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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깨끗한 선거였나

기자명 법보신문

윤청광
방송작가

‘삼보일배(三步一拜)’의 처절한 고행을 통해, 인간의 무한한 욕망에 의한 환경파괴가 얼마나 무서운 재앙을 초래할 것인가를 깨우쳐 준 ‘환경지킴이’의 상징 수경 스님이 지난 10월 25일자 「법보신문」에 ‘위기의 한국불교’를 자탄하는 ‘뼈아픈 글’을 실었다.

수경 스님은 이 글을 통해 다음과 같이 한국의 불교계를 향해 무서운 질문을 던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종단내의 부정과 비리는 이미 자정능력을 넘어 되돌릴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 것이 아닌가. 일부 부도덕한 스님들뿐만이 아니라 종단 내 지도급 스님들의 속인을 능가하는 범죄적 작태들이 권력 암투나 치부의 전형으로 하나 둘씩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종단이 치유불능의 중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굳이 승속의 갖가지 풍문들을 믿고 싶지는 않지만, 정치권 보다 더 치졸한 권력 다툼과 폭력과 해외원정 골프, 도박, 은처, 매관매직, 고급 룸살롱 출입뿐만이 아니라, 종회의원 선거에서의 6억 원을 쓰면 당선되고 4억 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6당 4락’등이 진정 악성루머일 뿐인가.”

수경 스님의 이 질문에 대해서 한국 불교계는 과연 “그런 소문은 그야말로 악성 루머일 뿐이다”하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이보다 앞서 ‘참여불교재가연대’에서는 ‘교단자정센터’를 발족시켜 ‘청정한 한국불교’를 이룩하기 위해 교단 청정운동을 과감히 전개하고, “파렴치 행위자, 부패행위자가 불교교단 공직에 진출하는 것을 막자”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아무튼, 맑고 깨끗한 불교교단을 만들기 위해 표출된 교단자정운동이 전개된 가운데 치뤄진 이번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선거에서는 과연 치사하고 더러운 일이 없었는지, 종회의원을 뽑은 스님들과, 종회의원에 뽑힌 스님들에게 엄숙히 묻고 싶다. 정말로 이번 선거에서는 돈을 뿌린 일도 없었고, 돈을 받은 일도 없었으며, 매관매직의 흥정과 협잡과 협박과 회유가 정말 없었는가? 이번 종회의원 선거에서는 이른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 받은 ‘파렴치 전과범’은 과연 없는가?

부처님은 일찍이 다음과 같이 경고하신바 있다.

“내가 열반에 든 뒤, 말법 시대가 되면 갖가지 요물들이 세상에 성행하여 간사함과 협잡을 부려 선지식 노릇을 하고, 무식한 사람들을 현혹케 하며 가는 곳마다 남의 집 살림을 망하게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도둑들이 나의 법복을 훔쳐 입고 ‘여래’를 팔아 갖가지 업을 지으면서 모두 부처님법이라고 말하며 계를 지키는 비구를 오히려 소승이라 비방하고 한량없는 중생들을 의혹케 하여 무간지옥에 떨어지게 할 것이다.”

또 부처님께서는 ‘보적경 가섭품’에서 출가사문(出家沙門)에는 다음과 같이 네 종류의 사문이 있다고 경고하셨다.

“흔히 사문, 사문 하는데 어떤 사람이 진정한 사문인가? 사문에는 다음의 네 종류가 있다. 첫째 겉모양만의 사문, 둘째 겉으로만 얌전한 체하면서 남을 속이는 사문, 셋째 명예와 명성과 칭찬을 구하는 사문, 넷째 진지하게 수행하는 사문.

겉모양만의 사문이란 겉으로 보기에 사문다운 모양을 갖추고 있다. 그는 가사를 입고, 머리를 깎고, 바리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행동과 말씨와 생각은 깨끗하지 못하다. 수행도 하지 않고 해탈을 얻지도 못한다. 조용하지도 못하고, 교법을 지키지도 않으며, 탐욕스럽고 게으르고, 파계하며 항상 죄를 짓고 있다. 이것이 바로 겉모양만의 사문이다.”

이번 종회의원 선거에서 새로 종회의원으로 뽑힌 스님들 가운데는 부처님이 지적하신 ‘겉모양만 사문’인 사람은 한 사람도 없으리라 믿고 싶다. 그러나 만일 ‘겉모양만 사문’인 사람이 끼어 있다면, 그 분은 스스로 ‘훔쳐 입은 법복’을 벗고 교단에서 물러나 평생토록 그 동안 지은 죄를 참회하며 조용히 묻혀 살기를 고한다. 그래야 지옥 고를 면할 수 있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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