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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이세규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시간 지나면 그 뿐…10년간 헛공부
26년 공직생활 뒤 100일 기도 발원

어릴 적, 어머님이 초파일이면 항상 절을 찾고 새해가 되면 사찰 달력을 집에 걸어놓는 것만으로 나는 자연스레 불교와 가까워졌다. 특히 고향에 신라시대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단속사(斷俗寺) 라는 절 터 주위에 석가탑 모양의 동, 서 쌍탑(보물 72, 73호)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탑 주변은 늘 나의 놀이터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시간이 날 때면 10년 넘게 절을 찾아 법문을 듣고 조사어록과 법어집 등을 읽으며 스스로를 가다듬으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당시 나는 소설책 보듯 흥밋거리로만 여겼을 뿐 올바른 수행을 이어가지는 못했었다.

경전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접하면서 나름대로 마음의 수양을 쌓고 그 속에서 좋은 말씀들을 외워보기도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하기도 했지만 모든 것들이 그때그때 마음에 새기는 정도여서 시간이 지나면 그뿐이었다.

이렇듯 수박 겉핥기식으로 불교를 접해오던 중 2003년 9월, 한 인연의 도움으로 ‘초심자 참선교육’이라는 수행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참선교육을 시작으로 글이나 말뿐이 아닌 마음으로 체득하게 되는 불도의 길을 만나게 된 것이다.

참선교육에 빠짐없이 참석하여 배움의 의지를 가졌고, 스스로도 이제 본격적으로 불법을 배운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 지금까지 혼자 해 왔던 불교 공부와는 다른 체계적인 방법과 불교경전 강의, 좌선, 눈 씻기, 선체조 등은 배움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특히 실상관법은 세속적인 희노애락과 번뇌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어느 곳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때문에 매주 정기법회와 매월 만행정진에는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 했다.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중생놀음의 훈습에 젖어 온 세월이다 보니 점점 직장생활을 핑계로 선원에 빠지는 경우가 자주 생겼다. 주위 다른 도반들은 100일 정진을 하는 등 수행에 열성적이었고 많은 진전이 있어 보였지만 나는 수행을 시작한지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얻고자 하는 공부도 잘 되지 않았다.

도반들이 100일 정진을 하며 신심을 북돋는 것을 보면서도 막상 나는 100일이라는 기간 동안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수행할 자신이 없었다.

직장동료들과의 회식이나 소소한 모임을 갖다보면 으레 술 한 잔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100일, 인생에 비춰보면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일에 부딪치는 것을 생각하면 100일 동안 수행을 계속 이어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단정 지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가망 없던 100일 정진이 나에게도 인연으로 다가왔다. 26여년을 다니던 공직생활을 접고 집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천성산으로 만행을 가는 차 안에서 우곡선원의 법사님께서 100일 정진을 해 보라는 조언을 주셨다.

나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해 보겠다”며 살며시 물러섰는데 야간 산행을 마친 다음 날, 천성산의 고요한 달빛을 가슴에 안고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문득 100일 정진을 해봐야겠다는 용기가 생겨났다.

회사원(50·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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