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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할 거라면 차라리…

기자명 법보신문

효 림 스님
실천불교 대표

탐간영초(探竿影草)라는 말이 있다. 도둑이 밤에 남의 집에 들어가려 할 때 풀 몇 가닥을 문밖에서 흔들어 안에 있는 사람이 잠을 자는 지 깨어있는지를 먼저 탐색 하는 것이다. 선문에서는 선지식이 찾아온 수선납자를 먼저 그와 같은 방법으로 탐색해 시험해 본다는 의미다.

축구를 할 때도 서로 상대의 전력을 알지 못할 때는 이리 저리 상대의 기량을 실험해보는 탐색을 벌인다. 그리고 상대의 약한 부분이 어디인가를 알게 되면 감독은 선수들에게 그 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라고 지시한다. 이와 같은 탐색은 운동선수들만의 것은 아니다. 어느 집단이나 새로운 권력자가 등장하면 권력자의 주변 사람들은 그 권력자의 약점과 허점이 어디인가를 열심히 탐색한다. 그리고 그 부분을 실로 가공할 만한 방법으로 공략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한다. 그래서 예부터 위대한 지도자는 주변사람들과 측근들에게 자신의 약점이나 허점을 절대로 노출하지 않았다. 반면 자신의 약한 부분을 쉽게 노출한 지도자는 일찍 몰락해 일신을 망치고 역사에 치욕을 남긴다.

지관 스님이 총무원장으로 선출 된지도 1년여가 가까워온다. 그동안 총무원장 스님은 종단의 정치와는 거리가 먼 학승으로 살아오신 분이다. 근자 학문을 하는 승려로서는 가장 큰 업적을 이룬 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한 분이 갑자기 주변사람들로부터 추대를 받고 권장을 받아 총무원장 선거에 참여하였고, 평소 그 학덕과 업적을 높이 사서 종도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지관 스님은 오래전에 동대 총장을 하신 것과 그보다 더 오래전에 해인사 주지를 하신 것 외에는 종단에서 특별히 보직을 수행한 일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종단의 정치승들은 지난 수개월 동안 매우 치열하게도 탐간영초(探竿影草)를 해왔다. 그 결과 지관 총무원장 스님은 본인의 허점과 약점이 주변과 정치승들에게 모조리 드러나고 말았다. 그리하여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원장 스님의 주변 정치승들은 집요하게도 원장을 공격하고 물어뜯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장 종단을 위하고 원장 스님을 위해 충성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먹이를 착실하게 챙기고 있는 것이다.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제 이쯤에서 지관 총무원장 스님은 원장자리를 마무리하고 용퇴를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리하여 당신 본연의 자리인 학자의 자리로 돌아가셨으면 한다. 우리 종단에서 총무원장이라는 자리는 지나치게 바람을 많이 타는 자리다. 그래서 열에 일곱·여덟은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지관 스님의 앞선 총무원장들만 돌아보아도 고산, 정대, 법장 스님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한결 같이 크고 작은 보직을 수행하고 오랜 세월을 종단의 정치를 해온 노련한 분들이었다. 그러한 분들도 모두 중도하차하고 말았는데 지관 스님같이 고고하게 학문만 닦아 오신 분이 어떻게 험난한 종단의 파고를 이겨내고 임기를 마치길 바라겠는가.

이제 지금 이 시점에서는 자신의 주변을 살펴보셔야한다. ‘내가 지금 누구에게 업혀서 가고 있으며 그들이 종단 안과 밖에서 어떤 평판을 받고 있는 인물들인가.’ 하는 것도 한번 살펴보시라는 것이다. 지금 그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모두 그들의 말이 옳게 느껴지지만 결국 그것은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는 것이다.

왜 내가 이 시점에서 굳이 이런 말씀을 공개적으로 올리는가. 나 같이 종단 일에 손을 떼고 멀리서 보고 있는 사람의 눈에도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하시는 일이 매우 아마추어적이며 서툴 뿐 아니라, 지나치게 편협하게 일을 처리하고 계시는 것으로 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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