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팔공산 은해사는 8월 30일 수림장에 고인의 유골을 봉안한 유족 50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천도대재 및 고인 나무와의 만남 행사를 가졌다. |
사찰 수목장(樹木葬)이나 수림장(樹林葬)에 불자는 물론 이웃 종교인들까지 몰리고 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장묘문화센터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이루어진 장묘 상담 실적 1만143건을 분석한 결과, 산골에 대한 상담이 40%(4038건)를 차지할 정도로 수목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사회적인 흐름이 사찰 수목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신라 1000년의 아름다운 불교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경주 함월산 기림사(주지 종광 스님) 수목장의 경우 매주 한 그루의 나무가 망자의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5월 11일 개원한 기림사 수목장에 불자와 개신교, 가톨릭 등 이웃 종교인들이 찾는 이유는 함월산 자락에 자생하고 있는 나무들이 100세 이상의 고령인 소나무와 잣나무 등 토종 식생으로, 망자 나무로서의 격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함월산에 볕이 잘 든다는 것도 기림사 수목장의 장점이다. 기림사 소임자 스님들은 매일 망자들을 위해 축원을 올리고 명절이나 재일이면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기도를 봉행하기도 한다. 기림사 수목장에는 매주 3건 이상의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 중 한 건은 분양이 성사되고 있다. 기림사 혜범 스님은 “수목장이 가장 친환경적인 장례법이라는 인식이 대중화되면서 이웃 종교인들까지 사찰 수목장에 망자를 모시고 있다”고 이용 현황을 설명했다. 054)744-2292
사찰 수목장 시대를 활짝 연 팔공산 은해사(주지 법타 스님) 수림장 역시 개원 1년 8개월 만에 200여기 이상의 수림장 나무를 분양했을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다. 매주 평균 2~3기가 분양되고 있으며 10건 이상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은해사는 8월 30일 수림장에 가족이나 조상의 유골을 봉안한 유족 50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고인 나무와의 만남 및 합동 천도대재를 봉행해 수림장에 대한 이해와 만족도를 높였다. 주지 법타 스님은 “수림장은 고인의 유골을 나무의 뿌리에 뿌린 뒤 묻어주기 때문에 고인은 지수화풍(地水火風) 4대(四大)가 아닌 나무의 생을 얻어 자연의 일원으로, 생명으로 거듭나게 된다”며 “사찰 수림장이기는 하지만 이웃 종교인들도 자신들이 믿는 종교 의식에 따라 조용히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 이용하는 데 종교적인 거부감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054)335-0566
사찰 수목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시주비용이 저렴하고 분양 목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기 때문이다. 또 망자들의 극락왕생을 위한 정성스런 축원과 기도 역시 유족들이 마음 놓고 고인의 유골을 사찰 수목장에 안치하게 이끌고 있다.
매년 20만기의 묘지가 새로 조성돼 여의도 면적의 1.2배인 약 6㎢(180만평)의 산림 면적이 잠식당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당신이 떠난 자리가 더 아름다울 수 있다면…’이란 기림사 수목장의 권선 문구를 빌리지 않더라도, 수목장은 우리의 환경을 위해, 우리 후손을 위해서라도 대중화되어야 할 가장 친환경적인, 가장 불교적인 장례법임에 틀림없다.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대구지사=김영각 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