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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통일 축전 방북기 ①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한 편의 코미디를 보았네”

“나는 당신의 견해에 반대한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그 견해가 탄압 받지 않고 지켜질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 이 말은 18세기 프랑스의 작가이면서 사상가인 볼테르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오늘날 우리사회의 우익 보수를 대변하는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가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이라고 규정하고 그들을 변호하는 말로 이 말을 인용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것은 다 놔두고 이회창 총재와 기타 우익적인 인사들이 통일축전에 갔다온 방북인사들을 위해서도 이 말과 같이 탄압 받지 않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나는 이번에 그 말 많은 8.15 통일 축전에 불교 대표단의 일원으로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마음은 서글퍼지고, 보고 느낀 것은 우리들이 얼마나 마음씀씀이가 좁고 이해심이 없는가 하는 것입니다. 아니 남쪽은 남쪽대로 북쪽은 북쪽대로 하나의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선 3대헌장 탑에서 하는 행사에 참석했다고 난리 법석을 치는 남쪽의 언론이 나로서는 하나의 코미디로 보이는 것입니다. 그것의 내막은 이렇습니다. 애초에 이번 방북단의 출발은 14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이 당국에서 허락을 미루는 바람에 15일로 변경되었고, 15일에도 9시에 출발하기로 한 비행기가 12시가 넘어서야 출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우리들은 “아! 3대헌장 탑 개막식에 우리들을 참석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당국에서 고의적으로 비행기를 늦게 출발시키는 것이구나”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헌장 탑 개막식은 그날 우리가 아직 인천공항에 있는 시간인 10시 30분에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책임자들이 헌장 탑에는 가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주고 왔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통일축전에 참석하기 위해서 온 우리가 축전행사에 안 간다고 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사실 그날 저녁에 행사장에 가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 하는 논란이 진행되고 있을 때 앞장서서 가자고 선동한 사람은 바로 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가서 한 일이란 축하공연을 보고 북한 동포들과 어울려 춤을 춘 것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돌아와서 보니 온 세상이 그곳에 간 것이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웃기는 일입니까? 폐막식에도 참석했던 나로서는 지금도 그것이 왜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인지를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우리들은 축전 참석을 위해서 평양에 갔었고, 그래서 행사에 참석을 한 것일 뿐입니다. 잘못이 있다면 우리가 공식적으로 참석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가 평양에 체류하는 동안 그들은 우리를 상대로 한번도 정치선전을 한 일이 없었고, 또 무리한 요구를 한 일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우리가 서울로 돌아가서 입장이 난처해질 것을 우려해 여러 가지 면에서 배려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말끝마다 지난해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높이 칭송하고 남북의 두 정상이 선언한 6.15정신에 입각하여 하루 빨리 통일하자고 했습니다. 정말 그들은 그들의 표현대로 열렬하게 우리를 환영해 주었고, 또 열렬하게 통일을 열망하고 있었습니다. 통일을 하려면 우리는 그들을 칭찬하고 그들은 우리를 칭찬하고, 그리고 비판까지를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요? 하지만 나는 그들을 마음놓고 칭찬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그 열렬한 환영 속에서도 나는 일말의 쓸쓸한 감회를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평양시가지의 적막감, 길을 가는 시민들의 고달파 보이는 삶이, 나를 더욱 쓸쓸하게 했습니다. 고달파 보이는 자신들의 삶을 망각한 듯이 보이는 것도 그렇고, 너무 지나치게 열정적인 환영도 그렇고, 무언가 어색하고 서글퍼 보이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우리 눈에는 행복할 환경도 아니었고, 행복할 조건이 구비된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효림 스님(보광사 스님)



※ 본 기고문은 3회에 걸쳐 연재되며 이동호 박사의 유럽불교는 기고문 연재 기간중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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