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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선법회 ⑫

기자명 법보신문

부동심 상태 체험…깨달음으로 오해 말라
경지 운운은 부처님 수행체계 무시한 탓

지관 수행에 있어서 지는 사마타를 닦아 얻어진 경지를 말하고 관은 위빠사나를 닦아 법의 본성을 보는 경지를 말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럼 사마타를 닦아 지를 얻게 되면 어떤 경지를 체험하게 됩니까.

지(止)는 번뇌가 그친 상태를 가리킨다고 이미 설명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마타의 경지는 깨달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혜를 낳지 못하기 때문에 번뇌가 그쳤다 할지라도 완전한 경지가 되지 못합니다.

번뇌가 그치기는 그쳤는데 모두 그친 것이 아니라 굵고 거친 번뇌만 그친 것입니다. 중생들의 나고 죽음의 뿌리가 되는 근본 번뇌로서의 무명은 파괴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마타는 미세한 근본 번뇌인 무명을 제거하기 전에 닦는 방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마음을 정화시켜 청정하게 하는 방편으로 세 단계를 두었습니다. 첫 단계가 계학이요, 둘째 단계가 정학이요, 세 번째 단계가 혜학입니다.

사마타는 이 가운데 두 번째 단계인 정학에 속합니다. 사마타를 통해서 번뇌망상이 그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마음에 흔들림이 없는 일경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단계인 혜학은 위빠사나에 해당되는데 여기에서 지혜가 열리고 이 지혜로써 미세번뇌인 근본무명을 완전히 파괴시켜 수행을 완성하게 됩니다. 즉 부처를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마타를 닦아 완전하지는 않지만 번뇌가 그치게 되면 어떤 이익과 공덕이 있는가하면, 중생을 흔들고 억압하고 괴롭히는 번뇌들이 제거된다고 하겠습니다. 중생들에게 일어나는 번뇌의 수요가 항하의 모래알 수처럼 많지만 사마타를 닦게 되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근본번뇌와 지엽번뇌가 그것입니다.

여기서 근본 번뇌란 생사윤회의 주체가 되는 무명이고, 지엽번뇌란 근본번뇌에서 야기되어지는 수많은 번뇌들입니다. 사마타를 닦게 되면 지엽번뇌들이 다스려지게 되는데 그 번뇌들은 대략 감각적 욕망, 악의, 도거, 혼침, 의심 등으로 압축됩니다. 감각적 욕망의 번뇌는 마음이 대상을 따라 즐기려는 마음이고, 악의는 상대방에 대해 적개심을 품거나 미워하는 마음입니다. 또 도거는 불안하고 외롭고 들뜨는 마음이며 혼침은 우울하거나 혼란한 마음이고, 의심은 진리에 대하여 의심하거나 혹은 공포·나약한 마음 등을 가리킵니다. 이 다섯 가지 번뇌들을 경전에서는 중생의 지혜를 덮는다 하여 오개라고 하는데, 사마타를 이루게 되면 오개가 사라져 마음에 동요가 없으므로 정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설혹 완전한 해탈은 이루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와 같은 오개를 항복시켜 정을 이루게 되면 일상 생활속에서 희열과 기쁨, 충만감, 상대와 내가 하나가 된 듯한 일체감, 세상에 대한 겸허함, 존재에 대한 연민, 수행에 대한 자신감, 법에 대한 확신 등의 공덕을 체험하게 되는 등 여러 가지 이익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 주의할 것은 수행자가 이와 같은 사마타를 닦아 위에서 말한 경지를 체험하게 되면 그 경지를 잘못 오인하여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수행을 하다가 한 생각이 끊어졌네, 우주와 하나가 되었네, 내가 없어졌느니 하는 말들은 모두 작은 것을 얻고 큰 것을 이룬 것처럼 오해한데서 나온 말들입니다.

요즘 참선을 한 사람들 가운데 스승의 인가를 받았다고 하면서 이런 경지를 내세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이러한 문제가 왜 생기는가 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밀하게 공부하지 않고 나름대로 혼자 수행한 스승을 통해 공부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병통은 수행자들이 불교수행을 하면서도 정작 부처님이 설하신 수행체계를 무시하는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사마타 수행의 한계는 근본무명을 타파시키지 못한다는 것 외에도, 수행을 계속하지 않으면 다시 미혹해진다는 점에 있습니다. 즉, 수행을 계속하지 않으면 위에서 말한 오개는 다시 일어나게 됩니다.
 
유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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