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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윳따니까야』 ⑧

기자명 법보신문

욕망·탐욕이 감각의 고요함 깨는 원인

여섯 가지의 감각의 장인 시각의 바다, 청각의 바다, 후각의 바다, 미각의 바다, 촉각의 바다, 정신의 바다가 있는데 그것이 일체라는 것을 우리는 살펴보았다.

그런데 고요한 바다에서 파도가 몰아치듯, 이러한 일체의 세계에 파도가 몰아친다. 경전은 이 파도는 시각의 장에서 시각이 형상에 묶이고 형상이 시각에 묶임으로써 일어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묶임이 풀어진다면 바다의 파도는 가라앉는다.

쌍윳따니까야에는 유명한 꼿티따의 경이 있다.

이 경은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지혜의 제일인자인 싸리뿟따와 논리분석의 제일인자인 마하 꼿티따 사이의 바라나씨 시의 녹자모강당에서의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마하 꼿티따가 싸리뿟따에게 물었다.

‘벗이여 싸리뿟따여, 어떻습니까? 시각이 형상을 묶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형상이 시각을 묶고 있는 것입니까? 청각이 소리를 묶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소리가 청각을 묶고 있는 것입니까? 후각이 냄새를 묶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냄새가 후각을 묶고 있는 것입니까? 미각이 맛을 묶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맛이 미각을 묶고 있는 것입니까? 촉각이 감촉을 묶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감촉이 촉각을 묶고 있는 것입니까? 정신이 사실을 묶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사실이 정신을 묶고 있는 것입니까?’

우리는 시각으로 형상을 파악하기 때문에 시각이 형상을 묶는 것이라고 파악하던가, 형상에 압도되어 형상이 시각을 사로잡는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형상으로 이루어진 시각의 바다를 떠도는 우리에게 해탈의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시각과 형상의 약육강식 속에서 파도치고 소용돌이치는 시각의 바다에서 우리는 난파되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청각의 바다, 후각의 바다, 미각의 바다, 촉각의 바다, 정신의 바다에서 난파되어 버릴 것이다.

그러나 이 바다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잘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지혜로운 싸리뿟따는 마하 꼿티따에게 다음과 같이 되묻는다.

‘벗이여, 예를 들어 검은 소와 흰 소가 하나의 밧줄이나 멍에 줄에 묶여 있는데, 누군가 검은 소가 흰 소를 묶고 있는 것라든가 흰 소가 검은 소를 묶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는 옳게 말하는 것입니까?’

그러자 마하 꼿티따는 이와 같이 대답한다.

“벗이여, 그렇지 않습니다. 벗이여, 검은 소가 흰 소를 묶고 있는 자도 아니고 흰 소가 검은 소를 묶고 있는 자도 아닙니다. 단지 하나의 밧줄이나 멍에 줄에 묶여 있는 것입니다. 그것들은 거기에 묶여 있습니다.”

싸리뿟따가 이 대답을 받아서 설명한다.

‘벗이여 꼿티따여, 이와 같이 시각이 형상을 묶고 있는 것도 형상이 시각을 묶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양자를 조건으로 생겨난 욕망과 탐욕이 있는데 그것에 묶여 있는 것입니다. 청각이 소리를 묶고 있는 것도 소리가 청각을 묶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양자를 조건으로 생겨난 욕망과 탐욕이 있는데 그것에 묶여 있는 것입니다. 후각이 냄새를 묶고 있는 것도 냄새가 후각을 묶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양자를 조건으로 생겨난 욕망과 탐욕이 있는데 그것에 묶여 있는 것입니다. 미각이 맛을 묶고 있는 것도 맛이 미각을 묶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양자를 조건으로 생겨난 욕망과 탐욕이 있는데 그것에 묶여 있는 것입니다.

촉각이 감촉을 묶고 있는 것도 감촉이 촉각을 묶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양자를 조건으로 생겨난 욕망과 탐욕이 있는데 그것에 묶여 있는 것입니다. 정신이 사실을 묶고 있는 것도 사실이 정신을 묶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양자를 조건으로 생겨난 욕망과 탐욕이 있는데 그것에 묶여 있는 것입니다.’

고요한 시각의 바다에 파도와 소용돌이가 치는 것은 시각과 형상을 묶는 욕망과 탐욕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청각의 바다에 파도와 소용돌이가 치는 것은 청각과 소리을 묶는 욕망과 탐욕 때문이다
.
이처럼 모든 바다에 파도와 소용돌이가 치는 이유는 욕망과 탐욕 때문이다. 따라서 명경지수와 같은 고요한 바다를 만들려면, 욕망과 탐욕을 여의지 않으면 안 된다. 바다에는 파도가 일어나는 조건이 있는데, 그 조건을 없애면, 파도는 일어나지 않는다.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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