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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봉사 양 날개로 5년만에 5천 불심

기자명 법보신문

‘군포 신행 1번지’ 정각사 주지 정 엄 스님

<사진설명>"새싹불자가 한국불교의 희망"이라고 말하는 정엄 스님. 어린이 사찰 순례 법회 사진을 보여주는 스님의 얼굴엔 환희심이 가득하다.

2005년 군포시의 전체 인구 26만8천9백여 명 중 기독교 신자만 10만 명. 불자는 4만9백여 명. 불교 불모지인 이곳에서 지난 5년 사이에 5000여 명의 불심을 일군 도심포교당 정각사가 있다. 가을이 여물어가는 오후 정각사를 찾으러 군포 산본동의 밀집한 상가 건물 숲을 걷다가 산사에서나 봄직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정엄 스님, 어디 가세요? 또 복지관에 들르시는 거예요?”

“아이고 보살님. 시장에 다녀왔나 보네요. 자전거에 웬 짐이 이렇게 많아요.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정각사 주지 정엄 스님과 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이 합장을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풍경이 다소 생경하다. 수도권의 대표적 계획신도시인 경기도 산본에 자리한 군포 화엄도량 정각사. 상가들이 밀집한 이곳 건물 6, 7층에 위치한 조그만 포교당의 신도가 어떻게 5000여 명이나 되는지 궁금해 정각사 일주문에 발을 들였다.

꽁꽁 언 불심 녹인 거리포교

<사진설명>군포장애인복지관에서 이동식디스크를 생산하는 장애인 법우들.

정엄 스님이 군포에 정각사 산문을 연 것은 2001년 11월. 일본 유학길에서 돌아온 지 불과 7개월만의 일이다. 그해 겨울은 스님에게 유난히 추웠다. 무작정 목탁을 들고 상가 거리로 나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했다. 목탁 두드리는 두 손과 경을 독송하는 입술은 추위에 얼어 하얗게 갈라지고 텄다. 얇은 고무신을 방패막이로 삼은 발은 이미 감각조차 없었다. 그러나 겨울 칼바람이 목탁소리와 독경 소리를 낱낱이 쪼개도 정엄 스님의 포교에 대한 원력을 꺾지는 못했다.

“군포는 현재도 300여 개의 교회와 성당이 있는 반면 절은 여섯 손가락만 쓰면 다 헤아릴 정도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에는 도량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더구나 정각사가 상가 건물 맨 위에 있어 점집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해 여간 곤혹을 치른 게 아닙니다. 허허허. 사막이라도 필요하면 보살도를 행해야 참된 불제자가 아닙니까?”

당시의 정황을 웃으며 회고하는 스님에게 그 동안의 고초에 대한 걱정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스님은 점집이 아니냐는 말이 무색할 여법한 도량을 갖추기 위해 승강기 앞에 일주문을 세우고 6층 법당 입구는 사천왕문으로 장엄했다. 그리고 신도들의 보시금을 한푼 두푼 모아 7층은 120여 평에 이르는 널찍한 법당을 마련했다. 그렇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여법한 법당을 꾸리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어느새 6,7층 법당은 부처님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이들로 가득 찼다. 산본신도시 1,300여 세대가 정각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매주 1,000여 명에 달하는 군포 불자들이 정각사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있는 것은 비단 도량의 여법함뿐만이 아니다. 스님의 포교 원력과 함께 철두철미한 준비가 뒷받침 된 것이다. 스님은 2002년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할 때의 경험을 살려 밤에는 포교이론이나 정책을 연구하느라 다음날 아침이면 늘 토끼눈이 돼 신도들을 맞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

“맛난 음식은 다시 찾는 법”

<사진설명>울력 중인 정각사 신도들과 웃음꽃을 피우는 정엄 스님.

스님의 포교이론은 곧바로 정각사 법회에 적용됐다. 중, 장년층을 위한 일요법회와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야외나들이, 허브농장체험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컴퓨터와 노래방 기기, TV 등을 법당에 마련해 절을 찾는 연령층의 폭을 넓혔다.

“사람들은 누구나 맛있는 반찬에 다시 손이 가는 법입니다. 한 번 먹어보고 맛이 없으면 그 반찬에는 눈길조차 머물지 않는 것이지요. 절은 불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것을 만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스님은 ‘맛있는 음식은 꼭 다시 찾는 법’이라는 간단한 상식을 바탕으로 법회 하나하나 불사 하나하나에 정확한 설명으로 이해를 돕고, 여기서 깨달은 부처님 가르침을 봉사활동으로 지역 사회에 회향하는 길을 열어 불자들에게 울림까지 주고 있다.

“교회나 성당의 신자들이 봉사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절을 찾는 불자들이 ‘왜 우리 절에서는 이런 활동이 적을까’하며 불심의 사회적 회향에 목말라 했습니다. 그래서 신도 5~8명을 1팀으로 구성해서 4~5팀을 군포장애인복지관, 매화복지관 등에 무료급식 봉사를 나가게 하니 신도들 얼굴에 웃음 주름이 늘기 시작하더군요.”

불자들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의 불심을 지역 사회에 회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까지 도심포교당의 역할이라는 것이 스님의 지론이다. 스님의 확고한 신념은 군포장애인복지관 ‘슬기(반야)봉사회’를 비롯, 시청 ‘성불회’, 경찰서 ‘자비회’, 교사불자회 등 각 단체의 불자회 창립에도 이어졌다.

“원각도량하처(圓覺道場何處 : 부처님은 어느 곳에)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是 : 지금 서 있는 이 자리)”

스님은 정각사 일주문에 걸린 주련이 바로 화엄 사상의 핵심이란다. 2001년 일본 동경대에서 ‘징관(澄觀) 연구-법계관(法界觀), 유심관(唯心觀)의 위상’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는 스님의 화엄 예찬은 복지 포교로 확장, 2005년 9월 아동복지사업을 위해 (사)정각원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화엄에서의 법계는 진리이자 보살도의 장입니다. 안으로 보면 내면의 불성이요 밖으로 말하면 내 몸, 가족, 살고 있는 지역, 우주까지 확장되고 축소됩니다. 징관 스님의 화엄 사상에 드러난 실천의 보살도를 바로 ‘지금, 여기서’ 옮기는 것이 불제자의 도리이지요. 양 날개가 있어야 새도 자유롭게 날지 않습니까.”

스님은 천주교 단체가 군포장애인종합복지관 수탁 운영권을 놓고 샴페인을 터트릴 때 막판 뒤집기로 운영 지원 사찰로 등록, 본격적인 장애인 복지 포교에 나섰다.

장애인 복지도 ‘첨단’으로

스님은 복지관 주요 사업 아이템에도 관심이 높다. 특히 8월 조달청에 승인을 받은 복지관 자체 브랜드 ‘마하테크(이동식디스크 : USB 메모리 스틱)’의 ‘마하’라는 불교 이름은 스님의 아이디어다.

스님의 목표는 5년 안에 정각사가 종합수행도량으로 거듭나는 일이다. 군포시에 종합불교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것. 불심을 바탕으로 사회를 발전시켜나가야 예토를 불국토로 일구는 것이라 믿는 스님은 군포의 메마른 불심 토양에서 연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군포=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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