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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한역 화엄경은 50권본”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7.01.2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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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서울대 교수 ‘50권본 화엄경 연구’서 주장

“호림박물관 소장 초조대장경도 50권본”
화엄학자들 “불교 서지학사 다시 써야”

<사진설명>호림박물관 소장 초조대장경 화엄경이 50권본을 저본으로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초의 한문 번역 화엄경은 원래 50권본이었으나, 이후에 같은 내용의 화엄경이 60권본 화엄으로 정착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승재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최근 발간한『50권본 화엄경 연구』에서 “처음 중국에서 화엄경이 번역될 당시에는 50권본으로 편집되었으며, 당대 이전까지 50권본이 가장 일반적인 판본이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화엄전공자들 사이에서 최초의 한역 화엄경은 60권본이었고, 50권본은 60권본의 이본(異本)이라고 알려져 왔다. 특히 두 화엄경의 내용상 차이가 크게 없기 때문에 50권본과 60권본 판본 분석은 거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이 교수의 판본대조 결과에 따르면 50권본 화엄경과 60권본 화엄경은 내용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을 뿐 편권에서만 차이가 난다. 같은 내용의 산스크리어 화엄경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50권으로 묶었느냐, 60권으로 무었느냐 하는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에 의하면 60권본이 50권본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사실이 이미 문헌에 밝혀져 있다.

당 현종대에 출간된 ‘개원록’과 당 덕종대 출판된 ‘정원록’에서 화엄경 판본에 대해 “원래는 50권인데 나중에 사람들이 나누어 60권으로 만들었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이 교수가 조사한 50권본 화엄경은 총 50여점이다. 이 교수는 “총 50여점의 진본(晉本) 화엄경을 추적해본 결과 50권본 화엄경에 속하는 것이 40점, 60권본에 속하는 것이 2점, 50권본도 아니고 60권본도 아닌 것이 8점, 판정을 보류한 것이 1점”이라고 설명했다. 위진남북조시대 진나라에서 처음으로 번역된 화엄경이 대부분 50권본으로 편권됐으며, 당나라 이전까지 50권본이 가장 일반적인 판본이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의 판본 대조결과 50권본 화엄경으로 밝혀진 책들은 호림박물관에 소장된 초조대장경본과 돈황에서 발견된 화엄경, 교토국립박물관에 남아있는 제14권 화엄경, 러시아 과학원 소장 화엄경, 중국 상하이박물관과 텐진예술박물관 등이다.

그렇다면 ‘왜’ 처음에 50권본으로 번역했던 화엄경을 60권으로 나눈 것일까. 이 교수는 ‘권별 분량의 극심한 차이’를 지목했다. 각 권별로 비슷한 분량으로 안배하기 위해 50권을 60권으로 나누었다는 것이다. 50권의 권 제25가 60권본의 제30에 대응한다는 점으로 볼 때 각 권마다 분량의 차이가 크게 났다는 것이 드러난다.

‘언제’ 분권이 되었냐는 문제는 『중경목록(衆經目錄)』(594년), 『역대삼보기(歷代三寶紀)』(597년), 『고금역경도기(古今譯經圖紀)』(당 정관연간) 등 고대 목록집에서 이미 60권본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을 참조할 수 있다.

이 교수의 책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고려시대에 인쇄된 초조대장경이 50권본 화엄경이었다는 주장이다. 당대에 이미 중국에서는 60화엄이 정착되었는데 왜 고려의 초조대장경이 50권본으로 편권된 것일까.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북송대 개보칙판에서 50화엄경을 수용한 것이 고려 초조대장경의 저본으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호림박물관 50권본 화엄경은 50화엄이 11세기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덧붙였다.

이승재 교수의 주장에 대해 최연식 목포대 교수는 “이승재 교수의 주장대로 호림박물관에 소장된 초조대장경이 50권본 화엄경이라면 이는 한국 불교서지학사를 다시 써야할 만큼 중요한 발견”이라며 “일반적으로 고려대장경은 당나라 지승이 저술한 불교경전 목록인 개원석교록에 의거해 편찬됐다고 알려져왔으며, 초조대장경이 50권본 화엄경을 저본으로 제작됐다는 주장은 최초로 제기된 학설”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재 교수는 “고려 재조대장경본은 60화엄으로 편권되었지만, 돈황본이나 일본의 60화엄과는 약간씩 차이가 난다”며 “이에 대한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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