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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 요구되는 지도자론

기자명 법보신문

이기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요즘 나라가 매우 어수선하다. 국방, 교육, 통일,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이슈에 국론이 크게 분열되어 국민들이 갈피를 못 잡고 불안해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여 국가를 안전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가 절실히 그리워진다.

영국이 전성기를 누렸던 빅토리아 여왕 때의 명재상 벤자민 디즈래일리는 정치가를 권력에의 욕망과 애국심에 의해서만 충동받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정치가에 대한 이 개념을 확장하여 지도자란 자기 조직에 대한 사랑과 권력에의 욕망에 의하여 행동하는 사람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인들은 정치하는 사람들을 정치가(statesman)와 정상배(politico)로 구분한다. 정상배는 애국심 없이 단지 권력을 쥐어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사람들을 말하며, 대부분의 경우 그 죄보를 받아 불명예스럽게 퇴진한다. 이에 반하여 정치가는 국가를 위하는 마음이 앞서므로 다소의 오해와 난관이 있어도 결국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된다.

따라서 그가 속한 조직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없으면 애당초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이비 지도자들은 일반적으로 사술(詐術)과 언변(言辯)에 능하므로 이들을 가려내는 데는 상당한 지성이 요구된다.

지도자에 대한 디즈레일리식의 이 정의에서 무엇인가 결핍된 것이 있는 것 같다. 권력에 대한 욕망과 조직에 대한 사랑만으로 충분한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 조직의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조직이 당면한 현안문제들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방책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마지막 요건을 갖추어야 진정한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구비된다고 생각된다.

그러면 조직의 장래에 대한 비전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이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 같다. 목표를 잘못 잡으면 엉뚱한 곳으로 치달아 참으로 잘못된 곳으로 조직을 이끌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는 불교에서 이상으로 삼는 정토(淨土)에 관한 개념을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중생들의 죄업으로 이루어진 오탁악세이다. 이 오탁악세는 우리들의 탐진치에서 비롯한다. 이 탐진치는 가상(假相)인 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아상(我相)에 뿌리를 둔다.

정토는 이 허구적 아상으로부터 벗어난 곳에 있다. 따라서 참된 지도자는 아상을 버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금강경에 “아상이 없는 법을 통달한 사람을 보살이라 부른다.” 라고 설했다. 즉 참다운 지도자는 보살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보살은 나와 남의 조직이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는 분명한 미래의 비전을 가진다.

뿐만 아니라 조직의 현안문제들과 그 해결책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마음이 청정하기 때문이다. 관음경에 “티 없이 맑은 빛은 모든 세상을 밝게 비추어 본다 (無垢淸淨光 普明照世間)”고 설했다. 보살의 청정한 마음의 빛은 모든 세상일을 환하게 봄으로 문제의 해결을 위한 여러 방편들을 쓸 수 있다. 이점을 관음경에 “신통력을 갖고 여러 지혜와 방편을 쓴다 (具足神通力 廣修智方便)”라고 설했다.

보살도를 닦으려는 정신이 없이 지도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은 불속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무모하게 자신을 태우고 그 조직에 커다란 피해를 준다.

우리 모두가 불가피하게 어떤 조직의 지도자들이다. 예로서 가장으로서라도 말이다. 우리는 모두 이 혼탁하고 고통스러운 세계의 생성에 책임을 지고 있다. 불자인 우리만이라도 모두 부지런히 보살도를 닦으며 이 고통스러운 세상을 정토를 만드는 지도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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