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일상대화 주제돼야 웰빙 완성
죽음이 일상대화 주제돼야 웰빙 완성
  • 법보신문
  • 승인 2006.12.12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8강 죽음준비, 어떻게 할 것인가·끝
한림대생사학연구소장 오 진 탁 교수

오늘은 웰다잉 특강의 마무리 단계로 여러분과 함께 ‘죽음명상’을 실습해보고 싶습니다.
펜을 모두 놓으시고 허리를 펴고 눈은 반쯤 감습니다. 입은 다물고 혀는 입천장에 고정시키고 다리는 자연스럽게 반가부좌나 가부좌 자세로 앉습니다. 양손을 모아 단전 앞에 두고 아랫배로 천천히 자연스럽게 호흡을 합니다. 생각이 일어나더라도 그냥 내버려두고 지켜보면서 오직 아랫배의 호흡에만 집중합니다.

죽음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나, 여유 있게 죽을 수 있도록 철저하고 충분히 준비해야합니다. 만약 갑자기 죽는다면 여려분은 어떻게 죽겠습니까.

죽음 명상 통해 삶 돌아봐야

죽음준비는 제한된 삶의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영유함으로써 편안히 죽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입니다. 죽음 준비는 죽을 준비가 아니라 삶의 준비입니다. 이제 여러분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지. 갑자기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웃으면서 떠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해 두었습니까. 죽음 준비는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명상의 두 번째 단계로 실제 죽음이 자신에게 찾아왔다고 생각하십시오.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십시오. 죽음은 삶의 마무리, 삶의 결론입니다. 어떤 사람이 절망, 두려움으로 죽었다면 그의 삶 역시 불행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죽음의 모습은 그 사람의 전부를 조금의 가감도 없이 보여줍니다. 죽음은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여러분의 죽음은 어떤 모습입니까.

죽음명상의 세 번째 단계는 영혼의 분리입니다. 이제 육신의 호흡과 심장은 멈추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영혼은 3일 안에 육신으로부터 분리됩니다. 자, 이제 나는 어디에 있습니까. 죽어서 화장한 다음에도 육신을 자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살아있는 동안 영혼의 존재를 실감하지도 못하면서 그것이 자기 자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자기가 누구이고 어디 있는지 이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죽음의 관문 또한 여유 있게 통과할 수 없습니다.

억지로 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계속 던지는 과정을 통해 육신이 자신이라는 환상과 애착이 깨지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깨지는 것입니다.

이제 네 번째 단계로 들어갑니다. 임사체험이나 티베트의 지혜를 참고해보면 죽은 다음 영혼의 상태에서는 빛의 존재를 만나게 됩니다. 빛의 존재는 우리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어떠한 삶을 살았으며 어떠한 인간인가. 그리고 평화롭고 당당하게 죽음의 관문을 통과 했는가. 이러한 질문과 함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평가받게 됩니다. 우리는 살면서 세속적인 성공과 출세를 위해 온힘을 기울이지만 우리는 그런 것으로 평가받지 않으며 우리가 태어난 이유 또한 아닙니다. 무명의 어둠 속에서 마음의 지혜광명을 밝히는 일이 훨씬 중요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질문에 어떤 답을 하실 수 있겠습니까.

다섯 번째 단계는 삶과 죽음을 초월한 영혼의 의미를 생각하는 단계입니다. 삶에서 자기 마음을 닦고 자비를 실천하지 않았다면 죽은 후 영혼은 큰 혼란에 휩싸여 자신의 육신에 집착해 방황하게 됩니다. 죽은 이후 영혼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업의 바람에 따라 다음 생을 부여받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닦은, 공부한 만큼의 밝은 세계만을 감당하고 수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섯 번째 단계로 넘어가겠습니다. 웰다잉 공부를 하신 분들은 삶에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이전에는 세속적인 가치와 성공에만 모든 것을 걸었다면 체험 이후에는 그것이 삶에서 큰 의미를 차지하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삶과 죽음, 세속적인 가치와 진리의 세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랫배로 호흡을 하며 계속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누구입니까.

이제 눈을 뜨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죽음 명상이 좀 생소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죽음 준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웰다잉인가’입니다. 그런데 막상 사람들은 죽음 준비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암 예방과 건강유지에 왕도가 있습니까. 흡연을 안 하고 음식을 골고루 먹고 운동을 하는 등 누구나 알고 있는 건강한 습관을 일생동안 꾸준히 실천하는 것뿐입니다. 웰다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죽음에 대한 바른 이해와 꾸준한 준비를 일상 속에서 실천하며 삶을 통해 완성해 나가는 것이 웰다잉입니다.

웰다잉은 살아가며 만드는 것

그러므로 가장 간단한 죽음 준비의 첫걸음은 일상의 삶 속으로 죽음을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배우자, 부모, 자녀와 죽음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죽음 준비의 방법 중 또 하나는 죽음에 대해서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책들을 통해 죽음을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가 마련될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자신의 생각을 점검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죽음은 끝인가 아닌가. 절망인가 희망인가. 두려움인가. 자신의 적인가 친구인가. 죽을 때 웃을 수 있는가 등의 질문입니다. 또한 이런 문제에 대해 주위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사람들은 죽음이 끝인가 아닌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하지만 죽음이 끝인가 아닌가라는 문제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죽음이 끝이라고 생각하든 혹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든 어느 쪽이든 간에 그 사람을 설득하거나 토론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체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문제는 자기 자신을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하느냐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죽음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점을 상식처럼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문제를 넘어서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호스피스 봉사자의 증언, 임사체험자의 증언, 각 종교들의 가르침, 빙의 현상, 『티베트 사자의 서』 등을 참고해보면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다양한 근거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유서나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하고 자신의 장례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장기 기증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루하루를 감사의 마음으로 생활하고 주위에 밝은 웃음을 전파하며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사랑을 나누는 것도 웰다잉을 위한 준비입니다.

그리고 규칙적으로 명상 수행을 통해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달라이라마도 죽음 명상을 하루에도 여러 차례 실시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명상 중 으뜸은 죽음 명상’이라고 하셨습니다. 굳이 불교식 명상이 아니라도 자신의 종교 방식에 따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명상 수행을 하는 것이 웰다잉을 준비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오 진 탁 교수는

『죽음, 삶이 존재하는 방식』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책을 발표하며 ‘죽음’에 관한 논의를 공개 석상으로 끌어낸 주인공이다. 생사학을 전공하고 한림대 철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달라이라마와 카르마파 등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들과 만나 ‘죽음’과 ‘자살’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웰다잉을 주제로 하는 강연과 기획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강남 봉은사에서 웰다잉 체험 교실을 2차에 걸쳐 실시하며 ‘잘 죽는 법’에 관한 담론을 대중 속으로 끌어들여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사전의료지시-유서
반드시 미리 준비해야
자살예방 봉사도 결심”

웰다잉 특강 들어보니

박동원(70·화안) : 막연하게만 여겨온 죽음에 대해 더욱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사전의료지시서나 자연사 등에 대해서도 동의하게 됐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이 제도화돼 있지 않다보니 개인적으로 시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여겨진다.


민경복(45·정각) : 웰다잉에 대해 공부한 사람들이 자살 예방활동의 도우미로 활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 사람들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살을 예방하는 활동에 힘을 보태기 위해 우선 내 주변사람들에게 죽음과 자살 예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상우(58·덕천) : 특강 기간 중 특히 존엄사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연명치료의 문제점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사전의료지시서와 유서의 작성 등이 매우 중요하며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이강춘(63·향등) :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잘 살았다고 생각해도 주변에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말 잘 살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


이창영(45·법인) : 웰다잉이라는 말이 역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웰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빙웰 운동이나 사전의료지시서 확산 운동, 봉사활동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