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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나를 고치니 화두 참선 재미가 크다

기자명 법보신문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 국 스님

오늘은 삼동안거, 겨울 내내 새벽 3시에 일어나 저녁 10시까지 오로지 참선하던 대중들의 동안거 결제가 끝내는 해제 앞날입니다. 여기에는 결제든 해제든 자기 일을 다 알아서 하는 스님도 계시지만 결제 때는 조용한 선방에서 공부하다가도 해제만 하면 화두를 놓치기 쉬운 이도 있으니 해제 때는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평상심’ 만들면 독약 중 독약

일상생활에서 즉, 고요한데서 공부하다 시끄러운 시내 중심지, 동중공부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물으니 마조 스님은 “평상심이 도(道)니라”하셨습니다. 평상한 마음이 그냥 도라는 대답입니다. 밥 먹고, 일 하고, 잠자는 평상시 마음속에 도가 있다는 말씀이신데, 이 말을 요즘 거의 다 잘못 받아들여 내가 생각으로 일으켜서 ‘아, 이것이 평상한 마음이로구나’하며 ‘평상심’이라고 하는 생각을 하나 더 만들어 놓고는 그것이 ‘평상심’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에 대해 얼마만큼 혹독하게 경책을 해 놓으셨는가를 원호 스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원호 스님이 오늘처럼 해제를 해서 내일이면 걸망을 지고 떠나는 윤상인 스님에게 “사람이 어느 것이라도 마음을 일으키면 벌써 천지현격이라. 지금 바로 관문을 뚫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마음에 나다, 너다, 옳다, 그르다는 집착심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몰록 벗어나서, 즉 화두에다 내 인생을 확 바쳐 버려서, 화두라는 것은 모른다는 것이니 안다는 것을 몰록 놔두고 ‘어째서 나는 누구인가’ ‘내 몸뚱이 이끌고 다니는 참 나는 누구인가’ ‘남편한테, 부인한테, 또는 가족들한테 상처받아서 마음 아파할 줄 아는 이 주인공, 세상에서 말하는 마음, 이것이 어떻게 생겼나’를 참구한다면, 모르는 것에 쏙 들어가니 옳다 그르다 시비분별이 끝나. 몰록 벗어나서 무심경지에 이르기만 한다면 모든 망념과 습기가 다 없어지고 지견과 알음알이 장애가 모두 사라질 텐데, 다시 무슨 일이 있겠는가.

그러나 한 생각이라도 평상심이라는 생각을 내거나 평상이 되기를 바라거나 ‘평상심이란 놔버리면 되는구나’ 이런 생각을 낸다면 이것이야 말로 독약중의 독약입니다. 요즘 흔히 자기 생각을 갖고 평상심이라고 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입니다.

오늘 오전에 누가 와서는 “스님. 번뇌망상, 번뇌망상하면 세상 사람들은 그것이 뭔지 확실히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더군요. 번뇌망상이란 우리들 생각을 번뇌망상이라 합니다. 우리는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하는 그 생각에 놀아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세상에 올 때는 저 남편 만나고, 저 부인 만나고, 저 아들 딸 만나서 성질 안 맞는 거 서로 풀어버리고 아들 딸이 전생에 잘못한 것은 애먹이는 것으로 대신 받아 주기로 철썩 같이 약속해놓고는 금생에 모든 것이 내 마음에 맞기만 바라고 내 맘에 맞지 않으면 싸우고 헤어지고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고, 이것은 곧 다시 말해 자기 생각에 속는 것이고, 운명에 속고, 번뇌 망상에 속는 것입니다. 그런데 번뇌망상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생각이 끊어지는 것입니다.

우리 충주지역에도 석종사라는 선방이 생겨 저런 스님들이 오셔서 충주지역에 엄청난 에너지를 보태주고 있는데 저 선방 스님들은 누구를 위해서 그렇게 했습니까. 이 우주의 정신문명이 끊어지지 않게, 우리가 어느 나라에 내 놓아도 정신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앞선다는 그 정신문화를 위해서, 그 몸뚱이 감정을 버려두고 마음으로 우리들에게 양식을 보태주고 양식의 법을 전해주기 위해서 선방에 와 앉아 있는 것입니다. 선방 스님들이 그렇게 화두를 참구할 때 여러분은 남편, 부인, 아들, 딸, 이웃들과 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좋다, 싫다’는 번뇌망상 놀음

여러분은 인간 맞죠. 인간 맞으면 이 지구상에 사는 동물 중에서는 가장 진화를 많이 한 동물 맞죠. 정신적으로 우리가 월등히 앞섰다는 것입니다. 정신적으로 월등히 앞섰다는 것은 내 주위만큼은 맑힐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님들이 우주라는 전체의 번뇌망상, 엔트로피를 엔돌핀으로 바꾸고 있는 반면, 여러분은 내 가정만큼은 바꿔보자 이겁니다.

그런데 남편 맘에 안 든다고 바꿀 수 있습니까. 어느 정도는 가능하지만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상대방은 바꿀 수 없지만 나는 바꿀 수 있습니다. 남을 바꾸려 하지 말고 나를 바꾸자는 말입니다. 환경이 내 맘에 맞아주길 바라면 어느 선방에 가든 어느 절에 가든 불평불만은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환경을 내 맘에 맞게 바꿀게 아니라 내가 이 환경에 맞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내 남편은 어떤 사람이고 내 아들 딸은 이런저런 사람인데 저걸 어떻게 농사지어 나갈 것인가. 그 농사를 지으려니 속에서 불이 나고,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불 꺼나가고 그 마음을 길들이는 것이 수행입니다.

이번에 몇몇 분은 석 달 동안 정말 열심히 사시더군요. 그렇게 하면 십년 내로 지견 납니다. 다만 해제 때 놓쳐 버리지 말고 꾸준히 할 따름입니다. 나는 본래 부처이니 그것을 깨달으려할 것이 아니라 다만 일어나는 집착 번뇌 망상을 놓아 버려서 ‘탁’하고 무심경계에 들어가는, 저런 분들이 조계선맥을 잇지 못한다면 큰일 나고, 그럼 나는 대죄를 짓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 세상 살아가는데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억울한 일, 모함, 부도 등 무슨 일을 당하면 억울한 마음과 근심이 생기지만 그 사건 자체는 이미 몇 시간 전에 지나간 과거의 일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인간이 걱정, 근심하는 것은 지나간 사건을 마음속에 한스럽게 잡아놓고서는 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일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니 끝난 것을 되돌릴 수 없음을 알고 잊어 버려야 합니다. 과거에 붙들려 있지 말아야 합니다. 고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일어난 사건보다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키우고 확대시키는데 있습니다.

과거 집착 말고 오늘 닦아야

석종사에서 결제를 하고 해제를 맞은 신도들은 ‘나도 수행자다’라는 생각으로 아침에 일어나서 잠깐이라도 독경이면 독경, 주력이면 주력, 참선이면 참선 등을 하루 한 시간이라도 하고 저녁에 자기 전에 잠깐이라도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아침 한 시간, 저녁 한 시간이라도 내 마음공부를 해 나갈 때 인간이라고 이름 할 수 있지 그것을 못한다는 것은 남이 내 마음에 맞기만을 바라는 것입니다. 나도 내 마음에 안 맞는데 남이 어떻게 내 마음에 맞기를 바라겠습니까. 남이 내 마음대로 되기를 바라지 말고 나를 내 마음에 맞게 고치도록 노력할 수 있으니 화두 참선해 나가는 재미가 큰 것입니다.

오늘 법문은 짐 스토벌의 글 한편으로 결론을 대신하겠습니다.

‘인생이란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끊임없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언젠가는 마지막 모래알이 떨어지는 것처럼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 오겠지. 내가 살 수 있는 날이 딱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면 나는 오늘 무엇을 할까. 그렇게 보면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처럼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가 없구나. 그렇다면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보람 있게 잘 사는 길, 그것이 인생을 잘 사는 것임을 너무 늦게 알게 되는구나. 인생이란 하루하루가 모여서 된 것이니까.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 중에서)’

염라대왕 앞에 갔을 때 어제 하루를 잘못 산 것, 어제 말 한마디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으로 그대로 남습니다. 하지만 어제 한번 참고 수행한 사람이라면 언제 염라대왕을 만나도 당당할 수 있습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이 법문은 3월 4일 병술년 동안거 해제를 앞두고 3일 충주 석종사에서 열린 법회에서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이 대중에게 설법한 내용을 요약 게재한 것이다.


혜국 스님은

1961년 해인사에서 출가해 일타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스님은 제주도에 수행 청정도량 남국선원을 개원, 무문관 수행을 실시하며 간화선 수행기풍 확립을 위해 힘썼다. 현재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 공동 대표이자 석종사 금봉선원장으로 수행납자와 재가수행자들을 깨달음의 길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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