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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스페인에 세워진 스투파 〈끝〉

기자명 법보신문

플라멩고의 도시에 꽃핀 불교를 찾아가다

<사진설명>스페인 안달루시아 오 셀 링 수행센터와 베날마데나의 스투파. 지중해를 병풍처럼 마주하고 서 있는 이 스투파는 스페인의 정열속에서 피어난 황금꽃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다.

“나는 몇 시간 동안 계속 이 스투파 앞에 서서 지중해 해변에 세워진 이 멋진 스투파의 아름다움을 찬미했다. 현재 유럽 전역에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는 불교를 상징하는 것들 중 하나인 스투파가 언젠가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한 이 유럽 대륙을 뒤덮을 것으로 믿는다.”


프랑스에서 스페인의 안달루시아로 향하는 전세기를 타고 이 근방에서는 쉽사리 찾아보기 힘든 불교 센터가 있다는 곳으로 향한다. 스페인의 시에라네바다 산맥이 따사로운 지중해와 만나는 그 곳에 자리 잡은 티베트 불교 센터로….

나는 약 20여 년 전 달라이 라마에 의해 문을 연 후 눈부시게 번영하고 있는 ‘오 셀 링 (O Sel Ling)’ 명상 수행 센터를 방문하고자 한다.

‘밝고 투명한 빛으로 가득한 곳’을 의미하는 ‘오 셀 링’ 센터는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포퀘이라 협곡의 서쪽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센터의 바로 맞은편에는 아찔한 급경사가 끝없이 이어지는 좁은 골짜기에 자리 잡은 팜파네이라, 부비온 그리고 카필레이라라고 불리는 세 개의 마을이 있다.

그 곳에 도착했을 때 처음 느낀 감정은 내가 더 이상 유럽 대륙의 한 곳이 아니라 신들이 살고 있는 낙원의 한 구석에 도착한 듯한 환상적인 느낌이었다. 내가 서 있던 곳은 안달루시아의 알푸하라스 지역으로 코스타 델 솔의 따사로운 지중해 해변에서 불과 1시간만 차를 타고 이곳으로 오면 끝없이 구불구불 이어지는 언덕들과 깊은 계곡, 1년 사시사철 눈으로 덮인 산꼭대기 등 지중해의 열정적인 분위기와는 또 다른 색다른 풍경을 발견하게 되는 곳이었다.

알푸하라스 지역에서 3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지중해 바다의 모습을 이곳에서 바라보면 그 경치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 어디에서도 고층 빌딩들을 찾아 볼 수 없고 단지 새하얀색 페인트가 칠해진 집들로 이루어진 마을들이 여기저기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한가롭고 이국적이기만 하다.

팜파네이라 마을 한가운데 자리 잡은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광장을 떠나서 올리브 나무들이 무성한 농장들을 지나 마침내 얼음장같이 차가운 강물이 흐르는 지역으로 향했다. 오래 전, 노새들이 짐을 싣고 오르던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오르며 또 무어인들이 농사를 위해 물을 끌어다 쓰던 그 길을 따라 올라가 오 셀 링 수행센터로 향했다.

한참 동안 험한 산길을 올라가다 보니 마치 내가 정말 순례의 길에 오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계곡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명상 센터의 모습이 눈앞에 드러나자 나는 마치 불교가 번영하는 중심지에 온 듯한 생각이 들었다. 수행 센터는 마치 방문객 하나하나를 환영하는 듯 황금햇살 아래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는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풀을 뜯고 있는 염소 떼들의 목에 매달려 있는 방울들이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만들어 내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있을 뿐. 산길을 따라 더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더 멋진 경치와 마주치게 되었다. 이제 눈이 덮인 산 정상도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덧, 노란 색과 붉은 색으로 된 소원을 적은 깃발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보였다. 오 셀 링 건물들과 농장, 불자들의 모임이 열리는 큰 테라스 등을 볼 수 있었다. 오 셀 링 센터의 입구는 금색과 하얀색으로 된 전통적 스타일의 스투파로 장식되어 있었다.

방문객 센터와 도서관등을 둘러보며 다니다가 가이드를 만났다. 20대 초반의 이 스페인 숙녀는 1주일간의 자원봉사를 위해 이곳에 왔다가 현재 1년도 넘게 계속해서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를 데리고 이곳저곳으로 다니며 독특한 건물들에서부터 붉은 지붕으로 뒤덮인 작은 가옥들로 안내했다. 깊은 계곡에 자리 잡은 그 마을에서 3일 간 머문 순간들은 즐거움과 환희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안달루시아 지방에 머물면서 서양에서 가장 큰 스투파가 세워져 더 유명해진 말라가 근처, 스페인의 남쪽 해안에 자리 잡은 베날마데나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근사한 풍경을 자랑하는 코스타 델 솔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제단 위에 세워진 이 스투파는 높이는 33미터, 너비는 25미터에 이른다. 이 기념물 내에는 명상 센터도 자리 잡고 있으며 불교에서 강조하는 조화와 번영, 평화를 상징하고 있다고 한다.

3년 전, 라마 쿤지그 샤마에 의해 제막식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부탄에서 온 농림부장관인 림포체, 덴마크에서 온 라마 올레 니델, 베날마데나의 시장(市長) 등이 이 기념물의 제막식을 축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네팔에서 온 라마승들이 명상을 할 때 우리 정신세계의 모습을 표현하는 춤을 추었다. 호주, 이스라엘, 폴란드, 러시아, 독일 출신의 불교다이아몬드협회 멤버들을 포함해 약 28개국에서 온 방문객들이 이 기념적인 스투파 설립을 보고자 모여들었다. 부탄의 왕실 가족을 대표하여 아시 소남 초덴 또한 이 축제에 참가했다.

스투파는 티베트 불교의 종파들 중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카르마 카규에 의해 세워졌다. 스페인의 정부 또한 스투파를 세울 수 있는 토지를 기부함으로써 이 프로젝트를 전적으로 지원했고 이 외에도 막대한 물질적 도움을 제공했다. 이곳에 스투파를 세우는 것은 2003년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부탄과 네팔 혼혈인 라마 로폰 체추의 가장 마지막이자 가장 큰 소망이었다고 한다.

나는 몇 시간 동안 계속 이 스투파 앞에 서서 지중해 해변에 세워진 이 멋진 스투파의 아름다움을 찬미했다. 현재 유럽 전역에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는 불교를 상징하는 것들 중 하나인 스투파가 언젠가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한 이 유럽 대륙을 뒤덮을 것으로 믿는다. 스투파의 제단 한 구석에 편안히 자리 잡고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곧 큰 변화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 변화의 물결이 갈등을 초래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가져다줄지라도 이러한 카오스를 통해 새로운 정화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 정화 과정의 결과 우리는 전 세계에 평화와 번영 그리고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깊은 불심이 자리 잡는 그런 아름다운 시대가 열리리라 소망한다.
 
국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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