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죽은 채 친구들을 바라보는 한 아이가 있다. 방과 후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과외를 받거나 학원으로 향하는 친구들을 물끄러미 쳐다볼 수밖에 없는 임정(13). 정이는 엄마에게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가 꿈이란 말도, 과학 교재 도구를 사달라는 말도 할 수 없다. 다섯 식구가 하루하루 견뎌나가기도 버겁기 때문이다.
정이네 가족은 전라도 광주에서 생활했었다. 당시 정이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술에 의지하던 아버지는 끝내 알콜 중독으로 가족들에게 폭력까지 일삼게 됐다.
정이네 가족에게 불현듯 찾아온 불행은 정이의 여린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주었다. 밤마다 불안한 가슴을 쓸며 잠들곤 했었던 것. 결국 어머니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2002년 강제로 이혼을 하고 쫓기듯 서울로 올라왔다.
현재 정이는 아버지가 다른 남동생과 중학생 쌍둥이 누나 2명, 허리가 안 좋은 어머니와 살고 있다. 정이의 어머니는 불편한 허리로 경제 활동이 불가능해 2006년부터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책정됐다.
그러나 정이네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인 지원금은 100만원이 채 안돼 다섯 식구가 얼굴 비비며 사는 집의 월세 50만원과 급식비, 내년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누나들의 교육비, 당장 올 겨울 난방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공부 많이 해서 좋은 세상을 만드는 과학자가 될 거라고 말하는 정이의 웃음은 아직 푸르다.
신용협동조합 01324-12-006737 예금주 : 능인종합사회복지관 02)571-2988
최호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