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하 최초의 수좌대회를 기록한 회의록이 발견됐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소장 현종 스님) 불교사연구위원이자 상임연구원인 김광식 박사는 최근 인사동 모처에서 발견한 ‘조선불교선종수좌대회회록’을 9월 6일 공개했다.
조선불교선종수좌대회는 1935년 서울 선학원에서 열린 수좌대회로 당시 「매일신보」와 「동아일보」 및 선학원 소식지인 「선원」 등에 이 대회 개최를 알리는 기사가 남아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대회의 정확한 진행과정과 목적, 결과 등은 알려지지 않아 연구대상으로 남아있던 부분이다.
김 박사는 “이 회록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일제 강점기 하에서도 수좌들은 선수행의 전통을 지키며 독립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며 “수좌 대회를 통해 선종 종파의 독립을 지향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회록에는 당시 75명의 비구·비구니를 포함 총 300여 명의 대중이 참가한 가운데 조선불교선종이라는 새로운 종단의 창립을 결의하고 초대 종정에 혜월, 만공, 한암 스님을, 오늘날의 총무원장 격인 종무원장에 오성월, 부원장에 설석우 스님을 추대했음이 기록돼 있다. 특히 회록에서는 수좌대회 개최를 추진하고 선종 창립 및 행정기관인 종무원 구성의 주역인 된 규칙기초위원으로 동산, 석호, 청담 스님이 활동했음도 기록돼 있어 이 스님들의 20, 30대 행적을 규명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박사는 “일제하에서 선원과 수좌가 중심이 돼 왜곡, 쇠퇴한 불교를 개혁하고 선불교의 전통을 지키려는 의지가 수좌대회를 통해 가시화됐음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자료”라고 평가하며 “이때 창립된 조선불교선종이 어떻게 활동했으며 이후 한국 불교 근대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이 연구과제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조계종 교육원 측은 “회의록 발견이 일제하와 해방 직후의 종단사 정리에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진행될 상세 연구와 학술세미나 등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