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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윳따니까야』 ⑦

기자명 법보신문

공간불변 주장은 불법에 정면으로 배치

쌍윳따니까야에 나타난 중요한 경전 가운데 하나가 「일체의 경」이다. 이 단순하고도 명료한 경전은 우주적인 시공간과 더불어 현상세계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하는 데 대한 명료한 근원적 해명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시간은 시작이 있는가 없는가? 윤회는 언제 시작되었고 언제 끝나는가? 우주는 끝이 있는가 우주는 끝이 없는가 등의 난해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일체의 경은 아래와 같다.

한 때 세존께서 싸밧티 시에 계셨다. “수행승들이여, 나는 그대들에게 일체에 관하여 설할 것이니 듣고 잘 새기도록 해라. 내가 설하겠다. 수행승들이여, 일체란 무엇인가? 시각과 형상, 청각과 소리, 후각과 냄새, 미각과 맛, 촉각과 감촉, 정신과 사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을 실로 일체라고 한다.

수행승들이여, ‘나는 이러한 일체를 부인하고 다른 일체를 알려주겠다.’고 말하면, 그것은 단지 말뿐이며 질문을 받으면 답변하지 못하고, 더 나아가 곤혹에 빠질 것이다.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수행승들이여,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그 영역 안에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일체라는 것에 대하여 붓다고싸는 주석서에서 네 가지로 밝히고 있다. ① 모든 것을 포함하는 일체:부처님의 전지성(全知性)으로 알려질 수 있는 모든 것 ② 감역의 일체:네 가지 영역[三界와 涅槃]의 현상을 포함하는 것 ③ 개체의 일체: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의 모든 개체 ④ 부분적인 일체:다섯 가지 물질적 감각대상으로 구분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한 아비달마적인 해석은 필요하지 않다. 부처님은 협의의 의미이든 광의의 의미이든 일체는 모두 여섯 가지 감역에 포함된다고 보았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일체는 시공간의 세계를 포함하는 일체의 세계를 말한다. 이 의미는 시각과 형상의 감역이나 청각과 소리의 감역이나, 후각과 냄새의 감역이나 미각과 맛의 감역이나 촉각과 감촉의 감역이나 정신과 사실의 감역에서 시공간이 파생되어 나온 것이지 그 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해준다.

시공간이라는 일체가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일체를 부인하고 다른 일체를 알려주겠다.’고 말하는 것인데, 그것은 단지 말뿐이며 질문을 받으면 답변하지 못하고 곤혹에 빠지는 것이라고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시공간이 먼저 있어서 그것으로 시각현상을 설명하려 한다면 말뿐인 것이지 어떠한 본성도 밝혀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시공간이 먼저 있어서 그것으로 청각현상을 설명하려 한다면, 그것은 언어적인 유희에 불과한 것이지 그것으로 어떠한 시공간의 본질도 밝혀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시공간이 먼저 있어서 그것으로 후각현상을 설명하려 한다면, 그것은 언어적인 유희에 불과한 것이지 그것으로 어떠한 시공간의 본질도 밝혀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시공간이 먼저 있어서 그것으로 미각현상을 설명하려 한다면, 그것은 언어적인 유희에 불과한 것이지 그것으로 어떠한 시공간의 본질도 밝혀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시공간이 먼저 있어서 그것으로 촉각현상을 설명하려 한다면, 그것은 언어적인 유희에 불과한 것이지 그것으로 어떠한 시공간의 본질도 밝혀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시공간이 먼저 있어서 그것으로 정신현상을 설명하려 한다면, 그것은 언어적인 유희에 불과한 것이지 그것으로 어떠한 시공간의 본질도 밝혀내지 못한다. 아비달마의 철학에서 공간은 열반처럼 불변하는 것이라고 한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시공간은 여섯 가지 감역의 바다에서 조건지어져서 파생된 개념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시공간이 먼저 존재하고 감각의 장을 소유하고 있는 우리가 거기서 파생된 것이라는 거꾸로 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한, 우리에게 자유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해답 없는 의문만을 제기하는 시공간의 영원한 감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부처님은 ‘누구나 와서 보라.’고 할 수 있는 바로 지금 여기이고 일체라는 사실을 말씀하시고 있는 것이다.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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