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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요구하는 民意

기자명 김민경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인터넷 언론서 개혁요구 봇물

불교계, 자발적 정화 노력 필요


꽃동네 오웅진 신부의 비리혐의로 인해 한국가톨릭과 인터넷언론계가 벌집 쑤시듯 시끄럽다. 오프라인 언론의 지면에서는 불과 2~3단 정도의 기사로만 언급되고 있지만 온라인 언론의 선두, 오마이뉴스에서는 40~50쪽 분량의 잡지 한 권을 만들고도 남을 만큼 많은 기사와 수천건의 관련 덧글들로 차고 넘쳐 일명 '꽃동네 사태'가 향후 수 주 동안은 충분히 언론의 강한 스폿 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불교가 아닌 남의 종교 이야기를 이 난에서 굳이 언급하는 것은 사회 곳곳에서 몇 가지 주의 깊게 지켜볼만한 징후가 엿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꽃동네 사태'의 발생과 해결과정에는 종교개혁의 문제가 필히 함께 논의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어디까지나 남의 이야기가 아닌, 불교계가 '바로 우리의 문제'로 여길만한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의 판결이 아직 멀었음은 물론이고 이제 막 수사가 시작된 단계에서 옳고 그름에 대해 얘기할 계제는 아니지만 사태의 시작과 전개양상에 대한 온라인 위의 그 수 천개에 달하는 덧글을 지켜보면 우리 사회의 향후 진로가 아슴 아슴 보인다. 현재 오마이의 기사(오프라인 언론에서는 전달되는 펙트가 지나치게 적어서 텍스트로도 쓸 수 없을 지경이다)와 추천수가 높은 덧글의 대부분은 꽃동네와 오 신부에 대해서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추천수가 중간쯤 되는 덧글로까지 마우스를 내려보면 종교개혁에 대한 의견을 토로하는 글들이 다수 눈에 띄기 시작한다. 한국가톨릭에 대한 비판보다 기독교계의 치부는 물론 불교계의 각종 일탈행위에 대한 수사와 종교적 기능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는 말이다. 누구나 들여다보면 알겠지만 전국의 '우수말발'이 한마디씩 남긴, 혹은 장문의 언설로 작성한 덧글들은 어느 정신없는 언론과 보수 우익 교수가 주장하듯이 '철 없고 철학이 실종된' 글들이 아니며 오히려 강호에 묻힌 수많은 논객의 내공을 발견 할 수 있는, 깊은 철학적 함의까지 내포된 수준 있는 '민의'가 적지 않다. 게다가 이들을 통해 표출되는 심중은 갈수록 '개혁'이라는 두 글자로 귀결된다. 정치적인 개혁을 이뤘으므로 더욱 더 광범위하고 심도 깊은 개혁을 기대하는 그런 민중의 의지가 읽히는 것이다.

며칠 전 어떤 자리에서 새 대통령을 맞는 관가의 표정이 언급됐었다. 어느 복지전문가는 보건복지부 만해도 지난 연말을 전후하여 '전통적인 공무원의 표상'으로 여겨지던 인사들을 대거 2선으로 후퇴시키고 석사나 박사학위 이상의 학력을 갖춘, 말 그대로 전문가 집단이라고 할 만한 뉴 페이스들을 1선에 배치시켰다는 전언이다. 그토록 요지부동이던 공무원집단마저 스스로 몸을 바꾸겠다며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른 시일 내에 우리 사회 전체로 번져갈 것이다. '전부-전체가 죽는 사단이 나지 않으려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눈치 있는 사람이나 집단들은 이미 감 잡은 것이다.

여기에 비춰 우리 불교계를 돌아보면 어떤 기대나 희망보다 우선 걱정부터 앞선다. 개혁을 요구하는 민의 앞에 '우리 불교는 떳떳하다'고 말할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여러가지 현실은 아무래도 게서 거리가 다소 멀어만 보인다. 개혁의 큰 물결 가운데서 우리 한국불교가 앞으로 입을 내상의 깊이는 과연 어느 정도에 이를지, 저 도도한 물결을 잘 헤치고 오히려 주도해 나갈 힘은 있는지, 올 한해 주의 깊게 지켜볼 요량이다.



김민경 부장
mkki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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