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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보면 마음이 아파요

기자명 법보신문

걱정에 앞서 도움 될 일 찾아야
지극한 정성으로 평생 노력하길

저는 혼자서는 생활할 수 없는 장애인이나 환자, 그리고 그  가족들을 보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저 역시 가족 중에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있는데, 우리가 보살펴 줄 힘이 없을 때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이 됩니다.

세상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이 세상 사람들의 불편과 고통을 외면하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그들의 아픔에 빠져 괴로워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고통에 아파하고 걱정하는 것이 실제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내 마음만 아프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을 돕고자 한다면 걱정하기보다 무엇이든 실제로 도와줄 일을 찾아보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내 힘으로는 한 명밖에 도울 수 없는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열 명이라 할 때, 무능력한 자기를 탓하고 괴로워하기 보다는 실제로 도와줄 길을 찾아보는 것이 낫겠지요. 우선 직장에 다니면서 주말마다 가서 돕든지 그렇지 않으면 직장을 그만두고 그들을 돕는 일에 전념할 수도 있지요. 직장에 다니면서 도우면 한 명을 돕고, 전념해서 하면 열 명을 도울 수 있겠지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런 사람이 열 명만 있는 게 아니라 백 명, 천 명 그보다도 더 많이 있기 때문에 또 괴롭습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한 명을 도울 수 있는 내 능력을 열 명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이 되도록 원을 세워 보는 것이 좋습니다. 나아가 원을 더 크게 내면 백 명을 도울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또 더 큰 원을 세우면 천 명을 도울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하고 이렇게 길이 열립니다. 이렇게 내가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정말 정성을 다하면 원력이 커지고 원이 성취됩니다. 그것은 지극한 정성을 보고 주위 사람들이 감동을 하는 것이지요. 그럴 때 생각지도 않은 일이 일어납니다. 이것이 기적입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삶에서 이러한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어린 시절에 작은 벌레들이 새에게 먹히는 것을 보시고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그러나 슬픔에 빠져서 주저앉지 않고 일체 중생을 구원하겠다는 원을 세워서 출가수행을 하셨습니다. 깨달음을 얻은 뒤에 부처님은 고통 받는 중생들이 많음을 보고 그냥 걱정하신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데까지 그들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서 평생을 노력하셨습니다.

꼴리족과 석가족 사이에 물 때문에 분쟁이 일어났을 때, 부처님은 물과 사람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깨우쳐 줌으로써 전쟁으로 번지는 사태를 막았습니다. 한편, 코살라국이 석가족을 멸망시키려고 했을 때 부처님은 세 번이나 뙤약볕 아래 앉아서 혼자서 전쟁을 막았지만 결국 코살라국은 석가족을 전멸시켰습니다. 부처님도 원하시는 데로 해결하지 못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괴로워하신 게 아니라 오히려 이런 불행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좋은 법을 전하는 데 전념하셨습니다.

부처님도 당신의 친족 몇 십만 명이 전쟁에서 학살당했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으로 원한을 품거나 슬퍼하지 않으셨습니다. 고통이 없는 세상, 불행이 없는 세상을 위해 굽히지 않는 전법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어려운 것과 괴로운 것은 다릅니다. 어려운 일은 극복의 대상이지 괴로워 할 일은 아닙니다. 당신이 그들에 대한 연민의 정이 있다면, 그들을 보살피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원을 세우세요.

어떤 경계에 부딪치든지 괴로워하는 것은 내 문제입니다. 수행자는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힘이 나야 합니다. 사람을 돕는다 하더라도 내가 괴로워한다면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이고, 나는 좋지만 남을 괴롭힌다면 나를 위해 남을 희생하는 것이 됩니다.

그것은 나를 괴롭히고 남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행은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길입니다. 세상을 외면하지도 말고, 자기 연민에도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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