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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과 일상생활

기자명 법보신문

송 석 구
전 동국대 총장

우리 불교는 단적으로 깨달음의 종교라고 말한다. 무엇을 깨닫느냐 하고 묻는다면 마음이 곧 부처요, 마음이 깨끗하면(心淸淨) 현실도 깨끗하다(國土淨)고 대답한다.

이러한 내용은 부처님의 만고의 진리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체험하고 실천하는 데는 만만치 않은 장벽이 있다. 내 마음이 본래 청정하다면 왜 나의 현실은 청정하지 못한가? 물론 그것은 너의 전생의 업으로 인한 번뇌·망상이 덮혀서 그런 결과가 일어난 것이라고 치부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업장을 녹이기 위하여 수행하면 된다.

그러나 진정한 우리의 의문은 여기서부터다. 물론 업장을 녹이기 위해 염불·참선·주력 등의 많은 방법이 제기돼 있다. 여기서 그렇게 수행할 때 첫째 우리는 마음의 본성이 청정심에서 얼마나 안식을 취할 수 있을까? 둘째 마음의 본서인 청정심과 일상생활을 얼마나 합일시킬 수 있는가? 그리고 셋째 그 청정심을 가지고 우리의 일상적 생활 조건을 얼마나 순화·변화시킬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수행을 직접해보면 안식의 정도를 알 수 있다고 대답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질문인 청정심과 일상생활의 합일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먼저 우리의 일상생활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서 움직이고(行) 머물고(住), 앉고(坐) 눕고(臥) 하는 일이다. 움직이는 것은 경제생활을 위하여 직업을 갖고 부단히 활동하는 것이다. 머문다는 것은 쉬기도 하고 앉고 잠자는 모든 일을 통칭한다.
 
이러한 일상생활은 정신생활보다 물질적 생활이 중심이 된다. 우리의 일상생활이 항상 청정하다면 이러한 질문도 요구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생활은 거의 그 뿌리를 욕망과 성냄과 무지에 두고 있다. 그러나 그 욕망이 분수를 넘지 않을 시에는 생명의 약동일 것이고 성냄이 없을 경우는 환희의 감정이 일어날 것이요 어리석지 않으면 지혜로서 자유가 구가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러한 부정적 감정을 긍정적 감정으로 전환시키지 못한 채 불안과 초조로 일관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물질적 보시로 부정적 감정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습관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킨 진정한 마음의 본성과 일상생활의 합일이 중요하다.

우리의 습관적인 생각은 이 일상생활이 확실히 실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은 이 일상생활은 누구에게나 욕망, 성냄, 무지에 의하여 만들어진 허구인 것이다. 허구이지만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일상생활이 허구이지만 누구도 허구인지 알지 못하면 그것은 허구 아닌 실재라는 착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습관적 일상적 현실을 깨어버리고 순수절대의 청정자성의 세계로 전환하여야 한다. 그것이 곧 현실의 허구성 허망성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다. 어리석을(迷) 때는 극락이 십만 팔천리라는 거리가 있지만 깨달았을(悟) 때는 그 마음의 청정함을 따라서 곧 불국토가 청정한 것이다.(隨其心淨卽國土淨)

꿈속의 사람이라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꿈속에는 확실히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을 깨면 꿈은 없어지고 그 꿈속의 사람도 없어진다.

철저한 부정은 철저한 긍정이다. 있다 없다가 아니라 있다 없다는 생각을 넘어서는 것이다. 있다라고 하면 있다에 집착하는 것이요 없다고 하면 없음에 집착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 생각이 일어나면 그 뿌리가 본래 없음을 아는 그것이 곧 청정(淸淨)이다.

매미소리가 들려온다. 염불하는 사람도 염불에 일심칭명(一心稱名) 할 것이고, 화두 드는 분은 의단(疑團)을 더욱 돈독히 하면 깨달음과 일상생활은 합일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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