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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마다 어린이시설을

기자명 법보신문

송 석 구
전 동국대 총장

몇일전 딸과 사위가 일곱 살 된 외손녀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유치원에 다니는 손녀가 무슨 말 끝에 느닷없이 “할아버지, 우리반 애들은 모두 하느님을 믿는데 나만 부처님 믿는다고 그랬어요.”라고 말한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응, 잘했어 잘했어.”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곧바로 서재로 내려갔는데, 손녀가 서재까지 따라 내려왔다. 그리고 내 서재에 모신 부처님을 보고 “나 부처님한테 절해도 돼?”하고 절을 한다. 나는 “세 번만 해라” 하고는 하도 기특해 내려다보고 있는데 손바닥까지 하늘을 보게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 부모가 삼각산 등산을 하는 도중 일선사에 들러 참배를 하면서 이놈에게도 그것을 시킨 모양이었다.

사실 나는 애들에게 크게 이렇다 할 무엇을 해준 것은 없어도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절에 가서 나 집에서 기도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이 불자로 자라 성장한 후에도 불심을 잊지 않고 지금까지 절을 찾는 것을 내심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손녀까지 부처님께 덥석덥석 절을 하니 내 마음의 희열은 어떠할 것인가. 내가 이놈에게 얼마 안되는 유산까지 주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다.

신심은 아주 어렸을 때 부모의 행동과 말을 보고 배우는 것이 확실하다. 우리가 불교포교를 하자고 거듭 말하지만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어린이 포교이다.

얼마전 통계청의 2005 인구총조사의 연령별 불교인구 분석결과 10대 불자가 16.5%가 감소되었다는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지난 10년간 종교를 가진 10대 인구의 비율은 1.6%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불자는 16.5% 감소했다. 더구나 종교별 구성비율도 2.3%나 줄어들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비해 가톨릭은 8.4% 증가했다.

1995년 10대 불자의 수는 138만7839명이었으나 2005년 115만9470명으로 조사됐다. 10년새 22만8369명이 줄어든 것이다. 하루에 100명 포교도 시원치 않은 현실에서 이와같이 많은 수가 감소한 것은 불교포교에 이상이 있다는 말이다. 더구나 이러한 감소는 10대 뿐만 아니라 20대는 13.7%, 30대는 22.3%가 줄어들었다. 증가 추세에 있는 40대도 불교가 22.4%, 개신교가 28.5%, 가톨릭이 무려 103.7%이고 50대는 불교가 17.6%, 개신교 37.4%, 가톨릭 143.6%, 60대는 불교 50.8%, 개신교 87.3%, 가톨릭 162.3%이다. 40·50·60대의 증가추세가 가톨릭은 2배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년층의 불자가 증가하였다 하더라도 개신교나 가톨릭의 증가 추세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제 노년층 불교도가 많아진다는 말도 옛말이 되고 있다. 이는 노년층도 종교를 선택하는 데 있어 실리적인 면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노년층의 복지시설이 가장 많은 가톨릭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최근 불교계 신문을 보면 산사에서의 수련대회에 관한 내용과 명상-수행 프로그램들이 연일 크게 장식되고 있다. 그 중에는 어김없이 청소년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심지어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어 어린이 한문학당도 인기가 있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어린이 청소년을 불교로 이끌어 보자는 의도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청소년 포교뿐 아니라 모든 포교 분야가 유행 따라 변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우리의 선각자들은 모두 어린이포교를 우선하여 유치원과 어린이시설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에 지관 스님이 각 사찰마다 어린이 시설을 설치를 의무화하겠다는 정책발표는 종단 현실에 있어서 상당히 고무적인 조치이다. 이를 100년 정책으로 삼아 집중적이고 일관성 있게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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