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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선법회 ⑬

기자명 법보신문

중생의 마음은 의지해서 만들어진 허상
마음을 주재자로 여기면 정법 등진 마군

경에 일체유심조 또는 삼계유심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습니다.

방금 질문하신 내용은 화엄경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부처님이 깨달으신 안목에서 보실 때 자아와 세계는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의해서 그려진 허상에 불과합니다.

일체유심조 또는 삼계유심이라고 할 때, 일체와 삼계는 마음에 비춰진 대상으로서의 온갖 모습들을 말하는데 이것들은 자신의 마음이 변화되어서 나타난 현상일 뿐 결코 마음을 떠나서 존재하는 것들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중요한 것은 유심이라는 말 중에 ‘심’은 참되고 한결같은 깨달은 마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거짓되고 변화하는 중생의 마음을 가리킨다는데 있습니다.

중생들은 마음과 객관세계는 서로 대립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마음 밖에 세계가 있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아라고 여겨지는 몸과 생각 그리고 몸의 눈·귀·코와 같은 감각기관에 포착되어지는 물질 소리 등의 객관 세계는 결코 마음 밖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 존재합니다.

마음은 자아와 온갖 세계를 그리는 주체이기도 할뿐더러 보관하는 주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체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주객의 입장에서 주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하면 마음이 온갖 법을 만들었다고 하니까 일종의 창조주 또는 태초의식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마음의 정체를 실체성으로 여기게 되어 부처님의 의도에 빗나가는 해석을 하게 됩니다.

또 한가지 마음에 대한 잘못된 견해는 마음을 세상의 주재자로 여기는 경우입니다. 일체유심조를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마음은 절대성도 없고 주재성도 없습니다. 중생의 마음은 그것이 어떤 마음이든 간에 의지해서 만들어진 허상입니다. 자아와 세계는 허깨비 같은 마음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허구입니다.

망령된 마음이 망령된 자신과 온갖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마음에 저와 같은 실체성을 부여하게 되면 부처님이 설하신 심무아·법무아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마음을 신과 같은 존재로 여기거나 우주를 지배하는 주재자로 여기고 수행하게 되면 마군의 길로 떨어져 영원히 정법을 등지게 됩니다.

마음도 몸과 몸에 의해 포착되어지는 대상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고, 몸과 대상도 마음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 둘은 똑같은 인연성입니다. 인연성에는 실체가 없고 주재자가 없습니다.

그런데 몸과 세계와 마음이 동일한 인연에 의지해서 일어났음에도 왜 마음을 주체로 보느냐하면 중생들이 마음을 중심으로 온갖 세계를 나누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마음을 분석한다는 것은 곧 세계를 분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밖에 존재하는 어떤 사물에 대해서 판단할 때는 이미 그 사물은 판단한 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판단은 마음 밖에 있는 사물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 있는 사물을 판단하는 것이므로 안팎의 경계가 있는 듯 하나, 실은 안팎의 경계가 없는 것입니다.

일체를 마음이 만들었다고 하지만 일체가 곧 마음이므로 만들었다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생은 계속해서 마음을 조작하고 있고, 그 조작된 내용에 따라 세계가 나타나므로 일체유심조니 삼계유심이니 하는 말씀을 하셨던 것입니다.

여기서 수행의 핵심이 무엇이냐 하면 자신의 마음이 마음에 대해서, 또한 자신의 마음이 온갖 모습에 대해서 실체로 여기지 말고 공하고 망령된 존재로 여겨야 된다는 점입니다.

유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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