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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수행 명계환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매일 3000배 절-지장보살 염불 수행
이기심이 내 병의 원인 알면서 완쾌

처음 내가 그 절에 머물 수 있도록 소개해준 분은 스님에게 “이 학생 마음도 아프고 몸도 아파서 여기까지 왔다”고 하자, 스님은 “하루에 1000배씩 절을 해라, 그리고 평소에는 지장보살 염불을 죽도록 해”라고 하셨다. 1000배가 어느 정도인지 처음에는 몰랐다. 그러나 108배를 해보고 나니, 1000배라는 게 그리 만만한 게 아니었다. 1000배를 매일같이 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아득했다. 하지만 도량이 떠나가라 카랑카랑하게 울리는 스님의 목소리에 기가 눌려서 “네”하고 대답을 한 터라 어찌 되돌릴 길이 없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서 나를 더 당혹스럽게 하는 일이 생겼다. 어느 날 스님은 “요즘 법당에서 매일 3000배씩 절을 하고 있지”하고 묻는 것이었다. 처음 왔을 때 분명히 1000배씩 하라고 하시고서는 3000배라니.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또다시 “네”하고 말았다.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1000배 하기를 게을리 하니까 일부러 그러셨던 듯 했다. 스님의 기운에 눌려서 대답을 하고서는 다음날부터 3000배를 시작했다.

스님은 가끔씩 “지장보살 염불도 죽도록 해라. 그럼 견성할 수 있을 게다”하곤 하셨다. 사실 그때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스님이 “계환아 너 언제쯤 견성할 것 같으냐”하고 물으시면 “올 가을쯤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스님께서는 아무말 없이 그냥 돌아서셨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그때 스님은 분명 웃음을 참으려고 돌아서셨을 것이다.

한번은 스님께서 나무를 해오라고 하셨다. 잠이 부족했던 행자님과 나는 기회다 싶어서 아무도 찾지 못할 골짜기에 숨어 잠시라도 낮잠을 자자고 모의했다. 그런데 낮잠을 자려는 순간, 저 멀리서 쌍안경을 들고 두리번거리며 우리를 찾으시는 스님의 모습을 보고 기겁을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아예 숨어서 잠자는 것을 포기했다.

스님은 아침공양이 끝나면 “얼른 밭에 나갈 준비해라”, 또 쉴만하면 “얼른 가서 절해라”하시며 잠시의 틈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서 언제부터인가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잊어버렸다. 이것저것 생각할 틈도 없었고, 아플 겨를도 없었다. “내 마음에 괴로움과 아플 자리가 없다”는 생각을 할 때쯤, 내 병은 이미 나아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예불과 3000배. 나도 모를 마음의 변화와 함께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내가 왜 이렇게 괴로운 고통을 받았던 것일까. 지난날을 반성하면서 본질적인 물음을 반복적으로 던졌다. 결론은 그동안 내가 너무나 이기적인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이기심이 남에게 많은 상처를 입혔고, 결국 그것이 나에게 괴로움으로 돌아온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눈물이 흘러 내렸고, 감정에 복받쳐 엉엉 울었다. 그리고 그때 발심했다. 이제부터는 이타행을 하면서 살겠다고.

이후 지금까지 스님이 했던 “지장보살 염불을 죽도록 해라. 3000배 절을 해라”는 말씀은 내 수행지침이 되었다. 아마도 스님의 말씀은 꼭 염불하고 절하는 것만이 아니라 참선, 간경, 주력, 사경 등 어떠한 수행 방법이라도 다만 목숨을 걸 만큼 정성을 기울이면 뜻하는 바를 모두 이룰 수 있다는 뜻일 것이라 믿는다.

불교환경연대 팀장(39·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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