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功德의 탑 쌓아 서로 위하는 세상 이루리

기자명 법보신문

동해 공덕회 주부 불자들

13년째 매월 1만원 보시
700평 부지에 복지 도량
장애-노인에 자비 손길

<사진설명>공덕회 주부 불자들이 공덕암 텃밭에서 고구마와 채소를 수확하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구현되는 불국토는 어떤 세상일까. 누구하나 빠짐없이 서로에게 공덕(功德)을 지으며 살아가는 세상이 바로 불국토요, 공덕세상일 것이다. 그리하여 고통 받는 이도 없으며 무명(無明)에 빠진 이도 없어, 공덕세상은 늘 서로를 위하는 세상일 듯 하다. 공덕세상의 불자들에게선 보살행을 실천했으되 상(相)이라곤 찾아 볼 수 없다.

동해시 천곡동의 초록봉 아래 가을볕이 가득한 공덕암(功德庵)은 공덕 공동체를 실현해 나가는 도량이다. 언뜻 보기에는 여느 사찰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 암자에는 관세음보살님을 주불로 받든 자그마한 법당도 있고 법당 천장엔 불자들의 정성을 담은 연등도 걸려 있지만 예사 법당과는 풍기는 분위기가 다르다. 동해시 주부 불자들의 모임인 여성불교 공덕회(회장 박용자)의 원력으로 중창된 공덕암에는 스님들이 상주하지 않는다. 이 곳은 공덕회 주부 불자들이 서로를 도반으로 여기고 스스로를 경책하고 수행하면서 살아가는 주부 불자들만을 위한 수행 공동체이다. 가끔은 지역 어르신들이 법당 옆 사랑방에 들러 소일하는 모습 역시 공덕암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초록봉을 등진 700여평의 부지에는 25평 규모의 아담한 도량과 도량을 가지런히 안은 듯한 350평 넓이의 텃밭이 들어서 평온함을 더하고 있다.

공덕암의 텃밭에선 요즈음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고구마며 고추며 채소며 농산물을 거두려는 주부 불자들의 손길이 여간 분주한 게 아니다. 밭 한가운데 앉은 주불 불자들은 손길을 바삐 놀리면서도 입으로는 공덕(功德)의 찬탄품을 외우고 노래하며 농산물을 거두는 즐거움을 나눈다.

“냇물에 징검다리를 놓아 다른 사람들이 쉽게 건널 수 있게 하는 것은 월천공덕이요, 가난한 사람에게 옷과 음식을 주는 것은 구난공덕이라. 또 병든 사람에게 약을 주는 활인공덕이 있으니…”

공덕회 박용자(64, 법명 무상심) 회장이 선창을 하면서 채소를 솎아내면 불자 회원들은 후렴을 하듯 따라하며 고구마를 캐고 고추를 딴다.

올해로 창립 13년째를 맞이하는 공덕회는 94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첫발을 내디뎠다. 무슨 종단이니, 어느 사찰이니 하는 분별심을 버리고 “오직 봉사하고 포교하는 공덕을 짓자”는 원력으로 주부 불자 100명이 자발적으로 의기를 모았다. 그리고 매월 1만원을 보시하고 공덕재일로 정한 매월 17일 오전 11시 공덕암에서 스님을 초청한 가운데 법문을 경청하고 기도하기로 발원했다. 각자 소속 사찰에서 신행 활동을 하면서도 흐트러짐 없이 공덕공동체를 유지해 온 공덕회는 서원을 서원에서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 옮겼다. 불사에 어려움이 많은 도량에는 시주금을 보시하고 독거노인들에게는 며느리가 되어, 결식아동들에게는 어머니가 되어 따뜻한 나눔의 손길을 전했다.

주부 불자들의 나눔행은 가을 들녘의 벼 한 그루가 수 없이 많은 낟알을 만들어 내듯 하나 둘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보시 운동과 함께 새우젓 장사를 통해 마련한 1억 2000여 만원으로 1999년 초록봉 아래 700여평의 부지를 매입, 70평 규모의 복지회관을 개관했다. 회관을 개관한 이후에는 매월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을 초청, 다과와 공양을 올렸다. 공덕회 불자들의 이런 노력은 불교세가 미약한 강원도의 동해에서 불교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공덕회 불자들은 도로에서 죽어간 개구리와 오소리를 천도하는 도량으로 이름난 강릉 현덕사(주지 현종 스님)의 환경 사랑 천도재에도 적극적으로 동참, 생명의 존귀함과 부처님의 자비 정신을 알리는 포교사로서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고구마를 수확하는 요즈음 공덕암 주부 불자들은 고구마를 삶아 인근 노인회관에 배달하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복지 회관을 마련한다고 했더니 처음에는 무리라며 손사래를 치는 스님이나 불자들이 많았습니다. 새우젓 장사를 시작했더니 이번에는 냄새나는 새우젓까지 팔아 시주금을 마련한다고 핀잔을 주더라고요.”

보왕삼매론에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했든가, 공덕회에도 시련이 닥쳐왔다. 2002년 8월 태풍 ‘루사’에 의해 공덕회의 복지 회관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법당에는 토사가 들이차 공덕회 불자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눌렀다. 그러나 ‘루사’ 역시 공덕회 불자들의 정진 공덕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다시 새우젓 장사를 시작했고 ‘십시일반형 보시 운동’을 전개해 6000여만원의 공사비를 마련, 2003년 2월 지금의 공덕암을 중창했다.
 
공덕암은 가정을 보살피는 주부 불자들에게는 사랑방이자, 쉼터이다. 아울러 공덕회의 보시행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버팀목이기도하다. 공덕암 중창 이후 공덕회의 보시행은 장애인들에게도 확대됐다. 올 4월 22일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기념해 동해지역의 장애인 10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산사음악회를 열고 장애인들에게 떡과 과일, 위문품을 보시하며 장애의 아픔을 나누었다. 공덕회는 해마다 4월 22일 장애인을 위한 산사음악회를 봉행할 계획이다.

소외받은 이웃의 손과 발을 대신하면서 관세음보살의 자비행을 실천해 온 공덕암은 이제 복지 전문도량으로서의 도약을 발원하고 있다. 공덕회가 소유하고 있는 자산을 적립금으로 해 ‘사회복지법인 공덕복지원’(가칭)을 설립하기로 했다. 사회의 그늘진 곳을 양지로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해 온 공덕회 불자들의 공덕이 가득한 공덕암이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도량의 전형은 아닐까. 70여 진성 회원들로 구성돼 있는 공덕회의 사랑방 벽에 걸려 있는 발원문에는 동해 불교의 밝은 희망이 담겨 있다.

“나 오늘 이웃을 위해 공덕을 지을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동해=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고구마-새우젓 팔아
장애-독거 노인 보시

공덕회 판매하는 농수산물

동해 공덕회가 장애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 도량을 건립할 수 있었던 것은 직접 가꾼 질 좋은 농산물과 우리의 바다에서 나는 새우젓을 판매해 마련한 성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덕회는 직접 가꾼 무공해 고구마와 최상급의 김장용 새우젓을 10월 한달 동안 선착순으로 판매하고 있다. 동해 공덕회가 직접 생산한 무공해 고구마는 공덕회의 수행 본찰인 공덕암의 텃밭에서 재배해 수확한 것으로, 시중가보다 5000원 싸게 살 수 있다. 공덕회는 이와 함께 인천 소래에서 생산된 최상급 김장용 새우젓 4kg을 2만원에 팔고 있다. 택배비는 구매자 부담을 원칙으로 한다.

판매 수익금은 전액 동해지역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 및 보시 기금으로 사용한다.
033)533-1190, 016-350-1193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