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큰 명절 중 하나인 대보름날인 3월 4일 오후 5시, 조계종 제16교구본사 고운사(주지 호성)에 어스름 어둠이 밀려오자 베트남과 중국 등에서 관광을 온 듯한 앳된 10여명의 주부들이 경내를 찬찬히 살펴보느라 여념이 없다. 이들 옆에는 우리네 농촌의 아저씨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서 있다. 그냥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이방인들을 친딸인양 손을 꼭 잡은 채 도량을 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온 주부들의 얼굴은 조금은 낯설기도 한국인들과 한 가족처럼 자연스레 어울린다.
대보름날 고운사에 온 외국인 주부들은 의성의 농촌마을 총각들에게 시집 온 이웃 나라 여성들로, 고운사가 대보름을 맞아 마련한 전통문화체험마당에 참석차 들른 것이다. 고운사 총무 등화 스님이 한국 전통의 도량 양식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자, 이웃 나라 며느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따른다. 고운사 주지 호성 스님의 제안으로 이웃 나라 며느리들을 도량에 초청한 것은 외국인 며느리들의 모국에 대한 그리움을 위로하고 우리의 전통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국인 가족들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고운사 사부대중의 원을 담기도 했다.
외국인 며느리들과 그들의 가족 등 30여명은 저녁 예불을 마친 뒤 경내 만덕당에서 오곡밥과 나물 등 보름 음식을 들었다. 또 대종 타종과 연등불 밝히기, 소원 빌기, 윷놀이 등을 하며 끈끈한 가족애도 확인했다. 불교 국가인 베트남이 고향인 트란티다오 씨는 “사찰에서 이런 행사를 마련해 줘 무엇보다 감사하다”며 “한국의 보름날 전통문화는 매우 흥미롭고 유쾌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고운사는 외국인 며느리와 가족들에게 부럼과 기념선물을 보시했다. 주지 호성 스님은 “의성에는 외국인 며느리를 둔 가족이 100여 세대에 달하는데 문화도, 언어도 다른 한국에서 시집살이를 하는 외국인 며느리들이 우리의 이웃으로서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대보름 문화마당을 마련했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대구지사=김영각 지사장 dolgore@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