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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자존심도 없는가

기자명 법보신문

윤청광
방송작가

2007년 12월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권을 거머쥐어 보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른바 야당의 대권후보들만 해도 자천 타천에 4~5명이 거론되고, 침몰 직전의 집권 여당 쪽에서도 자천타천으로 후보군 물망에 오르내리는 정치인이 대여섯 명이나 되며 그 밖에 군소 정당과 무소속까지 합치면 대권에 뜻을 두고 있는 정치인은 어림잡아 1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 해서 대권을 향한 ‘야무진 꿈’을 꾸고 있는 정당대표들과 정치인들이 기회만 있으면 불교계를 기웃거리며 핑계만 있으면 불교종단을 방문하고, 불교행사에 끼어들어 이른바 불심(佛心)을 붙잡기 위해 온갖 아양을 다 떨고 불교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고개를 숙이며, 허리를 굽실거리고 불교를 찬양하는 아부성 발언을 쏟아놓고 있다.

그야말로 불교계를 향한 정치인들의 구애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이 치사한 정치의 계절을 앞두고, 일부 종단의 일부 불교계 인사들은 유력한 후보자로 알려진 정치인들과 미리 특별한 인연을 맺어놓고자, 약삭빠르게 그들을 불교행사에 특별히 모셔 얼굴을 알리게 해주는 기민함을 발휘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더더구나 일부 지방의 일부 불교계 인사들은 평소 불교를 폄하하고 서양 종교를 광신적으로 신봉하며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망언으로 전 불교계의 지탄을 받고 있는 전 서울시장 이명박 씨를 불교행사에 참석시켜 뜻있는 불교계 인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에 앞서 대한불교청년회 부산지구는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망언을 했고, ‘Again 1907 in Busan'이라는 기독교 기도회에 축사를 보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공개적으로 대국민사과를 하기 전에는 이명박 전 시장의 부산사찰 방문을 저지하기로 결의한바 있었는데, 다른 일부 지방의 일부 불교계 인사들은 어이없게도 이명박 전 시장을 불교행사에 참석시켜 미리 간접적인 선거운동을 도와준 셈이 되고 말았다.

철없는 아이들이라면 몰라도 그동안 수없이 권력으로부터, 공직자로부터 부당한 차별대우는 물론 공격과 중상모략을 끊임없이 받아온 불교계 인사들이 극단적인 종교편향자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내놓고 있는 저 유명한 ‘망언의 주인공’을 불교행사에 참석케 했다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권력에 아부하는 것도 좋고, 권력에 줄을 대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타종교 맹신자로 ‘사찰이 무너지도록 기도하는’ 기독교 기도회에 축사를 보낸 사람을 불교행사에 참석시켜 아부의 눈도장을 잽싸게 찍는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프기 그지없는 일이다.

만일 불교계에도 자존심이 있다면, 평소 특정종교에 편향된 언행을 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공직자나 정치인들은 어떤 불교단체나 어떤 사찰의 불교행사에도 참석을 금지시키는 최소한의 자존심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평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교를 폄하하고 공직을 이용해서 특정종교의 선교활동을 하는가 하면 국민이 낸 세금으로 특정종교의 선교활동을 도우려고 한 얼빠진 공직자는 전불교계가 하나로 뭉쳐 단호히 응징함으로써 두 번 다시 공직자의 종교편향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그와는 정반대로 불교를 비방하고 불교를 폄하하며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망언을 서슴없이 하고도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 할 줄 모르는 그런 인사를 불교행사에 참석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앞으로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정치인들의 불교계 짝사랑은 더욱 노골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여지는데 과연 오늘의 한국불교계는 밸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가. 종교편향 정치인들은 사찰 출입을 금지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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