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가(巫歌)에 나타난 석가와 미륵 투쟁의 기원은 힌두 서사시 라마야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6월 17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된 비교민속학회 2006년도 하계학술대회에서 심재관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연구원〈사진〉은 좥석가-미륵 투쟁신화의 인도적 기원-인도 선악투쟁신화들에 대한 비교론적 관점에서좦를 발표했다. 심 연구원은 1923년 손진태가 채록한 『조선신가유편』의 ‘창세가’ 속에 수록된 석가와 미륵의 경쟁설화와 불교의 자타까를 중심으로 한 일부 불전들, 그리고 힌두교의 산스크리트 라마야나와의 관계를 분석했다.
한국 무가에 등장하는 미륵은 석가와 경쟁을 하는 상대이다. 여기에서 석가는 악(惡)으로 미륵은 선(善)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이는 후기 베다문헌을 포함하여 힌두 신화 전체에서 나타나는 데바-아수라의 대립관계가 중국을 거쳐 한국 무속에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석가-미륵 투쟁설화로 변형됐다는 것이 심 연구원의 설명이다.
라마야나는 스리랑카, 태국, 인도네시아 등 남방불교 유입지역뿐만 아니라 티베트, 중국, 몽골에까지 등장하는 설화이다. 그동안 해외에서는 이 설화와 관련된 연극과 문학, 역사적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한국에서는 라마야나와 불교설화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적이 없다. 이번에 발표된 심 연구원의 논문은 국내 최초로 라마야나와 불교설화를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심 연구원은 “인도의 후기베다 문학에 등장하는 선악대립구도는 인도-유럽 계통의 공통된 신화에서 비롯된 것이며, 불교의 자타카 속에서 각색된 설화가 동아시아 일대로 퍼지면서 토착종교와의 습합 속에서 다시 한번 각색됐다”고 설명했다. 즉 한국에 처음 유입됐을 당시에는 부처님의 전생담으로 들어온 설화가 무가에 흡수되면서 불교적인 캐릭터인 석가와 미륵으로 각색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석가모니가 악의 대상으로 묘사된 것일까. 그것은 “불교가 유입되면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무속 내지 토속종교의 입장에서 붓다는 곧 자신들의 적이었으므로 붓다를 악의 대상으로 묘사했을 것”이라는 것이 심재관 연구원의 설명이다.
탁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