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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 출산

기자명 한주영
임신을 하면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정보를 얻고 출산을 준비한다. 첫아이 임신했을 때 나는 그런 노력을 그다지 하지 않은 편이었다. 산부인과에서 준 책을 본 것이 전부였으니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건강하고 활력이 넘친다고 생각했고, 틈틈이 요가도 했으니 아이도 쑥쑥 잘 나을 것 같았다.

출산 예정일 일주일 전까지 출근을 했다. 그런데 예정일이 지난 지 일주일이 되어도 소식이 없었다. 병원에서는 유도분만을 하자고 했다. 그래서 그 날 나는 병원에 가기 위해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통증이 느껴졌다. 병원에 가는 동안 통증은 15분 간격으로 규칙적으로 왔다. 접수하면서 산통이 왔다고 말하니까, 간호사는 '아직 멀었네요'라고 말한다. 그때는 왜 그렇게 말하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목소리가 여유가 있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통증이 5분 간격으로 오기 시작하자 드디어 '아야'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보다 먼저 애 엄마가 된 동생은 '우아하게 낳는다더니...'라며 웃는다.


자신만만하던 출산

극심한 산고에 당황

'부부애'로 함께 극복




늦은 저녁 남편이 내려왔다. 나는 남편과 함께 고통을 나누었다. 점점 통증은 세차게 몰아쳤다. 병실은 2층이고 분만실은 1층이어서 병실에서 분만 대기실로 왔다 갔다 하기를 수 차례. '도대체 얼마나 더 아파야 아기가 나온다는 건지' 오후 2시경에 병원에 도착했는데 시간은 어느새 새벽으로 가고 있었다. 물론 당시에는 시계를 볼 여유조차 없었지만, 아이 출생시간이 3시 47분이니까 상당한 시간이 흘렀던 것은 사실이다. 남편은 더 이상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볼 수 없었는지, 수술이라도 해야겠다며 함께 분만대기실로 내려왔다. 간호사는 그제서야 대기실 침대 위에 올라가라고 했다. 지금까지 한번도 겪지 못한 극심한 통증에 나는 그만 어찌할 바를 몰라 소리를 질러댔다. 그때 간호사는 야단을 친다. '산모가 소리를 지르니까 아이가 힘들어하잖아요. 계속 호흡하세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호흡에 집중했다. 아이의 심장소리가 들렸다. 분만대 위로 올라가는 여자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힘을 주라는 말에 있는 힘껏 힘을 주었다. 순간 몸에서 무언가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더니 의사는 핏덩이 아이를 보여 주었다. 실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큰애가 지금 1학년이니까 지금으로부터 8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이렇듯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그때를 회상하는 지금 고통스런 느낌은 들지 않고 오히려 환희로운 기분이 든다.

비록 무통분만이라는 것이 가능할 거라는 믿음은 깨어져 버렸어도, 산고를 남편과 함께 겪은 것을 참 다행으로 생각한다. 함께 고통을 겪으면서 부부애가 더욱 두터워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한주영<불교여성개발원 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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