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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오류 더 이상 변명 말고 당장 바꿔야”

기자명 법보신문
  • 교계
  • 입력 2006.09.04 09:57
  • 댓글 0

특별기고 - 이 치 란 세계불교연구원장

불타 석가모니의 생몰연대에 대한 논쟁은 아주 오래 전부터 남방설과 북방설이 병존해 왔었다. 북방 이른바 중앙아시아, 중국, 한국, 일본은 북방설을 따랐기 때문에 ‘3000년 설’을 사용해 왔고, 남방 즉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은 ‘2500년 설’을 사용해왔었다. 이같이 각기 다른 불기연대를 사용하면서도 불기는 불탄년이 아닌 불멸년(佛滅年)을 기원으로 삼았음은 남 · 북방이 그나마 공통으로 인식한 바이다. 그것은 부처님의 열반을 기준으로 기년(紀年)을 삼았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경우 예수의 탄생을 기년으로 삼고 있는데, 1949년 <사해문서> 발견을 통해 계산해 보니 사실은 몇 년 정도 차이가 나고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학자들 간에는 불타의 정확한 생몰연대에 대한 연구가 아직도 진행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기연대의 통일을 보게 된 것은 1956년 10월 14일 네팔 카투만두와 룸비니에서 열린 ‘제4차 세계불교도우의회 총회’에서이다. 이 때 대회에 참석한 대표들은 룸비니에서 선언문을 채택하게 됐다. 당시 특이한 사항은 불타 석가모니께서 열반한지 2500주년이 된다고 의견일치를 보고 불멸 2500주년 다례(茶禮)를 올렸다는 점이다. 물론 ‘2500년 설’에 동의하기까지는 6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서가 있다.

부처님은 음력 4월 15일 열반에 드셨다. 남방에서는 ‘웨사카’라고 해서 불타의 탄생과 성도, 열반을 같은 날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1956년 10월에 다례를 올렸지만, 이 다례행사는 1957년 음력 4월 보름의 ‘웨사카’를 미리 당겨서 모신 것이다. 세계불교도우의회 총회는 2년 주기로 결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1년 먼저 다례를 올리고, 각 나라에서는 1957년을 2500주년으로 하여 불기를 기산하도록 한 것이다. 나는 이 내용을 WFB 창립 멤버인 미국(하와이) 대표 미야바라, 말레이시아 대표 티텐츄와 구릉 한, 스리랑카 대표 아난다 구르게로부터 직접 듣고 확인했다. 그래서 1958년 11월 24일 태국에서 개최된 방콕대회에서는 불기 2501년이라고 분명하게 명시하였던 것이다. 이 부분은 미야바라의 ‘WFB 약사(略史)’에서도 확인되는 바이다.

현대 세계불교사에 아주 중요하게 기록돼야 할 창립대회의 결정사항은 △ 담마차크라(Dhammacakra(p), Dharmacakra(s) 법륜(法輪)을 불교의 상징 마크로 채택 △ 6색의 세계불교기(旗) 제정 △ 소승(히나야나 Hinaya) 대신 상좌(上座 Theravada)불교로 호칭 등이다. 그리고 여기에 불기(佛紀) 통일문제도 상정되었으나 남북방간의 대립이 워낙 거세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차기대회의 현안으로 넘기게 됐다.

불기 문제는 1952년 동경대회와 1954년 미얀마 양곤(당시 버마 랭군) 대회에서도 거론됐었지만, 역시 합의를 보지 못했고 결국 불타 탄생지인 룸비니에서 개최된 1956년 바즈라야나(티베트불교)의 적극 동의하에 결정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기록은 WFB 창립멤버인 원로들에게서 직접 확인한 사실이다. 또 이 대회에는 한국불교 대표단이 옵서버 자격으로 처음 참석하여 ‘최초 세계불교대회 참가’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다.

이제 불기의 사용현황에 대해서 살펴보자. 동남아의 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테라바다 불교권과 일본은 금년 기준 2549년을 사용하고 있다. 또 인도와 방글라데시, 네팔은 2549년을 사용하는데 반하여 같은 인도권역인 스리랑카만은 2550년을 사용하고 있다. 북방불교권에서는 한국만이 2550년을 사용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경우 당시 네팔대회에 참석했던 대표단의 착오 때문에 2550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리랑카에는 WFB 지부가 2개가 있는데, 불기에 대한 견해가 서로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는 WFB의 창립자 말라라세케라 박사의 제자로서 창립대회부터 일을 거들었던 아난다 구르게 박사의 기고문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기고문에 따르면 실론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불기 2천 5백년 설을 사용해 왔다. 또 스리랑카에서 열린 WFB 창립기록을 살펴보면 불기 2493년(서기 1950) 5월 25일이라고 명문화되어 있다. 현 WFB 공용불기와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이른 시기부터 불기를 사용해왔던 이유는 영국식민지 하에서 서기에 대항하는 방편으로서 아쇼카 석주와 도사(島史)에 근거한 ‘2500년 설’을 불기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또 당시부터 불교기와 법륜도 이미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아난다 구르게 박사는 학자이자 외교관이고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영어, 불어에 능통한 스리랑카의 대석학이다. 나는 이 분의 기고를 확신한다. 따라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리랑카의 불기도 1년의 착오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필요하다면 증거를 제시하겠다.

나는 약 30년간의 WFB 활동을 통해 태국 대표와 일본 대표들의 태도가 WFB 내에서도 가장 진지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또 준비가 철저하기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그렇게 꼼꼼한 일본이 불기(佛紀) 결정 문제를 소홀하게 넘어갔을 리가 없다. 일본학자들이 연구해 놓은 저서나 논문은 토씨 하나도 철저하게 따르면서 불기 문제는 도외시하는 한국불교계의 인식이 이상할 따름이다.

한국의 잘못된 불기문제는 1990년 10월 22일부터 29일에 개최된 제17차 WFB 서울대회에서 불거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서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대회를 진행하며 불기에 대한 WFB 본부의 수정 요구가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소수의 WFB 관계자나 속을 태웠지 한국 불교계나 교계 언론 등에서 이 문제는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서 필자는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불교신문의 전신인 ‘대한불교’를 열람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지난 호 법보신문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1970년 9월 20일자(370호)는 불기 2513년 9월 20일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 다음 주신문인 9월 27일자 371호에는 불기 2514년 9월 27일로 1년의 격차가 1주일 사이에 벌어져 있음을 확인하고 교계신문에 제보한 바 있으나, 교계에서 몇 일간 논란을 일으키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 버렸다. 모든 공문서나 기록 문건들이 이미 잘못된 불기로 표기되어있는데 고칠 필요가 뭐있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이유였다.

불기는 한국불교계에서도 국제통용 불기를 사용해 왔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1956년 네팔 대회에는 한국불교계의 이름난 고승들이 처음으로 참가한 대회였고, 귀국해서 불기를 바로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 정확한 정보를 가져왔을 것이고 어느 시기인지는 불확실하지만, 국제 공용 불기를 사용하는데 이 분들의 의사가 반영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방법은 하나뿐이다. 지금이라도 통일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3천년설을 사용한다면 모르겠으나 ‘2500년 설’에 동의한다면 여러 나라에서 사용하는 불기연대로 통일하는 것이 편리하며, 세계불교와의 교류차원에서도 1년을 환원시켜야 한다고 본다.

중국의 예를 들지만, 중국불교는 다시 시작하는 불교이지 역사 속에 남아있는 그 중국불교는 아니다. 중국불교의 5가7종과 교학의 전통은 대만과 홍콩이 계승하였고, 도교의 맥은 홍콩 대만과 말레이시아의 밀림으로 전수되어 간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고, 대만이나 중국은 정통성문제 때문에 자기 나라의 연호 사용을 선호하지 불기의 사용은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지난 WFB 제23차 대만대회에서 대만도 분명히 불기 2549년(서기 2006년)으로 사용했음을 밝힌다.

이제는 더 이상 불기문제로 인하여 변명하거나 에너지를 낭비할 것이 아니라 국제 불교사회와 함께 하는 한국불교의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의하건대, 각 종단은 물론 불교TV, 불교방송, 교계언론과 주요단체들은 이제 글로벌 시대에 부응하여 국제 불교 전문가를 단 한명이라도 보유하면서 대외 협력관계를 개선해야한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용단을 내리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문제가 대두될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불기만이라도 국제통용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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