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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전정옥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29세 상기병 앓은 뒤 다시 병 얻어
매일 삼천배·염불…새로 태어난 듯

자수성가를 해보겠다고 밤낮으로 뛰어다니던 26살에 스스로의 힘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 앞에 누군가에게 의지해야함을 느꼈다. 교회를 나가보았지만 적응이 되질 않았고 오빠의 인연으로 절 집에 발을 들여놓았다. 노력한 만큼 반드시 대가가 주어진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희망에 부풀어 3년만 열심히 기도하고 나서 결혼을 하던지 사회생활을 하던지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고향과 가족과, 친구와 연인을 떠나 온지 어느새 8년이 지났다.

아예 머리를 깎으려면 보내줄 수 있지만 그렇지도 않은데 절에 간다는 것은 용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절대로 여동생을 먼저 결혼시킬 수는 없다고, 자식을 낳았으면 결혼을 시켜야 부모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하시는 아버지를 뒤로하고, 평생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던 약혼자를 뿌리치고 그렇게 떠나온 아픈 시간들이 어느새 먼 전생처럼 느껴진다.

3년 동안 공양주 소임을 살면서 금강경을 7독씩, 21독씩 독경, 염불하며 열심히 기도했지만 29살에 심한 상기병 때문에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수행도, 일상생활도 거의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법왕정사에 오게 되었다. 새벽·저녁예불 4시간 수행 외에, 매일 3000배를 거의 잠자지 않고 한 달 넘게 하던 어느 날 아랫배로 숨이 쑥 내려가는 체험을 시작으로 서서히 상기가 내려가면서 나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새로 태어나고 있었다.

어느 날 절을 하는데 숨이 꼬리뼈까지 내려가며 에너지가 척수를 통해 아랫배 단전으로 자동으로 모이고, 머리가 정말 얼음처럼 선명하게 차가와지는 놀라운 체험을 경험했다.

그런데 서울법당 관리소임을 맡은 지 두 달 만에 갑자기 가슴명치가 찢어지듯이 아프더니 배도 아프고 머리가 터질듯 했다. 그날 이후로 공양을 하지 못하게 되고 배가 딱딱하게 굳으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몸이 예민해지자 냉장고가 윙윙 돌아가는 소리, 차 소리, 편히 쉴 공간이 전혀 없는 법당이 지옥같이 느껴지자 더욱 힘들어졌다. 결국 마석의 한의원 겸 절로 요양을 가게 되었다. 상기병이 심해서 거의 누워 지냈던 예전의 상태보다 더 심각해졌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시체처럼 변해가자 갑자기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혼란스러웠다. ‘이제까지 열심히 수행했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스님의 수행법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진작에 출가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그런가’, 이상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휘감았고, 한의원에서는 암일지도 모른다는 소리에 더욱 기가 막혔다.

심장의 통증 때문에 제대로 걸을 수도 없고, 말도 잘 나오지 않고 한여름인데 추워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도저히 기운이 없을 때는 누워서, 기운이 있을 때는 앉아서 ‘부처님 크신 은혜 고맙습니다’ 염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금씩 기운이 생겨서 절도 하게 되었는데 한의사께서 신기하다고 하시며 빨리 회복이 잘 되고 있다고 하셨다. 그렇게 염불하며 나도 모르게 자꾸만 ‘세세생생 지은 잘못 참회합니다’를 되뇌이게 되고, 가슴의 통증을 지켜보면서 염불할 때는 살생한 죄업, 남의 마음 아프게 한 것을 참회합니다가 저절로 나왔다. 뭔가가 많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동국대 대학원생(35·이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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