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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내전 피폐한 스리랑카에 희망을 심다

기자명 법보신문

진각종 JGO 센터 진각유치원 졸업식 풍경

<사진설명>진각종 JGO 센터에 마련된 진각유치원의 50여평 강당은 아이들의 졸업을 축하해주기 위해 모여든 학부모와 지역주민들로 가득 찼다.

11월 28일 스리랑카 네곰보, 한국의 한 여름을 옮겨놓은 듯한 가마솥더위 건 만 이곳 진각종 JGO 센터에서는 때 아닌 축제가 열렸다. 진각유치원의 두 번째 졸업식. 꼬까옷에 곱게 단장한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네 70년대 초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2년 동안 유치원에서 공부하고 예절을 익힌 원생들의 얼굴엔 파란 스리랑카의 하늘만큼이나 티 없이 맑은 웃음과 희망이 묻어나고 있었다.

2회 졸업생은 천진불 100명

헤어짐의 아쉬움에 경건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대부분의 졸업식 풍경이지만 이날은 아이들의 재롱에 모두가 흥겨움에 젖어들었다. 경쾌한 음악이 흐르자 색동옷을 입고 곱게 화장한 꼬마 무희들이 무대에 올라 연신 몸을 흔들었다. 이날을 위해 수없이 많이 연습했건만 긴장한 탓인지 손발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어 보이지만 천진불의 입가에 맴도는 웃음만으로 ‘관객’들의 기쁨은 충분했다. 50여 평의 강당을 가득 메운 부모들은 아이들의 재롱잔치에 덩달아 어깨를 들썩이며 흥을 돋워 주웠다.

진각종이 이곳에 유치원을 건립한 것은 지난 2004년. 제때 배울 수도, 치료받을 수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네곰보 지역에서의 복지 활동을 위해 설립된 진각복지재단의 JGO 센터가 지역 사회에서 이름을 조금씩 알리고 있을 때였다. 당시 JGO 센터는 네곰보 지역의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직업훈련과 컴퓨터 교육을 통해 진학 및 전문 직업인 양성 교육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 무렵 마을 주민들이 찾아왔다. 그리곤 유치원을 설립해 아이들의 교육을 맡아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주변에 몇몇 불교 유치원이 있지만 열악한 시설로 교육이 어렵고 그렇다고 다른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은 보내기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선교에 목적을 둔 특정 종교의 유치원 교육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스리랑카의 전통과 정신을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털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네곰보 지역은 스리랑카를 식민지배한 유럽의 열강들이 들어왔던 대표적 항구도시이며 지금까지도 기독교의 교세가 적지않게 퍼져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자칫 스리랑카의 불교와 문화 모두가 고사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주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었다.

진각종은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했지만 막상 유치원을 설립하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스리랑카에서의 유치원 운영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었고, 충분한 사전 계획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가는 자칫 JGO 센터의 존립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었던 까닭이다.

그렇다고 수천 년 불교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불교의 성지 스리랑카가 다른 종교의 성지로 전락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진각종은 우선 JGO 센터 일부를 개조해 아이들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리곤 최신형 컴퓨터를 한국으로부터 가져와 아이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시범적으로 실시했고, 스리랑카 언어와 문화를 집중적으로 교육했다. 특히 주말을 이용한 불교학교를 개설해 불교의 전통을 체계적으로 가르쳤으며 한국 유치원의 우수한 교육제도를 그대로 전수했다.

무차별 선교 막아내는 보루

그로부터 2년. 네곰보 진각유치원의 특별한 교육은 지역 주민들의 입소문을 통해 퍼져나갔다. 처음 50명이 정원이었던 진각유치원은 채 한해를 넘기기도 전에 모집정원을 100명으로 늘려야 했다. 여기에 최근 스리랑카에 불고 있는 교육 열풍까지 더해져 차로 30분이나 떨어진 지역의 아이들까지 앞 다퉈 입학을 희망하는 등 진각유치원은 네곰보 지역 최고의 유치원으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이날 마침내 지역 주민들의 참여 속에서 100명의 원생들을 대상으로 두 번 째 졸업식을 갖게 된 것이다.

진각종 총무부장 회성 정사는 “다른 나라에 대한 지원은 포교나 선교 등 특정목적을 갖고 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유치원은 스리랑카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충실히 배울 수 있는 터전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리랑카 네곰보=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네곰보 최고 유치원 만들 것”
진각유치원 세나라쓰나 원장

“진각유치원에서 배출한 아이들이 올곧게 성장한다면 스리랑카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의 새싹을 심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지도해 나갈 것입니다.”

진각유치원 탄생의 산파 역할을 담당했던 세나라쓰나〈사진〉 원장은 “처음 어린이와 관련된 일을 생각했을 때 내 자신이 할 수 있을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진각유치원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진각복지재단의 도움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이 짧은 시간에 아시아 최고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교육에 대한 열정이 높았기 때문”이라며 “스리랑카의 미래를 위해 어린이들 교육에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때 출가자의 삶을 살기도 했던 그는 “스리랑카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릴 만큼 유치원 사업은 삶의 가장 큰 목표가 됐다”며 “진각유치원을 네곰보는 물론 스리랑카에서 가장 유명한 어린이 교육시설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설명>유치원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사진설명>방문단 일행을 맞이하는 원생들.
<사진설명>상장을 받아든 졸업생이 환한 미소로 답한다.
<사진설명>어설퍼 보이지만 깜찍한 아이들의 공연.
<사진설명>주민들은 스리랑카 전통무용으로 방문객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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