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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정향자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사경하며 부처님 함께하는 환희 체험
사경은 허영심과 자만심 버리는 수행

신라 백지묵서(新羅 白紙墨書) 대방광불화엄경 사성기에는 “사경을 하는 방법은 닥나무 뿌리에 향수를 뿌려 생장(生長)시키며 닥나무가 다 자란 연후에는 닥 껍질을 벗기는 자, 연마하는 자, 종이를 만드는 자, 사경을 하는 자, 변상도(變相圖)를 그리는 자, 표구를 하는 자, 심부름을 하는 자 모두 보살계(菩薩戒)를 받아야 하며 재식(齋食)해야 하며 위의 사람들이 만약에 대소변을 보거나, 음식을 먹거나 했을 때는 목욕을 한 연후라야 사경하는 곳에 나아간다”고 했다.

이토록 우리 조상들은 사경을 하는데 지극 정성을 다 하였음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 뒤 고려 때의 감지금니의 화려하고 섬세하게 장엄한 장엄경은 우리 조상의 긍지이며 세계적인 자랑이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숭유억불정책으로 인하여 불교가 탄압을 받고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사경이 점점 쇠퇴하였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또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신비로운 영험은 장경판전을 세운 이후 해인사에는 전후 일곱 차례의 화재가 일어나 모든 경물을 태워 버렸으나 장경판전만은 온전하게 보존되었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노략질로부터도 무사할 수 있었으니 이는 부처님의 가피력과, 가야산의 지리 조건과, 대장경을 판각한 사람들의 지성과 염원이 하나 된 은덕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경을 접하면서부터 나의 삶의 방향이 전환 되었다. 이것이 작은 깨달음이라 할까? 세속의 욕심은 없어지고, 지혜와 자비의 길을 설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눈으로 읽고, 소리 내어 독송하고 마음으로 잘 이해하여 무아의 심경으로 온 신경을 집중하여 사경에 임할 때에는 부처님이 내 옆에 함께 하는 경건함과 환희로움을 체험할 수 있다.

사경의 덕목은 겸손을 실천하고 허영심과 자만심을 버리고 오직 신앙과 기도와 전법, 수행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이루어졌다. 불경은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기 때문에 청정한 마음으로 사경에 임하는 일은 부처님의 마음을 가장 깊이 느낄 수 있는 기도이며 수행이다. 사경은 부처님의 마음과 가르침을 우리의 몸과 마음에 가득 채우는 성스러운 행위이다. 불경의 문자·진언·염불 등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중생들의 본성이며 부처님 마음의 표현이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조용히 정좌하고 호흡을 가다듬어 정신을 통일한 후, 정성들여 행하는 사경은 번뇌와 미혹의 마음을 벗어나 청정한 심신이 되어 부처님의 마음과 통하게 한다. 부처님의 마음과 자기의 마음이 하나로 통하게 되면 지혜의 빛이 우리의 마음 속 깊이 스며들어 온다. 그 때 몸과 마음의 안락과 행복을 느끼면서 모든 이웃의 존재에 대한 자비심이 일어나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사경의 신앙이다.

사경을 하면서 접하는 분들은 모두 성직자와 같다. 설령 스님이 아니더라도 사경을 하는 분을 만나면 반갑고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아서 즐겁다. 사경을 하면서부터 인과관계도 조화로워 만남 만남이 즐겁고, 하는 일마다 순조로워 기쁨으로 충만해 있으니 행복하다. 이렇게 좋은 사경을 접하지 못하고 기도에만 매달려 보냈던 세월의 아쉬움, 그러나 뒤늦게라도 깨닫고 사경수행에 전념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부처님 은혜이리라.

서예가 (61·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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