다. 국가가 풍전등화의 지경이 된 이 때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저술한 뜻은 무엇일까. 동국대 김상현 교수〈사진〉는 “나의 원형, 나의 뿌리가 짓밟힌 그 막막함 앞에서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술함으로써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시키려 했다”고 설명한다. 구산문도회를 두 번이나 주도할 만큼 당시 선종을 대표하는 고승이었던 일연 스님은 당대인들에게 희망과 용기, 자신감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삼국유사를 서술했다”는 것이다.
1206년 경산에서 태어난 일연 스님은 1214년 9세에 전라도 해양(현재의 광주) 무량사에 들어가 대웅 스님 밑에서 학문을 닦다가 1219년 승려가 되었다. 1261년(원종 2) 왕명으로 선월사(禪月寺) 주지가 되었으며, 1283년 국존(國尊)으로 추대되고 원경충조(圓經沖照)의 호를 받았다. 1284년 경상북도 군위의 인각사(麟角寺)를 중건하고 궁궐에서 구산문도회(九山門都會)를 열었다.
삼국유사는 일연 스님이 청년시절부터 수집한 사료를 토대로 그의 나이 70대 후반부터 84세에 입적할 때까지 군위 인각사에서 집필한 친필 저술이다.
탁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