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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전해진 신라 화엄사경

기자명 법보신문

김 상 현
동국대 교수

경전은 단순히 교리를 전해주는 책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경전은 신앙의 대상이 된다. 경전의 수지, 독송, 간경, 사경, 유포 등에 따른 공덕이 크게 강조됨으로서 경전에 대한 신앙은 시대와 지역을 넘어 보편화 되었다. 경전의 간행 방법은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묵서, 금은, 자혈(刺血)로 사경하는 경우와 석경이나 금판경의 조성, 그리고 대장경의 판각 등이 그것이다.

일찍이 신라에서도 경전을 돌에 새겼으니, 화엄사 각황전 네 벽을 가득 화엄석경으로 장엄했었다. 고려 초에 창건된 개경의 왕륜사 법당도 화엄석경으로 되어 있었다. 고려 초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익산 왕궁리 5층석탑에서 순금판에 새긴 『금강경』 19장이 발견된 바 있다.

경덕왕 14년(755)에 조성된 신라 화엄사경은 화엄사를 창건했던 연기(緣起)가 주도하여 조성한 것으로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원을 담고 있었다. 사경 조성기 중에는 사경의 절차와 의식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는데, 그것은 대단히 신성하고 엄격하게 되어 있다. 사경은 온갖 정성을 쏟아 조성했다. 종이 만들 닥나무를 키울 때부터 향수를 뿌렸고, 사경을 할 때는 향을 피우고, 한 글자를 쓸 적마다 절을 하면서 지심으로 서사했다.

그리고는 또 발원했다. “내 이제 서원하노니 미래가 다하도록/ 이루어진 이 경전 파괴됨 없어라./ 비록 삼재가 대천세계를 파괴한다 해도/ 이 경전은 하늘과 함께 흩어지지 말지라.”

조성한 『화엄경』이 영원히 보존되고, 이 경을 만나는 중생들이 보현행을 닦아 속히 성불할 수 있기를 발원하고 있는 이 게송에는 『화엄경』에 대한 깊은 신심이 잘 나타나 있다.

10세기 초의 유명한 화엄학장 현준은 886년 재상가의 덕망 있는 분들과 종실의 의친(懿親)들이 돌아간 헌강왕의 명복을 비는 법회에 초청되어 『화엄경』을 강의했고, 여러 신하들에게 『화엄경』의 사경을 권하여, 『화엄경』  2부를 완성하기도 했다.

고려시대에는 금자대장경까지 조성하여 봉안했고, 수많은 금은자사경이 왕실과 귀족, 그리고 승려들에 의해서 사성되었다. 이는 대장경에 대한 깊은 신앙심에 토대한 것이었다. 이처럼 금은이나 피로써 사경하고 돌을 쪼아 경을 새기던 지극한 정성은 세월을 넘어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전해온다.

고대 동아시아 문화유산의 보물창고인 일본의 쇼소인(正倉院), 그 정창원의 성어장(聖語藏)은 도다이지(東大寺) 손쇼인(尊勝院)에 전래해 오던 경전을 보관하는 창고다. 이곳에 전해오는 여러 사경 중에는 신라나 백제 사경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신라에서 사경된 화엄경이 이곳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으니, 참으로 기쁜 일이다. 쇼소인 소장 성어장 대방광불화엄경은 서사 형식이나 용자법 등으로 볼 때, 8세기 중엽 신라에서 사경된 것이라는 것이다. ‘성어장 대방광불화엄경 72~80권의 서지적 고찰’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야마모토 신키치(山本信吉)씨는 나라국립박물관장을 지낸 이 방면의 전문가라는 점에도 그의 견해에는 더욱 무게가 실린다.

작년에는 해인사에서 9세기 후반에 조성된 목조비로자나불상의 묵서명이 발견된 경사가 있었는데, 올해는 8세기 중반 신라에서 사경된 화엄경이 일본의 정창원에 전해온다는 연구 성과를 접하게 되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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