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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윳따니까야』 ⑩

기자명 법보신문

쾌락도 괴로움임을 알아야 선정 가능

무명에서 생노병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성된 것이 무상하고 괴롭고 실체가 없다는 것을 사무치게 아는 것이 통찰-명상이라면, 선정은 모든 형성된 것을 그치고 사라지게 하는 멈춤-명상이다. 그러나 불교에서 선정은 통찰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쌍윳따니까야』의 「홀로 명상의 경」을 보면, 선정의 단계는 9가지 단계로 나누어지는데, 거기에 열반까지 추가하면 10가지 단계이지만 열반은 선정이 아니므로 여기서 제외한다. 각 단계는 현상세계가 차례로 소멸되어 가는 과정이 기술되어 있다.

부처님은 말한다. “첫 번째 선정에 도달한 자에게는 언어가 사라지고, 두 번째 선정에 도달한 자에게는 사유와 숙고가 사라지고, 세 번째 선정에 도달한 자에게는 희열이 사라지고, 네 번째 선정에 도달한 자에게는 호흡이 사라지고, 공간이 무한한 세계에 도달한 자에게는 형태에 대한 지각이 사라지고, 의식이 무한한 세계에 도달한 자에게는 공간이 무한한 세계에 대한 지각이 사라지고, 아무 것도 없는 세계에 도달한 자에게는 의식이 무한한 세계에 대한 지각이 사라지고, 지각하는 것도 아니고 지각하지 않는 것도 아닌 세계에 도달한 자에게는 아무 것도 없는 세계에 대한 지각이 사라진다. 지각과 느낌의 소멸에 도달한 자에게는 지각과 느낌이 사라진다.”

이러한 선정에 들기 위한 여러 가지 전제조건이 있지만 이 경에서 강조하는 것은 ‘세 가지의 느낌 곧 즐거운 느낌, 괴로운 느낌,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이 있는데, 그 어떠한 것이 느껴진 것이든 그것은 괴로움 안에 있다’라고 사무치게 알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이유는 아무리 즐거운 느낌이라도 그것은 무상하고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제 조건을 인식하여 쾌와 불쾌에서 불쾌를 버리고 쾌를 추구하는 감각적인 쾌락의 욕망에서 벗어나야만 비로소 선정에 들 수 있다.

『쌍윳따니까야』에서는 선정에 들기 위해 특정한 가부좌를 취해야한다든가 하는 것이 필수 조건으로 언급된 적은 없다. 다만 모든 형성 - 언어적이든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 을 멈추어야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고요히 앉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지만 걸어 다니다가도 누워있다가도 기도를 하다가도 염불을 하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언제나 선정에 들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필수적인 것은 괴로운 느낌은 버리고 즐거운 느낌은 취하려고 하는 감각적인 욕망의 세계에서 벗어나야한다는 것이다. 그 세계를 여의지 않고 그대로 선정에 든다는 것은 모래로서 밥을 짓거나 숫돌을 갈아 거울로 만들려고 하는 것과 같다.

이 세상의 어떠한 즐거운 것도 괴로움이라는 사실에 대한 사무친 통찰과 그 괴로움의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없이는 선정에 들기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모든 것이 괴로움이라고 하여서 그것을 혐오한다면 우리는 다시 괴로움에 빠져든다. 괴로움에 대한 사무친 통찰은 괴로움에 대하여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싫어하고 떠나고 벗어나고 여의려는 간절한 마음을 일으킨다.

이렇게 해서 일단 선정에 들기 시작하면 우리에게서 감각적 욕망과 연결된 거친 언어는 사라지고 이성적인 사유와 숙고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좀 더 깊은 명상에 들어가면 사유와 숙고마져 거친 것으로 인식되면서 폐기되고 보다 미세한 신체 속에서 희열의 상태에 들게 된다.

그리고 그 미세한 신체인 호흡마저 사라지게 되고, 형태에 대한 지각이 사라지고 차례로 공간이 무한한 세계, 아무 것도 없는 세계, 의식이 무한한 세계, 지각하는 것도 아니고 지각하지 않는 것도 아닌 세계가 전개되어 사라지게 되고 아홉 번째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지각과 느낌이 사라진 상태에 든다. 이것으로 보아 선정은 시작에서 종극에 이르기 까지 느낌 즉 우리의 정서와 깊은 관계가 있는 명상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높은 명상의 단계라고 하더라도 지각과 느낌은 부처님의 거룩한 가르침 안에서 하나의 질병에 불과하다.

그래서 열반을 일시적으로 체험하는 최고 명상의 단계에는 지각이나 느낌마저 사라진다.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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