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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몸속의 벌레들

기자명 법보신문

김 상 현
동국대 교수

사자는 맹수이기에 죽어도 다른 짐승이 먹지 않지만, 그 몸속에 벌레가 생겨서 먹어버린다고 한다. 이처럼 불법도 외부의 공격에 의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불법 내의 사람이 좀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인왕경·범망경·연화면경(蓮花面經) 등에서는 ‘사자신중충(師子身中蟲)’을 경계했다. 불법 중에 있으면서 불법을 파괴하는 자를 비유하여 ‘사자 몸속의 벌레’라고까지 하면서. “아난아, 우리의 불법도 다른 사람이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 중에서 악비구가 나와서 독으로 찔러서 불법을 파괴할 것이다.” 이는 연화면경 중의 한 구절이다. 신라의 원효도 그의 저서 보살계본지범요기(菩薩戒本持犯要記)에서 ‘사자 몸속의 벌레’에 대해서 강한 어조로 비판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계정혜 삼학(三學)에 의하여 수행하는 사람 중에도 두 종류의 벌레가 있어서 불법을 먹어 없앤다고 하는데, 심학(心學)의 경우는 탐욕과 교만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이런 벌레들을 ‘큰 도적’ 혹은 ‘보살찬다라’, 즉 보살백정이라고까지 강하게 비판했다.

오늘 우리의 불교는 어떤가? 얼마 전의 보도에 의하면, 승려들이 가짜 불상을 만들어 절에 있는 값비싸 보이는 불상과 바꿔치기 하려다 경찰에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북한산국립공원에 있는 개인소유의 작은 암자를 승려 황모씨가 찾은 것은 지난 5월, 그는 이 암자를 사겠다며 찾아와 대웅전에 봉안된 불상에 눈독을 들였다. 그의 눈에 비친 이 불상은 예배의 대상이기보다는, 값비싼 고미술품이었던 것 같다. 그 값이 10억은 족히 나갈 6백년 이상의 조각으로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승려들은 가짜 불상을 만들어 놓고 그 불상을 빼돌리기로 했다. 이들은 5백만 원을 들여서 새로운 불상을 만든 뒤에 몰래 원래 불상과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 그들이 빼돌린 불상은 조성한지 50년도 안 된 싸구려 불상으로 감정 가격은 30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불상을 훔친 세 명의 승려들은 경찰에 구속되었다.

조선 초기에 나라에서 금이나 은을 귀하게 여겨 이를 바치는 자에게 후한 상을 주었다. 이 때문에 장사꾼들이 절의 금자사경을 강도하거나 훔쳐서 녹인 금을 국가에 바치다가 죄를 얻어 죽음을 당하는 자들이 있었다.

이 중에는 승려도 있었다. 15세기 후반 성종 연간의 승려 지경(智)과 설경(雪敬) 등은 여러 노비들과 결탁하여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여러 사찰의 금불상 등을 절도했다. 이들은 금강산의 유점사, 장안사, 사자암, 신림암, 그리고 회암사, 복천암 등을 돌면서 수많은 금은불상을 훔쳤다.

비록 미수에 그쳤지만 고려 노국공주의 정릉까지 도굴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면, 거의 전문 절도단이나 도굴단 수준에 달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승려가 절도를 주도했다는 점이다.

불상을 훔쳐 파는 승려야 사이비니까 말할 것도 없다. 문제는 밖이 아니라 안이다. 지난 9월에는 종무원법 개정을 둘러싸고 말도 많았다.

개정된 종무원법에 의하면, 파렴치 전과자까지도 일단 실형만 받고 나면 종단의 주요 지도자가 되는데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며칠 전에 끝난 조계종 종회의원 선거 뒤에 들리는 여러 잡음 또한 적지 않다. 모두 뜬소문이기를 바란다.

원효는 탐욕과 교만으로 자찬훼타(自讚毁他)하는 경우만으로도 보살계를 범하는 ‘사자 몸속의 벌레’라고 비판했음을 상기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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