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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기자명 법보신문

효 림 스님
실천불교 대표

지나간 가을에 우리 실천승가회 법안 스님과 함께 평양을 다녀왔다. 그동안 평양은 몇 번 다녀온 일이 있어서 그렇게 낯선 곳은 아니다. 하지만 수년전에 갔을 때와 달리 거리의 풍경이며 사람들의 옷차림 얼굴 표정 같은 것이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몇 년 전 보다 옷도 깨끗해진 것 같고 사람들의 표정도 밝아 보였다. 한마디로 약간 윤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제도나 체제에 대한 변화는 그대로가 아닌가?

핵무기 실험이 있고난 뒤라서 국내외적으로 말이 많고, 북한을 어떻게 징벌하느냐 하는 논란이 요란하다. 그런 때라 가장 먼저 궁금한 것이 북한 사람들은 지금의 사항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지금은 그 뜨거운 열기가 조금 가라 앉았지만, 초기 핵실험이 있고난 직전에는 마치 세상이 뒤집어 질 듯 한 분위기였지 않는가. 그런 상황에서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또 국제사회의 반응에 대하여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 평양은 차분했고, 그들의 노동신문도 읽을 만한 기사가 없었다. 다만 길거리에 걸려있는 현수막만이 ‘오천년 민족사의 일대사변인 핵실험 성공을 길이 빛내자’라고 걸려 있을 뿐이었다.

우선 나는 북한 사회를 참 딱하게 생각한다. 인민이 굶주리고 있는 가난한 나라라서가 아니다. 내가 그들을 딱하게 보고 불쌍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들 의식의 경직성과 모자람이다.

지상에다가 주춧 돌을 놓고 건설한 나라로서 어찌 영원한 나라가 있겠는가. 인류의 역사를 통하여 강대한 제국이 무수하게 등장했지만 결국 그들의 나라는 다 멸망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아무리 강대한 나라도 영원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작은 나라 그것도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가 어찌 영원하기를 바랄 것인가. 지금 지구촌의 역사는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대의 변화에 적절하게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하고 만다.

우리나라만 해도 지난 한국전쟁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지만, 지금은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통하여 경제대국이 되었다. 이렇게 우리가 크게 발전하고 세계 속에 강국이 될 수 있었든 것은 시대의 변화에 적절히 변화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변화는 정치권의 노력이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민중의 힘에 의해서였다. 4·19와 5·18. 그리고 6월 항쟁 같은 것이 대표적인 것이다. 이런 민중의 힘에 의해서 독재 권력을 극복하고 민주화를 이룩함으로 해서 얻은 발전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사정은 다르다. 그동안 우리가 우여곡절과 격변 속에서 발전에 발전을 하는 동안 북한은 그런 변화를 경험하지 못했다. 일당독재와 일인독재로 50년 60년을 유지해온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새로운 변화를 이룰 제도도 없고 변화에 대한 안정장치도 없다.

그것이 바로 오늘 북한을 저처럼 낙후하게 만들었고, 경직되게 만들었다.

나는 바로 그 점을 심히 딱하게 생각한다.

한마디로 북한은 통일을 위해서도 그렇고 강성대국을 위해서도 그렇고 하루 빨리 변화해야 하고, 변화에 대한 안정장치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 곁에 계신다’는 구호만으로 국가가 영원히 유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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