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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을 논하라

기자명 법보신문

효 림 스님
실천불교 대표

돌아보면 우리의 헌정사는 파란이 많았습니다. 주로 대통령이 되고 권력을 잡으면 장기집권과 독재를 위해 무진 애를 쓴 일이 많은데, 그런 경우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개헌이었습니다. 초대 대통령으로 불려지고, 일부 그를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국부라고 하기도 하는 사람이 이승만인데, 이 사람은 대통령 내놓기가 싫어서 삼선개헌을 했습니다. 그 후 여러 가지 참 많은 부정과 부패를 하고서는 4·19 혁명으로 쫓겨났습니다. 아주 못된 대통령의 표본으로 나쁜 선래를 남겼습니다.

그 후 박정희는 총을 들고 밤에 한강다리를 넘어 들어와 헌법을 군화발로 짓밟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그는 권력이 총에서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지라, 국민이고 국회고 어디든지 총을 들여다 대고 자기 마음대로 했습니다. 헌법도 자기 마음대로 이리저리 고치고 바꿨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유신헌법입니다. 그 유신헌법은 술 먹다가 실수로 “유신헌법은 개정해야 돼” 라고 한마디 하면 감옥에 처넣고 몇 년씩 콩밥을 먹였습니다.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제일 많이 개헌을 한 박정희가 총에 맞아 죽고 나자, 전두환은 더 독한 짓을 했습니다. 광주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새로 헌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전두환의 임기 말에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6월항쟁입니다. 그해 6월항쟁이 있기까지 박종철도 죽고 이한열도 죽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없이 국민의 저항에 밀려 새로 만든 헌법이 지금의 헌법입니다. 그러나 그때도 헌법을 개정하는 주체는 국민이 아니라, 여전히 군부집권세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저항세력들은 그저 ‘그냥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는 법만 만들자’, ‘독재 장기집권이 지긋지긋하니 임기는 딱 한번만 하도록 하자’고 하는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여러 가지 모순과 부족한 것을 잘 살피지 못하고 지금의 헌법에 동의를 한 것입니다.
지금 다시 대통령이 개헌을 하자고 국민들 앞에 제안을 했습니다. 매우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헌법을 고치자는 것은 무슨 독재하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장기집권을 하자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 하나만큼은 분명하다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제야 말로 우리는 새롭게 헌법을 고치자고 하는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그동안 헌법을 만들고 민주주의 국가를 만든 이래 우리는 한 번도 헌법을 만드는 일을 제대로 의논해 보지 못했습니다. 그것을 이번에는 한번 해 보자는 것입니다. 내 생각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기간 안에 반드시 개헌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대통령 뽑는 선거운동 기간에도 계속해서 논의를 해도 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다가 선거운동 기간 내에 다행히 개헌이 되면 좋고 또 안 되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니 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차분하게 깊이 있게 의논들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예 이 핑계 저 핑계대고 논의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지식인들의 직무방기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은 비겁한 짓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근자에는 그 비겁한 짓이 더욱 심합니다.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해도 침묵하거나 그들과 한통속이 되었습니다. 그러고도 도무지 부끄러운 것을 몰랐습니다.

지금 개헌논의를 기피하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해온 것은 언론과 보수정당들입니다. 그런데 막상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을 하자고 하니까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논의를 기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에 걸맞은 헌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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