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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 소고(小考)

기자명 법보신문

이 기 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이론물리학자의 한 사람인 어빈 슈뢰딩거는 유년기부터 줄곧 일기를 써왔고, 그 일기장을 ‘사라지는 것들 (Ephemeridae)’이라고 이름지었다한다.

슈뢰딩거는 새로운 물질관, 세계관을 연 양자역학을 기술하는 강력하고 보편적인 도구의 하나인 파동방정식을 발견하여 1933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모든 현상은 본질적으로 변하여 사라져간다는 부처님의 가르침(諸行無常)을 일찌기 체관하였던 것 같다.

20세기 현대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업적의 하나는 모든 물질이 입자(粒子)와 파동(波動)의 양면성을 갖는다는 물질파의 발견이다. 이 이론은 프랑스 물리학자 드 브로이가 제시하였고 그는 이 업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입자는 공간에서 제한된 범위에 존재하고 고정된 형태를 가진 개념인 반면에 파동은 무한한 공간으로 그 존재가 끝없이 확장되고 또 그 형태가 끊임없이 흔들리며 변하는 현상이다.

이 입자-파동의 이중성은 심경의 색즉시공(色卽是空)을 물리학적 용어로 표현한 것에 다름 아니다. 즉 색(粒子)은 공(波動)과 같다는 것이다. 현대물리학이 위대한 발견으로 자랑하는 이 이론을 놀랍게도 부처님이 이미 2500년 전에 설파하신 것이다.

여기에서 공은 단지 어떤 존재의 부재(不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감각할 수 없는 어떤 파동 또는 에너지의 실재(實在)로 이해해야 한다. 모든 파동은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반야심경에서 관자재보살은 우리가 해탈하기 위해서는 깊은 반야를 증득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오직 반야만이 해탈의 유일한 요건이라는 점이다.

그럼 반야는 무엇인가? 색을 포함하는 오온이 공함을 관하는 것이라고 심경은 설한다. 색이 공하면 자연히 색에 기반을 둔 수상행식도 공해진다. 만약 우리가 감각하는 물질적 개체가 무한히 연장되며 끊임없이 변한다고 할 때, 이것은 본질적으로 제한의 속성을 갖는 언어의 차원에서 표현할 수 없다. 굳이 표현한다면 제한할 수 없는 허공, 즉 비어있는 것(空)에 비유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공이 의미하는 바라고 생각할 수 있다.

관음경에 등장하는 관세음보살은 관자재보살의 다른 이름이다. 관자재보살은 구속 없는 상태 즉 해탈 또는 스스로 존재함(自在)을 관하는 보살이다. 스스로 존재할 때 여기에 어떠한 구속도 존재할 수 없다.

심경에서 자재는 오온이 공함을 증득해야 얻어진다고 설했다. 한편 관음경에서는 모든 중생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구속되어 있을 때),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고 부르면 해탈을 얻는다고 설했다.

관세음(觀世音)이란 무엇인가? 세간(世)을 소리(音)라고 관(觀)하는 것이다. 즉 모든 물질적 개체(世)의 본질이 제한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소리(音)처럼 파동으로서 무한이 연장되고 끊임없이 흔들리며 변하고 있음을 관하는 것이다. 이는 개체로서의 물질적 존재의 해체를 의미한다. 즉 그 존재가 공해진다.

이렇게 관하는 것이 해탈의 길이고 보살도를 닦는 것이라는 것이 관세음보살이 의미하는 바라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심경과 관음경은 결국 같은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송광사의 일각 스님은 ‘지저분한 생각들’이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이는 관음경의 청정관(淸淨觀) 즉 공관(空觀)에서 일탈한 생각들을 말씀하신 것이다. 올해는 우리 모두 모든 지저분한 생각들을 놓아 버리고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이것이 깊은 반야를 수행하는 길이고 바라밀다하여 모든 괴로움의 바다를 건너 영원한 해탈과 행복의 불국정토를 이 땅위에 세우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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