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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라 주간’에 참석하고

기자명 법보신문

김 상 현
동국대 교수

보리심은 큰바람과도 같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다.

선재동자가 진리를 구하기 위해서 칼산에 올라가 불 속으로 몸을 던지듯, 구도자는 보리심을 등불 삼아 바다를 건너고 사막을 넘는다. 이미 죽음까지도 각오한 구도자에게 두려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신라의 구법승들도 역시 그랬다. 7세기 전반부터 그들은 히말라야산을 넘었고, 천축의 여러 성지를 순례했으며, 나란타대학에서 유학하기도 했다.

아리나발마, 혜업, 현태, 현각, 혜륜, 현유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불교의 성지를 두루 순례했고, 나란타사 등지에서 불법을 공부했다. 아리야발마와 혜업은 나란타사에서 강의를 듣고 불서를 읽었고, 여러 불경을 사경했다. 현태는 두 차례나 천축을 넘나들었다.

7세기에 서역으로 갔던 구법승 중에는 본국 신라로 돌아오지 못한 이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구도와 모험의 정신은 8세기 중반 혜초와 원표 등에게로 계승되고, 신라 불교문화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혜초는 당나라에 유학하던 723년에 서역으로의 구법 길에 올라 4년 동안의 여행을 마친 뒤에 『왕오천척국전』을 저술했다. 8세기의 인도 및 중앙아시아 지방의 역사·풍속·종교·정치 등의 여러 상황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인 이 여행기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원표는 당나라 유학 중에 서역을 여행한 뒤에 본국 신라로 귀국하여 759년에 장흥에 보림사를 창건, 지금까지도 이 절은 등불을 밝히고 있다.

신라의 구법승들은 모두 간다라 지역을 통과했다. 왕오천축국전에 간다라에 대한 기록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혜업과 현태 등 신라 구법승들도 간다라 지역을 지나갔는데, 당나라의 현장이 이 지역을 방문했던 거의 같은 시기다. 현장의 기록에 의하면, 폐스와르 분지에 1,000여 곳, 스와트에 1,400여 곳의 불교 사원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8세기 전반 혜초가 간다라를 방문했을 때의 이 지역은 돌궐왕이 통치하고 있었다. 삼보를 공경하여 왕과 왕족이 사원을 만들어 불교를 신앙하고 있었고, 카니슈카왕이 세웠던 사원도 그때까지는 존속하고 있었고, 카니슈카 대탑도 남아 있었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달 3월 27일부터 1주일 동안을 간다라주간으로 설정하고 한국, 중국, 일본,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부탄 등 여러 나라의 불교 인사를 초청하여 학술회의 등 여러 행사를 가졌다. 특히 탁실라의 다마라지카 사원지에서 한국 천태종 스님들과 일본 및 중국의 스님들이 함께 행한 탑돌이 행사는 언론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아쇼카왕에 의해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절의 스투파는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 사원은 이미 5세기에 크게 위축되었다. 따라서 다마라지카 사원지에서의 탑돌이는 1,500여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그것도 동아시아불교 스님들에 의해서 개최된 최초의 불교행사였으니, 언론이 주목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5세기 중반 경부터 간다라의 여러 절은 파괴되기 시작했고, 이슬람교도들이 침입하기 시작한 7세기 후반부터 불교는 사라졌다.

지금은 파키스탄 국민의 97%가 회교도다. 불교가 이미 이 땅에서 사라진지 천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났고, 지금도 수많은 절터가 페허로 남아오고 있다.

그런데 파키스탄 정부가 간다라 불교문화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물론 관광객의 유치에 그 일차적 목적이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각국의 불교 대표를 초청하여 불교 행사를 갖도록 하고, 탁실라대학 대학원에 간다라문화 연구를 위한 석·박사 과정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하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
우리나라 불교미술의 기본형식이 간다라에 그 원류가 있고, 신라 구법승들의 발길이 닿았던 곳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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