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매일 50개씩 생겨…동반자로 여기며 살아야
암세포 매일 50개씩 생겨…동반자로 여기며 살아야
  • 법보신문
  • 승인 2006.10.2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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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강 행복한 죽음을 설계하자
홍 영 재 홍영재산부인과 원장

오늘 여러분 앞에서 이렇게 특별한 자리를 갖게 돼서 기쁩니다. 오늘은 웰다잉, 즉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자리입니다. 8년 전 일본에서 항공기가 떨어져 450명이 죽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잔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450명의 사망자중 65명이 비행기가 떨어지는 순간, 그 1분 20초의 시간 동안 유서를 써서 남겼음이 확인됐습니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그 아비규환의 순간에 담뱃갑, 수첩, 종이쪽지 등등에 유서를 쓴 것이지요. 1분20초의 시간, 길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 유서를 쓸 수 있는 사람,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죽음을 디자인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이 자리는 잘 죽는 법에 대해 말씀드리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죽음에 대해 역설적인 강의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산부인과 의사입니다. 지금까지 3만5천명의 아이를 받았습니다. 그 태어남의 순간은 죽음과는 정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는 듯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삶은 태어남의 순간부터 죽음의 순간까지 연속돼 있는 하나의 점, 순간, 그 찰나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웰다잉’을 말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58살에 불쑥 찾아온 암

저는 산부인과 의사인 관계로 매우 불규칙적인 생활을 했습니다. 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를 가리지 않고 산모를 보아야 했기 때문이지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맹장에서 검은 덩어리가 발견됐습니다. 이미 상당히 진행된 암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그렇듯 저 역시 자신이나 가족의 건강에 무관심했던 것입니다. 그때 저는 58세였는데 그때까지 검사라고는 해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청천벽력같이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대장암에 관해서는 우리나라 의료진의 기술이 외국에 뒤지지 않기에 한국에서 치료를 받기로 하고 다시 정밀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왼쪽 콩팥에서도 밤알만한 암이 또 발견된 것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분노가 치밀고 화가 났습니다.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가 조금 지나고 나자 그 다음엔 체념하게 되고 그러고 나서야 저의 암을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제게는 아들이 셋이고 아내가 있습니다. 수술을 앞두고 저는 가족에게 유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유서를 쓰려고 종이를 쌓아놓았는데 눈물만 나는 것이 한 줄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아내에게 짧은 유서를 썼습니다.

유서 앞에 놓으니 쓸 말 없어

‘나의 사랑하는 당신에게, 난 당신을 사랑한다. 내게 갖고 있던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고 싶다. 그리고 세 아들이 결혼하면 그들에게 적절히 나눠주길 바란다’

그러고 나니 더 이상 쓸 말이 없더군요. 인간이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니까 욕심도, 바람도 없어지게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행히 수술을 마치고 항암치료까지 무사히 끝내 오늘 여러분 앞에 이렇게 서있게 됐습니다.

암세포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는 매일 50에서 60개의 암 세포가 생겼다가 사라집니다. 암세포가 생기면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곧바로 이 암세포를 제압하고 제거합니다. 하지만 몸에 지방이 많아지고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지면 제대로 작용을 못해 암으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초기에 암세포를 제대로 진압하기 위해서는 식생활이 가장 중요합니다. 항암식품은 여러분 주위에 흐드러지게 많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열 가지를 선택하라며 마늘, 토마토, 시금치, 양배추, 콩, 당근, 케일, 녹차, 가지, 생강입니다. 바로 우리의 전통 음식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좋은 세 가지는 마늘, 가지, 생강입니다.

지금까지 현대의학은 암과의 전쟁을 벌였습니다. 암세포를 향해 총을 쏘고 폭탄을 터뜨리는 식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암과 공존해야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암과 친구가 되라, 암과 친구가 되기 싫다면 달래가면서 함께 살아야 합니다. 당뇨병, 관절염, 고혈압 등등. 나이 들면 이런 질병이 생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런 질병은 완치가 되는 병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런 병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분노하면 그런 자세 때문에 오히려 건강을 해칩니다. 그보다는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흡연음주 등을 자제하면서 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편이 중요합니다.

제가 죽음의 언덕에 도달해서 삶과 죽음을 생각해보니 지나온 삶이 너무나 허망했습니다. 마치 작은 풀잎에 달린 이슬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삶이 너무 행복합니다. 어쩌면 지금 이 자리에 앉아계신 여러분보다 제가 더 많은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58살까지 저는 누가 보더라도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돈도 많이 벌었고 자식도 잘 키웠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은 그렇게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바쁘기만 할 뿐이지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매일매일 행복합니다. 문득 산을 보는 것도 행복하고, 그 산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도 행복합니다. 아내가 끓여주는 깨죽 한 그릇에도 저는 행복합니다. 지금 살펴보면 행복은 도처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거리를 걸어본 적이 있습니까. 화제가 된 책을 사본 적이 있습니까. 최신 유행어를 몇 개나 알고 있습니까. 식사를 하면서 맛있다고 말합니까. 부인을 향해 혹은 남편을 향해 칭찬을 해줍니까. 스포츠를 즐깁니까. 최근에 데이트를 해본 적이 있습니까. 최근에 긴 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까. 이런 생활을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제가 네 번의 항암치료를 받고 나서 너무 힘들어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였습니다. 마침 월드컵 16강전이 벌어질 때였는데 항암치료로 시커멓게 변한 얼굴을 해서는 축구를 보러 갔습니다. 그 축구를 보는 순간 저는 암환자도 아니었고 항암치료로 고통 받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나오면서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2006월드컵을 보러 갔습니다. 독일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응원하며 소리쳤습니다.

죽 한 그릇에도 행복 있어

여러분, 어떻게든 젊고 매력적인 자신이 되어야만 잘 살고 잘 죽을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땀이 흐를 정도로 운동을 하세요. 그리고 생활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세요. 아름답다, 고맙다, 훌륭하다, 슬프다고 말하고 표현하세요. 그런 사람만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거북이와 고래처럼 살라는 말이 있습니다. 천천히 행동하고 호흡을 깊게 하라는 것입니다. 즉 조급한 생각에서 벗어나라는 뜻입니다. 운동을 하더라도 강도 높은 운동을 단시간에 하는 것보다는 천천히 오래하는 운동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게으름을 피울 줄도 알아야 합니다.

저는, 단 1%의 희망만 있어도 암은 사형선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의사이기 때문에 임종을 앞둔 사람을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 돈 많이 벌고 싶고 돈 많이 써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대부분 파란 하늘을 보고 싶다거나 혹은 시원한 바람 한번 쏘이고 싶다, 고향집 한번 가보고 싶다, 친구 또는 친척 누가 보고 싶다, 어떤 음식 한 번 먹어 보고 싶다 등의 이야기를 합니다. 미국의 의사들이 써놓은 유언장을 살펴보면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내가 죽음에 임박하더라도 내게 생명연장 장치를 달지 말라’입니다. 의식 불명 상태에서 기한 없이 생명을 연장하기 보다는 남아있는 시간동안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고 작별 인사를 나누며 삶의 마지막을 정리하길 원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점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시겠습니까. 여러분 모두 어떤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설계해야 합니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건강한 죽음보다 더욱 건강한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홍 영 재 원장은

1943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차병원 산부인과 과장, 건국대학교부속 민중병원 산부인과 과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연세의대 산부인과 외래교수, 대한의사협회 이사, 대한노화방지연구소 소장, 대한여성비만노화방지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으며 홍영재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나는 아기에요』 『임신과 출산, 아기의 첫 365일』 『암을 넘어 100세 까지』등 다수가 있다.


홍영재 원장의 제안

암 극복법

△희망을 주는 의사를 택하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의사를 믿고 의지하라 △여러 병원의 의견을 들어라 △암에 대해 공부하라.

암 예방법

△일상에서 행복을 찾으라 △기름진 음식과 붉은 고기를 피하라 △마늘, 가지, 생강, 콩 등 을 자주 먹으라 △일과 똑같이 휴식을 즐기라 △야채와 제철 과일을 즐겨라 △평소 먹는 양의 70%만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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