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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앞에서 겸손을 배우자

기자명 법보신문

효 림 스님
실천불교 대표

자연 앞에서는 모두 겸손해져야 한다. 인간의 문명은 발전하면  할수록 자연에 역행하고 자연으로부터 삶을 분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리들의 몸은 이제 더 이상 자연에 순응하고 살지 못한다. 여름에 날씨가 더우면 서울의 빌딩 속에서 냉방장치 없이는 견디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겨울이 오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두툼한 옷을 입고 방안에서 따뜻한 남방을 해야 한다. 그러고도 추워서 몸을 움츠린다.

그러면서 인간은 자연을 점령하고 극복한 것처럼 착각하고 오만해 진다.

산에 사는 야생동물은 옷을 입지도 않고 비바람을 막아주는 집도 없다. 굴이나 둥지가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집에 비유 할 것이 못된다. 사람은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집을 짓고도 추워서 따뜻한 남방 장치를 한다. 밥을 먹고 똥을 누는 것에서부터 사람은 모든 것이 문명적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사람은 자연의 일부로 살아 갈 수밖에 없다. 비가 안 오면 비를 기다려야 하고, 비가 너무 많이 오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어야 한다. 문명은 사실에 있어서 발전하면 할수록 자연 앞에 인간을 나약하게 할 뿐이다.

지난 여름에는 엄청난 비가 내려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특히 설악산은 한계령 쪽을 위시해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백담사에서는 오전 입선시간에 좌선을 하고 있는데 입승스님의 죽비소리와 함께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 반이나 내렸을까. 후원에 있는 보살님들이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입승스님이 급하게 방선죽비를 치고 대중들이 모두 밖으로 나갔다. 대중들이 나가 금강문 앞 100여 미터 되는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사이에 물은 눈에 보이게 불어났다. 불과 30여분 바라보고 있는데 물이 다리 위까지 넘치는 것이 아닌가.

그날의 폭우는 전국적으로 큰 재해를 남겼다. 설악산에도 곳곳이 상처를 남겼는데 같은 설악산에서도 다른 지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다고 하는 백담사도 며칠 전기가 끊어졌었고, 길이 끊어져 외부와의 교통이 막혀 있었다.

간단하게 단 며칠 동안 길이 막히고, 전기가 끊어졌을 뿐인데 그 피해는 생각보다 컸다. 우선 전기가 안 들어오니까, 사찰의 모든 기능이 마비되었다. 물을 사용 할 수도 없었고, 음식을 요리 할 수도 없었다.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식은 먹을 수 없게 상했고, 기온이 떨어졌지만 방안을 따뜻하게 할 수도 없었다.

50~60명 이상의 대중이 사찰을 비우고 철수 해야 하느냐 하는 것을 논의할 정도였다. 이러니 심산유곡의 사찰에서도 이제 문명의 힘이 아니면 살아가기 힘들게 된 것이다.

지구상에 있는 생명체 중에 자연환경 속에서 자신을 노출시키고 살아 갈 수 없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다.

추우면 추워서 살 수가 없고 더우면 더워서 살수가 없다. 단 하루 밤도 산이나 들에서 짐승처럼 잠을 잘 수도 없고, 먹을 것을 구할 수도 없고. 먹을 것을 구해도 요리를 하지 않으면 먹을 수가 없다. 이것이 인간이다.

스스로 발전시킨 문명 속에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이 인간이다.

그 문명을 한 치만 벗어나도 살 수 없게 된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문명은 인간을 한없이 나약하게 만들었다.

이제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왔다. 난방이 잘된 방안에 앉아 자연 앞에 우리가 얼마나 겸손해야 하는 가를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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