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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초·헌향 값 모아 장애아동 도와요”

기자명 법보신문
  • 복지
  • 입력 2007.04.16 10:20
  • 댓글 0

3년 째 승가원에 저금통 후원 상 현 스님

3개월에 1번 20여개 보내…“행복은 쉽다”

<사진설명>예산 보광사 주지 상현 스님은 3년 째 승가원에 자비나눔 저금통 후원을 하고 있다.

버겁다. 절로 향하는 꼬불꼬불한 시골길이 여간 힘들다. 스님이 불편한 몸뚱이와 인연을 맺은 탓일까. 하지만 마음은 넉넉하다. 방금 부친 저금통들이 고개를 넘어 잘 가는지 마중 다녀왔다.

충남 예산군 보안면 금치리 보광사. 달랑 요사채 한 칸과 법당 한 칸 뿐인 절. 예산역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면을 2개나 지나 작은 산턱을 올라야 그 모습을 드러낸다. 상현 스님은 공양주도 없는 이 절의 주지다. 그나마 없는 사찰 살림도 이웃을 위해 써야 마음이 편한 스님. 노보살이 손자 녀석이라도 데리고 오면 반야심경이 새겨진 합장주, 열쇠고리 등을 모조리 내 준다. 스님은 작은 것을 나눌 줄 안다. 받는 사람도 부담이 없다. 그런 마음으로 스님이 자투리 돈을 한 푼 두 푼 담은 저금통을 승가원에 보낸 지 3년 째다.

“절에 오르기가 힘들기도 해서 굳이 신도라고 해도 10여 명 정도에요. 절 살림이 전기세 내기도 버거운데 웬 보시냐고요? 세상에 내 것이 어디 있나요. 밥 굶지 않고 추위로 고생하지 않을 정도면 되지요.”

가볍다. 결코 텅 빈 것 같지 않은 가벼움. 스님은 세 달에 한 번 꼴로 승가원 자비나눔 저금통 20여 개를 모아 부친다. 2005년 9월 승가원 자비나눔 저금통이 나오자마자 분양받아 여태껏 승가원에 저금통을 보냈다. 넉넉하지 못하게 세연을 이어오던 터라 어려운 이웃의 아픔을 가슴으로 느꼈다. 지금은 몇 안 되는 신도들도 스님에게 작은 것을 나누며 행복을 느끼는 법을 터득했다.

“처음엔 노보살들에게 손자 녀석 과자 사 줄 돈 100원, 500원을 모아 저금통에 넣으시라고 했어요. 이 저금통이 또 하나의 복전임을 이해시켰어요. 자연스럽게 저금통에 손자 이름을 쓰라고 하자 공덕이 손자들에게 가는 사실을 알았죠. 그러니 법당 왼편에 놓인 저금통을 곧잘 가져가 가져 오시곤 해요.”

스님은 자신에겐 작지만 남모를 누군가에겐 큰 울림임을 알렸던 것. 이후엔 헌초나 헌향을 사다 놓았다. 노보살이 예불할 때 값을 치르면 스님은 곧잘 저금통에 그대로 넣는다. 한 때는 노보살에게 승가원 장애아동에게만 보시한다고 한 소리 들었다. 하지만 그런 말은 금세 쏙 들어갔다. 지역 아이들이나 홀로 노인들에게 옷가지 등을 따로 보시하고 있기 때문.

“치료 차 서울에 가면 꼭 남대문을 찾아요. 시골에 있는 아이들과 어르신들에게 나눠 드릴 거라고 하면 상인들이 한 벌 두 벌 건네줍니다. 그러면 절에 와서 주민들에게 드려요. 주는 분도 웃고 저도 웃고 받는 분도 웃고 살맛나는 세상이지요.”

스님 같은 후원자가 승가원에 보내는 저금통은 2007년 3월 현재까지 314개이며, 참여금액은 760만 5130원이다. 모두 장애아동 치료비나 수술비, 승가원자비복지타운 재활치료센터 건립비 등으로 쓰이고 있다.

“행복은 작은 것에서 오는 것 같아요. 서울에 가면 사람이 꽉 들어찬 버스에서 대신 벨을 눌러 주는 이,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는 할머니 짐을 들어주는 이들을 보면 모두 부처님 미소를 짓지요. 주머니에서 딸랑거리는 동전도 행복이에요. 주머니만 지키며 당장 내게 필요 없는 동전 몇 개가 더 큰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 저금통입니다.”

스님이 말하는 행복은 쉽다. 주머니에서 딸랑거리는 동전도 행복이다. 조그만 정성은 큰 보시 공덕이 된다.
승가원 02)928-0750

예산=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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