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에 제바달다는 부처님과 대중이 모이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사리불이나 목건련에게도 대중을 맡길 수 없거늘 하물며 너와 같은 어리석은 사람에게 맡기겠느냐.”
때에 제바달다는 아사세 태자에게 가서 말했다.
“왕이 바른 법으로 다스리면 오래 사는데, 그대의 아버지가 죽은 뒤에 당신이 왕이 되려면 이미 늙어서 오욕락 속에 오래 머물며 즐기지 못할 것이요. 그대는 아버지를 죽이고 나는 부처님을 헤치면 마가다국에는 새 왕과 새 부처가 나라를 다스리고 교화하리니, 이 아니 즐겁겠소.”
아사세왕자는 대답했다. “좋습니다. 지금 무엇이 필요합니까?”
제바달다는 대답했다. “나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왕자가 곧 여러 사람을 보내었다.
때에 제바달다는 곧 자객을 보내어 부처님을 헤치라고 시켜 말했다.
“너희들은 부처님을 헤치고 돌아오너라.”
그 때 부처님께서는 그때에 굴속에 앉아 계시다가 굴에서 나와 바위 밑을 거니시면서 생각하시되, ‘내가 옛날에 지은 인연의 기한이 오늘이구나’고 하셨다. 제바달다가 보낸 자객은 마음속으로 ‘내가 부처님을 죽이려 하다니’하는 생각이 미칠 때에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다시 생각하되, ‘부처님은 큰 신통력과 공덕이 있으셔서 위력이 한량없다. 제자들까지도 신력이 있다면 우리들이 어떻게 부처님을 죽일 수 있겠는가’고 했다. 멀리서 부처님을 뵈오니, 얼굴이 단정하시고, 모든 여러 감관이 고요하시고, 높은 조복(調伏)을 얻어 적멸(寂滅)하시며, 모든 여러 감관이 견고하여 마치 잘 길들여진 코끼리와 용 같으시고, 뜻이 어지럽지 아니하여 걸러진 물같이 안과 밖이 훤하게 사무쳤다.
이런 부처님을 뵈 온 뒤에 기쁜 마음이 일어나 곧 칼과 몽둥이를 버리고,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발 앞에 절하고 한켠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이 자객에게 미묘한 법을 말씀해 주시어 기쁜 마음을 내게 하시고, 착한 법을 닦게 하시되 보시와 계율이 하늘에 나는 복이라 말씀하시고, 음욕은 깨끗하지 못함을 나무라시고, 번뇌를 벗어나는 일을 찬탄하시니, 자객은 앉은자리에서 온갖 번뇌가 다하고 법을 보고 법을 얻어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지금으로부터 삼귀의 계를 받아 지녀 부처님과 가르침과 스님네에게 귀의하고 우바새가 되어 목숨이 다하기까지 살생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겠나이다.”했다.
자객은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숙여 부처님께 절하고 세 번 돌아 물러 나와 제바달다에게 가서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큰 신통력과 공덕과 위력이 있으시고, 제자들까지도 신력이 있는데 어찌 부처님을 해칠 수 있었겠습니까?”
제바달다가 말했다.
“너는 나가 죽어 버려라. 너를 무엇에 쓰겠느냐. 어찌 죽이지 못했다 하느냐.”
제바달다는 화가 나서 스스로 기사 굴산에 올라가 멀리서 큰 돌을 들어 부처님을 향해 던졌다.
파계사 영산율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