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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쇠약 원인은 수행 부족

기자명 법보신문

이 기 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서울대학교에 부임한지 어언 29년이 지나 이제 캠퍼스를 떠나게 되었다. 만감이 교차함을 느낀다. 지내고 보니 내 일생에서 어떤 운명적인 힘이 강력히 작용해 왔음을 느낀다.

최근에 중국의 고전인 요범사훈(了凡四訓)을 대만의 어떤 고승이 해설한 책을 읽어보았다. 요범사훈은 이미 국내에서도 출간된바 있는데 명나라의 선비인 원요범(袁了凡)이 그 아들 천계(天啓)에게 인생을 올바르게 사는 방법으로서 가르친 네 개의 교훈으로 되어있다. 원요범은 어릴 적 어떤 노인을 만나 그의 운명에 대한 예언을 듣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노인의 예언들이 들어맞자, 그는 사람의 운명은 미리 정해져 이를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알고 그냥 되는 데로 살아갔었다. 그러다 운곡(雲谷)대사를 만나 운명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의하여 바꿀 수 있음을 배우게 되었고 그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실제로 그 노인이 예언한 운명을 바꾸게 되었다. 그럼 운곡대사가 가르친 운명개조법은 무엇인가?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칠불통계(七佛通戒), 즉 “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한일 하라. 그리고 마음을 깨끗하게 닦아라. 이것이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이다 (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 이다. 즉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이 운명개조법이고 그 요지는 나쁜 일 말고 착한 일 하고 염불이나 참선, 주력, 간경등으로 마음을 청정히 하라는 것이다.

요즘 불교의 교세가 타 종교에 비하여 쇠퇴하고 있다는 슬픈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불교의 신행을 통하여 사람들이 그들의 생활이 향상 되어 감을 느낄 때 과연 불교가 쇠약해질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원요범은 운곡대사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라 악행을 삼가고 적극적으로 선행을 하고 준제주를 지송하여 그의 운명을 바꾸어 자식이 없을 운명이었으나 자식을 보았고, 53세에 죽을 운명이었으나 74세까지 살았다. 이 예에서 보듯이 불교는 확실한 운명개조법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문제가 있을까? 우리가 불교를 잘못 이해하거나 아니면 진실하게 수행하지 않는데 있으리라.

이해의 측면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과연 무엇이 악이고 무엇이 선이냐 하는 문제이다. 이점에 대하여 요법사훈에서 원나라의 고승 중봉(中峰)대사가 “ 남을 위한 것이 선이고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악이다 ”라고 명쾌하게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선과 악을 분명히 구분하기 위해서는 참 지혜 즉 고도의 지성이 요구된다. 참 지혜는 빈 마음 즉 청정한 마음에서 나온다.

여기에서 우리는 금강경에서 무주상보시 (無住相布施)가 최고의 복덕행으로 강조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보시는 남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악행이 아니고 선행이다. 보시가 지극해지면 그냥 모든 집착을 여의게 되어 마음이 자연히 청정해 진다. 즉 무주상보시를 통하여 우리는 악행을 짓지 않고 선행을 하며 그 마음을 청정이하라는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인 칠불통계를 수행하게 된다.

다음은 실천의 문제이다. 비록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한다해도 이를 진실한 마음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결코 이로 부터 귀중한 혜택을 입을 수 없다. 진실하고 정직한 불교의 신행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컨대 불교의 모든 가르침이 우리의 운명개조법이다. 스님이나 재가 불자나 이를 바르게 이행하고 진실하게 실행할 때 불교가 쇠퇴할 이유가 없다.

나는 40대 중반에 불교를 만났다. 좀 더 빠르게 만나지 못했음을 아쉬워 어한다. 그랬더라면 더 편한 마음으로 은퇴할 수 있게 되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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